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별그대'신드롬으로 본 한ㆍ중간 문화소비 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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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별그대'신드롬으로 본 한ㆍ중간 문화소비 양태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3.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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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별에서 온 그대'가 한마디로 중국에서 대박이다.

중국내 pptv 등 다섯개 사이트에서 합법적으로 방영되고 있는데 이미 25억 뷰를 넘어섰다.
 
지난해 끝난 드라마 '상속자'가 대히트를 치는 가운데서도 아직 20억 뷰에 못 미치는데 종영된 지 일주일이 지난 7일자로 25억 뷰를 넘었으니 상속자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대박이다.
 
'별그대'는 대사 한마디로도 중국을 흔들었다. 바로 '치맥'이라는 용어를 중국 최대 검색포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록시켰다. 중국의 가장 큰 정치행사인 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의 인기비결을 묻는다. 난들 그 비결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양국 드라마 제작방식의 차이를 통해서 그 단서를 찾을 뿐이다. 중국은 드라마 하나가 만들어져 방영되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정부 심의를 받아야하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작과 심의에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완성된 드라마를 방영할 때면 시나리오 작성 때와 2년여의 시차가 발생한다. 어떤 경우에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여름에 상영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음 주에 방영될 것이 이번 주에 촬영된다. 물론 요즘에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쪽대본을 던지는 경우도 다반사로 벌어진다고 한다.  시나리오는 완성되어 있겠지만 보기만 해도 불안하다. 주요 배우가 사고라도 나면 드라마는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중간에 스토리가 바뀌는가 하면 심지어 조기 종영되기도 한다.

드라마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중국식 제작방식이 맞다. 그러나 중국식은 시대감이 떨어진다. 드라마는 소설과 달라서 시청자들의 시대적 감성을 잘 터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년 전에 제작이 끝난 중국 드라마보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따끈따끈한 한국 드라마가 당연히 유리하다.

드라마를 보고 네티즌들이 올리는 댓글이 스토리 전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댓글이 나름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를 넘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능동적인 태도로 드라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완성도 측면에서 취약한 한국식 제작방식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드라마가 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식 제작방식을 택할 수가 없다. 정부 심의가 있기도 하지만 다음 주에 방영할 것을 이번 주에 촬영하려면 엄청난 순발력이 필요한데 중국인들에게는 익숙지 않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완결된 거대한 콘텐츠 시장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뜨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다른 나라 시장을 고려할 필요가 크지 않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다. 따라서 콘텐츠를 만들 때 국내시장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을 포함한 이웃나라와 세계인의 정서와 취향을 고려한다. 시장이 작은 것이 한국 콘텐츠를 세계화의 길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콘텐츠 제작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여타 세계시장 중에 어느 것을 주된 타겟으로 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큰 중국시장을 먼저 고려할 것이다. 중국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가 한국이나 여타 국가에서 통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땅덩어리만큼이나 자동차 내수시장이 크다. 때문에 기름값이 싼 미국시장에 맞춰져 나온 대형차들이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차에 밀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드라마 '상속자'와 '별그대'는 중국의 특정 배급업체와 독점계약을 해서 중국내 유통 배급권을 팔았다. 그리고 독점권을 획득한 이 회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방영하고 다른 포털사이트에 재배급을 한다.

불법유통이 이루어지면 한국의 저작권자가 아닌 중국의 배급권자가 단속을 한다. 그러다보니 상속자와 별그대 모두 합법적으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상속자든 별그대든 드라마가 제작도 되기 전에 판권을 넘길 때는 이처럼 뜰 줄을 몰랐다.

당연히 이와 같은 인기상황이 계약금액에 반영되지 못하고 저가로 거래된다. 결국 돈은 배급계약을 받은 중국측 사업자가 벌게 된다. 재주는 한국인이 부리고 돈은 중국인이 번다는 말은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방영이 되자마자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온라인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불법유통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 방영과 동시에 중국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지 않으면 중국내에서의 과잉(?)인기현상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일단 드라마가 떠야 부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드라마 판권관리에 이처럼 많은 요소들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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