<인터뷰>“차세대가 통일을 체험하고 느끼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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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차세대가 통일을 체험하고 느끼게 해야"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5.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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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실천의 리더십으로 차세대 이끄는 진안순 시카고평통협의회장

▲ 지난 2일 본지사무실을 방문한 진안순 평통 시카고협의회장(가운데)과 서이탁 간사(오른쪽), 이진수 변호사(왼쪽)

“우리 시카고협의회야말로 미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8일 서울서 열린 제16기 해외지역회의 개막식에서 자신들의 협의회가 미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다고 소개한 다른 지역 협의회 회장들의 말을 두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 시카고협의회 진안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개막식 날 15개 협의회 중 가장 마지막으로 협의회 소개를 하러 단상에 올라선 진안순 회장은 여성 특유의 카리스마와 온화함으로 좌중을 집중시켰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다부짐이 미 중서부 13개주를 관할하는 시카고협의회 회장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지난 2일 본지 사무실을 방문한 진 회장은 3박4일간의 행사 일정을 막 마치고 온 터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개막식 날 봤던 그녀의 강인함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 진안순 지니 코퍼레이션(Jinny corp.)대표

진안순 회장은 15기 평통에 이어 현재 16기 평통에서도 시카고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역대 시카고협의회에서 연임을 한 회장은 그녀가 처음이며 여성으로서도 최초다. 이같이 4년 동안 시카고협의회를 이끌어온 만큼 그녀는 현지 동포사회에서도 매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이번 행사에 같이 동행한 서이탁 간사와 이진수 변호사를 가리키며 “각자의 역할을 척척 해내고 있는 팀원들 덕분에 단합이 잘돼 너무 좋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나왔다.

지난 4월초 일리노이 주 상·하 양원이 미주 최초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내 동포사회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이 일이 성사되기까지는 그 누구보다 진안순 회장의 공이 컸다. 커미티위원장을 맡은 진 회장은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리처드 멜 전 시카고 시의원을 1년 동안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홍보했다. 인터뷰 도중 진 회장 옆자리에 앉아 있던 서이탁 간사가 “그에게 건 전화만 해도 아마 250통이 넘을 것”이라고 당시의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진 회장은 “일리노이 주 상·하원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카고총영사관이 결의문을 직접 전달한 사례는 이와 비슷한 다른 케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문 사례”라며 이번 인권 결의안 채택이 동포사회뿐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도 의미 있는 사건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앞으로 입법권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친한(韓)’정치인들을 후원하는 행사를 통해 미 정부 차원으로부터 최대한의 도움을 얻어낼 생각이다.

▲ 지난 4월초 일리노이 주 상·하 양원이 미주 최초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 시카고총영사가 커미티위원장인 진안순 회장에게 결의문을 직접 전달했다. 사진은 결의안 전달식에 참가한 진 회장의 모습.

시카고협의회에서는 그 어떤 협의회보다 차세대 양성을 위한 일에 매진하고 있다. 진 회장은 직접 자비를 들여 차세대 50명의 모국 방문을 추진했고, 지난 3월에는 ‘차세대 리더스 컨퍼런스’를 열어 각종 체험을 통해 차세대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특히 그녀는 일리노이 주 교과서에 북한인권 및 위안부 문제가 실리도록 영문으로 된 역사책을 발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직접 번역에 참여할 의지도 밝힌 그녀의 소망은 차세대들이 통일을 위한 다리역할을 할 수 있게 각종 활동에 참여시켜 훗날 이들이 미 주류 사회로 널리 진출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번 차세대 리더스 컨퍼런스 때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견학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나치로부터 박해를 당한 유대인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아주 잘 전시해놨더라고요. 그걸 보고 우리도 위안부나 6·25전쟁과 같은 비극의 역사를 차세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 자료가 되지 않을까요?”

▲ 진안순 회장은 시카고 소외계층을 위해 5년 전부터 매년 2000여벌의 방한복을 지원해오고 있다. 사진은 방한복을 입은 진 회장과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진 회장 바로 옆).

미국 내 최대 뷰티서플라이 도매 기업인 ‘지니 코퍼레이션(Jinny corp.)’대표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진 회장은 한인사회 내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한인사회 곳곳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한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적극 노력할 뿐만 아니라 노숙자 등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실천 중이다. 그녀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시카고 의회는 매년 1월19일을 ‘진안순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그녀는 “내 삶의 방식은 어머니이자 한국 최초 여성 총경이었던 고 김정호 총경의 가르침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살며시 털어놨다.

진 회장은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실천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번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은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하기 어려웠던 것을 동포사회에서 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포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에 한국정부도 자극을 받아 앞으로 남북 간 경제 교류를 확대하고 신뢰프로세스 구축에 더욱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내 차세대들에게도 통일에 대한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링컨, 오바마, 힐러리 등 미국 내 유명인사 중에는 유독 일리노이 주 출신들이 많다. 참여와 실천의 정신으로 고국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진안순 회장 또한 이들 못지않은 지도자로 우뚝 설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녀가 있어 차세대들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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