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와 달과 별이 주인이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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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해와 달과 별이 주인이 되는 세상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4.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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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대표(우한 한향삼천리관리 유한회사)
저는 요즘 열흘째 우한(武漢)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황강(黃岡)이라는 도시에 내려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려온 이후로 여태 해를 구경하지 못한 듯 합니다. 계속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옵니다. 알다시피 낮과 밤으로 구성된 우주의 질서는 뭐니 해도 해와 달과 별이 중심이 되는 기후가 좋을 겁니다. 해가 낮의 주인이 안 되고 연일 비가 오거나 흐리면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우울해집니다.

황강이라는 도시는 아주 작은 곳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북송 시기의 유명한 시인인 소동파(苏东坡)가 머물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동파는 아주 머리가 좋은 뛰어난 문재였다고 합니다. 과거 시험을 보았는데 시험관이 다른 시험지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장원을 주려고 하다가, 틀림없이 이 답안지는 자기 제자의 것이라 생각하고 2등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소동파도 권력의 치열한 아귀다툼 속에서 잠시 밀려나 시골구석인 황강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렇듯 중국과 한국의 중세와 근대의 초기에는 최소한 이런 선비 정신이 있었습니다. 자기 제자를 일부러 장원으로 뽑지 않으려는 긍정적 체면문화(?)와 권력이 싫으면 잠시 피할 수도 있는 '물러남'의 정신이 있었던 겁니다.
 
한국 사회를 말할 때, 저는 늘 "자판기 같은 사회"라고 말하곤 합니다. 결국 이 뜻은 모든 조직이 돈을 집어 넣어야 돌아간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은 세계인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6.25 참전 용사들이 한국에 방문하게 되면, 좀 심하게 표현해서 "뒤로 자빠진다"고 합니다. 폐허의 한국이 이렇게 변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물질이 중심이 되는 자판기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코 사람 중심의 세상이 아닙니다. 사람이 주인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 결국 세월호 참사같은 일이 터지는 겁니다.
 
모든 것이 돈을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회의 조직이나, 행사, 놀이, 모임, 심지어 교육 활동도 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데 있는 겁니다. 배를 건조해서 운항을 하다 수지가 안 나면 다시 증설하는 겁니다. 한 번 운항하는데 짐을 무조건 많이 실어야 돈을 많이 버는 겁니다. 다른 생각도, 다른 목적도 없습니다. 반드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사람의 사정이 안타까워서 정원을 한 명 정도 초과한 인간 중심의 사고가 아닙니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런 생각은 사람 중심의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노숙자가 되는 겁니다.
 
배를 운항하는 선장도 항해사도 더 이상의 생각, 즉 배가 뒤집어져서 사람이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바로 퇴사를 당해서 백수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배가 침몰해도 먼저 도망을 치는 겁니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는 선장이 승객을 구해야 할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겁니다. 한국 사회의 모든 부문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교회와 절도 이미 자판기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종교 단체가 자판기가 된 마당에 무슨 다른 곳에 희망이 있겠는지요? 자판기에 돈이 떨어지면 그걸로 끝나는 겁니다. 한심한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슬픈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이런 모습을 이역 먼 땅에서 바라봅니다.
 
속된 말로, 중국에서도 한국의 세월호 참사 사건을 말하기가 창피해서 중국 사람들이 물어 봐도 말도 꺼내기가 싫습니다. 한 가닥 남아있던 조국을 향한 자부심과 애정이 정말로 다 달아난 듯합니다. 역시 슬픈 일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역시 자판기를 좀 더 잘 만들자는 뜻일 겁니다. 좋은 자판기도 결국은 자판기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단단히 잘못된 겁니다. 한 나라의 국정 지표가 단지 돈을 잘 벌겠다는 곳으로 집중된다면 아마도 세월호 참사 같은 인재와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참사는 계속 될지도 모릅니다. 그럴 겁니다.
 
오늘도 4월의 봄비가 이방의 땅에 2주째 옵니다. 대낮의 주인 행세를 해 대신 비가 하는 겁니다. 연일 쏟아지는 비 중심의 세상은 악취와 비린내 그리고 우울함과 슬픔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사회도 돈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면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다시 한 번 세상에 태어나 채 피지도 못하고 사고를 당한 어린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오늘 한양 통신을 맺을까 합니다. 학생들 생각에 눈물이 나와서 계속 쓸 수가 없네요. 감사합니다. (본 칼럼은 온바오닷컴(www.onbao.com)에 함께 게재됩니다)
 
호북성 황강에서 이병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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