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국인의 '롯데리아'와 '별에서 온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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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국인의 '롯데리아'와 '별에서 온 그대'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3.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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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대표(우한 한향삼천리관리유한공사)

중국 우한에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지난 주말에 모처럼 야외에 나가보니 연분홍의 복숭아꽃이 만발했더군요. 들판에는 푸른 초목이 힘차게 솟아나고 있었고 물가의 버드나무는 솜털 같은 눈망울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평원은 일단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 지평선의 아름다움을 줍니다. 대지의 끝자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륙의 평원은 크고 웅장하고 넓기만 합니다.
 
이 광활한 대지에 3월의 봄이 밀어 닥치면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검붉은 황갈색의 평원은 숨이 차도록 초록의 빛으로 변해 갑니다. 그리고 천지 사방에서 노란 유채꽃을 듬뿍 가슴에 안고 찾아오기도 하고 벌판의 작은 농로와 웅덩이 가장자리에 서 있던 온갖 나무들은 제 각각 그 화려한 꽃을 터트리곤 합니다.

중국의 평원! 아! 심장을 터트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겨우내 이방의 땅에서 맛 본 외로움과 추위 그리고 인생의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 속으로 엄습하며 심어 주었던 삶의 고독을 일거에 씻어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중원의 땅은 생동하는 우주의 질서에 본격적으로 합류를 하는 겁니다. 다시 일 년의 시작을 힘차게 출발한다는 뜻입니다. 멋있습니다. 아름답고 웅장하고 위대하기도 합니다. 초라한 인간의 모습에 위로와 따듯함 그리고 희망이라는 용기도 선사해 줍니다. 중국의 평원! 아! 우리의 심장에서 이미 맑은 샘물을 터트려 주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읽어 본 책에 중국 사람이 이런 글을 썼더군요.

왜 중국에는 KFC와 맥도날드 같은 명품 프랜차이즈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중국에 얼마나 많은 음식이 있는데, 왜 하필 중국인들은 미국에서 들어 온 KFC의 닭고기와 맥도날드 햄버거에 그토록 긴 줄을 서며 열광하느냐는 뜻입니다.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먹는 종류로 치자면 지금도 개구리 같은 음식은 골목 식당 아무데서도 먹을 수 있는 동네입니다. 국수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고 닭고기 요리도 엄청납니다. 땅이 넓다 보니 지역마다 특색 있는 요리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주말이면 맥도날드와 KFC는 사람이 메워 터지느냐는 겁니다. 중국의 요리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짜증이 나는 겁니다.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토종 프랜차이즈가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중국인들의 표준화 그리고 시스템화 하는 능력의 부재를 들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다고 그냥 전국적인 프랜차이즈가 성공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물론, 그런 사실을 중국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알면서도 안 되는 겁니다.

특별히, KFC는 중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외국 기업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KFC의 감칠맛 나는 닭고기가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겁니다. 속된 말로 환장을 하며 먹습니다. 문제는 이 특유의 맛이 성공 요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중국에도 그 정도 맛있는 닭고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기에 핵심적인 노-하우가 있을 겁니다.

저자는 중국 하얼빈 중심가의 세 개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비교하더군요. 역시 KFC와 맥도널드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한국의 롯데리아입니다. 결과적으로 롯데리아는 장사가 안 되고 두 곳은 성황을 이룬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나름대로 여러 원인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의 핵심은 고객이 맥도날드와 KFC에 들어가면 왠지 마음이 편하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면 마치 집에서 웃고 떠들면서 먹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반면에 롯데리아는 일렬로 각이 잡힌 회의 식 좌석 구조, 입구가 좁아서 괜히 들어가기에 부담을 주는 느낌, 심지어는 소지품을 조심하라는 문구도 롯데리아는 “소지품을 조심하라. 잃어버려도 우리는 책임 안 진다. 훔쳐간 사람은 고발 하겠다”고 경고하는 반면에 두 곳에는 “소지품을 조심 하세요. 우리는 고객의 귀중한 물건을 잘 지켜 주고 싶습니다.” 이런 겁니다.

제가 굳이 한국 기업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중국인들을 고용하는 외국 기업의 운영 방법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우리가 중국에 진출해서 한번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는 대목일 겁니다. 결국은 중국의 고객도 사람입니다. 사람을 감동시키고, 편하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면 고객은 오는 겁니다.

어쩌면 중국인들은 이런 면에서 더 쉽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의외로 중국 사람들은 순수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계산이 빠르고 장사의 기술은 능통하지만 바탕은 아주 순수합니다. 중국의 오랜 동양적 전통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깊게 사귀어 보면 중국인들의 단순함과 순수함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한 번 마음을 주면 순수한 우정과 의리는 아주 강한 사람들입니다. 지레 겁을 먹고 사업적인 관계로 따지고 계산만 해서는 오히려 그들을 당할 수 없을 겁니다. 차라리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완벽한 계약서 열 장 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알다시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사랑과 인간의 정 그리고 따뜻한 우정이 최소한 겉으로는 잘 표출이 안 되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집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는 일은 아주 힘듭니다. 아직도 소학교와 대학에서는 군대식 조회를 합니다. 대열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힘차게 걸어가야 합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한 달간 군사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남녀가 따로 없습니다. 사회적인 환경이 딱딱하고 무겁고 형식적이고 관계적이면 사람의 겉모습도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중국 사람들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따뜻하게 다가가면 속으로는 엄청나게 감동하는 사람들이 중국인입니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왜 요즘 중국에서 폭풍같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일까요? 인간, 아니 중국인들 가슴 속에 잠자고 있었던 속마음을 마구 건드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고(?) 재미난 스토리와 함께 그 저변에 흐르는 내용이 녹차 같은 따뜻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본군과 싸우고 국민당과 싸워서 위대한 공산당이 승리한다는 내용이 아닌 겁니다.

중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고객과 종업원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아마도 현지화라는 명분에 입각하여 한국식으로 세련되게 표준화되고 시스템화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맥도날드와 KFC는 분명 그 이상의 표준화를 실행하여 중국 땅에서 오늘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론적인 시스템과 표준화의 수준을 뛰어 넘는 디테일과 고객을 따뜻하게 대하는 시스템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똑같은 중국인 종업원이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면 그들의 능력도 분명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가 많이 변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인처럼 더 이상 순수하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죽기 살기로 경쟁해야 겨우 먹고 사는 동네가 된겁니다. 아닌가요?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한번쯤 정말로 따뜻하게 안아 주고 격려해 준적이 있는지요?
 
저는 식당에서 자주 안아 줍니다. 딸같은 여자 종업원에게는 “사랑스런 우리 중국 딸!”이라고 말해줍니다. 저는 그 날, 그 직원이 업무가 끝나는 시간까지 아주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론 교육을 1주일 이상 시킨 효과 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 줍니다.

물론, 자주 오는 고객도 헤어질 때는 안아 줍니다. 한두 번은 어색해 하던 고객도 어느 새 단골이 되어 찾아옵니다. 그리고 어쩌다 안아 주는 것을 잊어버리면 서운해 합니다. 진정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인간의 정은 이렇듯 이방 땅에서도 만병통치약이 되는 겁니다.

우주 만물에 봄이 찾아오는 원리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늘이 차가운 대지에 따뜻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따뜻한 온기와 햇살 그리고 포근한 봄비가 얼어붙었던 대지와 골짜기를 활짝 열어 주는 겁니다. 이 넓은 땅도 이렇게 쉽게 열리는데 왜 좁고 좁은 인간의 가슴이 안 열리겠습니까? 다시 시작되는 한 주간도 부디 건강하시고 봄기운에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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