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강천석 논설주간에게[펌]
상태바
조선일보의 강천석 논설주간에게[펌]
  • 에녹
  • 승인 2004.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일보의 강천석 논설주간에게[펌]
작성자 : pinesol

강천석씨, 님이 쓰신 글을 읽고 저 또한 이 나라를 꽤나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안타깝고 당혹스러운 그 마음 뉘라서 모르겠습니까... 그토록 일일이 훈수를 하고 때로는 언론의 정도 따위는 완전히 무시해 가면서까지 몸소 나아갈 바를 알려주었음에도, 까짓 거 별 것 아닌 국민들 따위 제대로 휘어잡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야당, 그 머리 나쁜 공룡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셨을지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저며 옵니다.

허나, 아파하시는 그 마음 모르는 바 아닌데도, 이제는 가히 애증의 단계마저도 넘어선 것처럼 보이는 님의 그 말씀들은 차마 님의 입으로 주워섬길 말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적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이라 그만 지칠 법도 하건만, 그토록 사랑하시는 그 대한민국 야당의 헛발질을 몸소 망가져 가며 커버해 보려는 그 애틋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감동적인 면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저 대한민국 야당들의 무도한 행태는 다름 아닌 님과 님이 속한 조선일보의 시대착오적 망발에 근본 없이 부화뇌동하여 일어난 사건임을 모르는 이가 없는 세상이니 선생 노릇 잘 못 해 놓고 학생을 탓하는 일은 할 말은 하는 일등신문의 대 논설주간으로서는 내비치지 말아야 할, 심히 쪽팔린 언사가 아닌가 하는 마음입니다.

간곡히 권하옵건대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되고 마음의 병은 결국 사람을 미치게 하는 법이니 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보며 꽤 많은 생각(?)을 하신 듯 하더군요.. 무너져버린 민주주의의 부활을 기리며 절박하고 아픈 심정으로 촛불을 켜 든 이십 만 명의 사람들 중에, 님처럼 저 집회의 배후에 무엇이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특한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은 제겐 참으로 아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시 지식인이라 다르신 건가요... 끊임없는 의구심은 때로 발명의 근본이 되는 법인데 님이 발명하신 것은 무엇인지 짐짓 궁금해집니다. 혹 거리 한 복판에서 사납게 티브이 수상기를 불지르고 남의 나라 국기인 성조기를 휘날리며 악을 써 대는 한 줌 어치의 비국민들이 님의 발명품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광화문 거리를 미어지도록 메우고 있던 사십대와 오십대 그리고 육, 칠십대 어른들의 모습이 님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니 평소 원하는 것만 보며 살아가는 눈을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뜬금 없는 바램을 안고 살아가던 저로써는 심히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이 나와 말이지 정말 조선일보 안 보이는 세상에 살고 싶거든요..

집회를 관리하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그토록 잘 훈련된 진행자들로 보였다는 말씀에 심히 애처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심한 격무에 시달리며 살고 있기에 동시대의 변화된 시민문화 하나도 눈치를 못 채고 살아오셨는가 하는 불쌍한 마음에서입니다. 아무리 유신시대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는 당신이라지만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자각과 반성이 전혀 없는지요?
우리 국민들, 그 어렵다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사람들입니다. 어울리지 않게 야당 나무랄 것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강천석씨 본인부터 변화된 국민들의 모습을 올바로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단히 송구하지만 님이 하신 말씀 중에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일등신문의 논설주간으로써의 자질과 인성을 의심케 하는 말이 있어 여쭈어 볼까 합니다. 암만 생각해도 당신은 광화문에서의 '평화롭고 질서 있는' 모습들이 꽤나 탐탁지 않은 것 같더군요..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것을 평화롭고 질서정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대체 무슨 문제랍니까? 신문이야 글로만 전달하면 되는 것이니 적당히 거짓말도 하고 필요에 따라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직접적으로 화면을 보여주어야 하는 방송에서 평화롭고 질서 있는 거리 모습을 비춰주며 지금 거리는 생난리 아우성에 불순분자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멘트를 내보내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씀인지요? 백번을 생각해도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당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 나라 거리의 모습은 무엇이어야 한단 말입니까?

총선에서 야당연합의 과반수 의석 획득이 '꼭' 필요하다는 뻔뻔하고 황당한 소신(?)을 공공연히 게재하여 '국민의 힘' 회원들에 의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한 입장이니 국민의 힘 회원들을 마주하는 기분이 영 개운치 않을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도대체 그들이 만든 국민의 힘 신문이 벙어리 저금통을 털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벙어리 저금통을 털어 그 많은 인쇄물을 어떻게 만든다는 말 인지요?
그 신문들은 당신 같은 수구 언론들이 제발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국민의 힘 회원들이 기꺼이 자신의 월급봉투를 털어 만든 것입니다. 벙어리 저금통이라니요...!
홍사덕씨 말처럼 그들 모두가 백수인 줄로 알았습니까? 얼마를 버시는지 모르지만 그들 중에는 당신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세상 바로 보고 착각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경찰과 손발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이는 집회군중의 모습도 당신에게는 못마땅한 모양이더군요.. 평화적인 집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향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경찰이 곤봉이라도 휘둘러 주길 바랬단 말입니까?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노인과 어린 아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광화문 집회에서 경찰의 대대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해 폭동 전야의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당신의 바램이었습니까? 그렇다면 그 부분에서 역시 당신은 야당과 코드가 맞는 분인 것 같습니다.
그 날 경찰은 오후 내내 도로를 내 주지 않다가 늘어나는 시민들로 인해 안전문제가 우려되자 비로소 거리를 내 주었습니다. 그 때 당신이 본 것은 거리 교통의 일시적 단절이었는지 몰라도 그 자리에 모인 이십만의 시민들이 본 것은 당신 같은 사람들에 의해 꽁꽁 막혀 있던 민의가 분출되고 민주회복의 국민적 염원이 소통되는 감격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강천석씨,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십시오.
당신 눈에는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야만적 테러를 자행하는 야당의 모습이 고작 대통령을 혼내주는 회초리를 잘못 골라 든 어리석은 국회의 모습 정도로 소박하게 보였다는 말입니까? 진정으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며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까?
성서에 원수를 사랑하라 하였다지만 인간 한심한 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야당에 대한 벌은 총선에서의 의석수로 나타날 것이고 그 결과 지지율 20%의 대통령이 국회의석의 2/3를 좌우하는 정치를 온몸으로 살아보는 끔찍한(?) 결과로 국민에게 되돌려 질 것이라고 국민들을 걱정하셨습니까? 야당을 벌하지 말라는 말을 참으로 어렵게도 꼬아대는군요.. 결국 그만한 정치교육은 다시없을 거라고 했습니까?
당신 지금 국민을 협박 중인가요?

국민을 철부지로 보는 강천석씨, 미안하지만 '너나 잘 하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도에 지나친 활약에 힘입어 국민들은 이제야 비로소 왜 이 나라의 대통령이 20%의 지지율에 허덕여야 했으며 국정운영의 숱하고 중요한 고비들이 발목 잡혀 왔는지를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각성한 국민들이 깨닫게 된 것 중에는 입만 열면 일등신문이라 떠들어 오던 친일매국신문 조선일보의 온갖 악행 또한 응당 포함 될 테니 지금부터라도 벙어리 저금통에 한 푼이라도 더 모아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로 돌아갈 할 준비를 서두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진정 덫에 걸린 것은 썩어 문드러진 권력욕에 매몰되어버린 당신의 영혼이요, 진정 애처로운 것은 자신의 부모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전직언론인이지만 지금은 집에서 쉬고 계시다는 말로 말끝을 흐리게 될지 모를 당신 자녀들의 자신 없는 눈망울일 것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