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여성 연구 및 자료 부족... 활동 기록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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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여성 연구 및 자료 부족... 활동 기록 보존해야”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4.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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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 원장 ‘한인여성 콘텐츠 및 활용방안 마련’ 제안
▲ 지난 11일 오후 1시반 서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재외한인학회 춘계학술회의에는 재외한인여성 문제를 논하는 자리였던만큼 많은 여성 재외동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재외동포사회 내 한인여성들의 지위가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역할에 대해 조명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외한인학회(회장 이진영)는 지난 11일 오후 1시 반 서울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재외동포와 여성: 여성의 역할과 재외동포 사회’라는 주제로 춘계학술회의를 열었다.

▲ 개회사를 한 이진영 재외한인학회 회장(왼쪽)과 축사를 한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이진영 재외한인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오늘날 비교적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재외동포 여성들의 상황을 지적하며 “이민사회 경제·문화적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들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이번 학술회의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 방문한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는 “과거 총영사 생활을 하면서 재미사회 내 한인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많이 봐왔다”며 “정부의 ‘맞춤형’ 재외동포 정책을 통해 한인여성을 비롯한 재외동포들의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1세션에서는 미주 한인 여성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 제1세션 재외동포 여성의 역사적 역할과 전망에 대해 발표한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 소장(왼쪽)과 주동완 코리안리서치 원장.

우선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이 학술회의의 포문을 열었다. 이 소장은 1903년 하와이 땅을 처음 밟은 한인 여성이민자들에 대한 기록과 연구를 토대로 당시 한인여성단체들의 사회활동을 낱낱이 소개했다.

이 소장은 “당시 한인여성들은 주로 신앙 활동 및 자녀 교육에 종사했다”며 이들이 조직한 신명부인회, 부인교육회, 대한부인회 등의 단체가 한인들의 교류 및 결집에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한인여성들은 ‘조국 국권회복’이라는 공통된 염원이 있었기 때문에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일본여성들에 비해 활발한 단체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소장은 당시 하와이로 가야만 했던 사진신부들의 사연을 생생히 들려주고, 1919년 대한부인구제회에서 출간한 대한독립선언서 포스터를 실물로 보여주는 등 학술회의에 참가한 여성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주동완 코리안리서치 원장은 현재 뉴욕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1세 여성들의 사례를 예로 들며 오늘날 재미사회에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인여성들의 역할을 되짚었다.

이날 유일한 남성 발표자였던 주 원장은 1975년부터 미군과 결혼한 여성 및 한인 간호사들의 가족 이민이 늘어났다고 분석하며 이들이 미국 내 네일살롱을 운영하면서 재미사회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원장에 따르면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여성들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쌓은 경험과 어느 정도의 영어구사 능력을 통해 네일살롱을 운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만 해도 4,000여개의 네일살롱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주 원장은 “가정간호보조사 등 점점 증가하고 있는 홈케어서비스는 한인사회의 새로운 경향”이라며 재미한인사회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지대한 역할을 한 한인여성들의 발자취를 비춰봤을 때, 앞으로 한인사회 내 한인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영향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이들에 대한 기록보존과 연구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 제2세션에서는 중국동포 여성들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 제2세션 중국동포 여성과 역할의 재정립에 대해 발표한 박금해 연변대 교수(왼쪽)와 이혜경 배재대 교수.

명지대 백영옥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세션에서는 박금해 연변대 교수가 먼저 발표를 시작했다. ‘조선족 농촌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발제한 박 교수는 두만강지역 훈춘시 두 촌락에 사는 농민들에게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선족 농촌가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6개 촌 중 3개 촌의 촌장이 여성”이라고 강조하며 가정뿐 아니라 경제적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농민들의 전문성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및 지위향상 보장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경 배재대 교수는 최근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주의 여성화 현상을 거론하며 그 중 조선족 여성들에게서 노동이주와 결혼이주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노동 및 혼인이주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조선족 여성들만 해도 전체 조선족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12년 국내 체류 외국인의 국적(종족)별 분포. 전체 약 141만명의 체류외국인 중 조선족은 40%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료: 행정안전부)

이 교수는 “조선족 여성의 국제결혼은 국내 농촌총각의 결혼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은 같은 조선족 남성노동자보다 일자리 찾기에 더 유리해 조선족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며 조선족 여성이 국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이민정책은 조선족을 대상으로 하는 동포정책과 동일시해 수립돼야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 결혼이민자 및 조선족 노인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번 학술회의에는 재외한인여성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자리였던 만큼 전경옥 숙명여대 교수, 한승미 연세대 교수, 배진숙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박사, 이해응 이화여대 박사, 문민 이주와 정착 독서포럼 대표, 와타나베 미카 글로벌커뮤니티협회 회장 등 여성 재외동포 전문가들이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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