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캄보디아에서 박카스'대박'이 한류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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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캄보디아에서 박카스'대박'이 한류때문?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3.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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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성공신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박카스는 고국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드링크의 대명사다.

이처럼 오랫동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박카스가 캄보디아 수출 3년 만에 폭풍성장을 했다. 2012년에는 172억 원(약 6천만 캔), 지난해에는 무려 277억 원(약 1억 캔)의 매출을 올렸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한마디로 수직상승이다. 고국에서처럼 캄보디아에서도 박카스 신화가 재현되는가?

이런 눈부신 실적은 캄보디아 전체 인구가 1천400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연간 국민 1인당 6~7캔을 마셨다는 결론에 이른다. 작년에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세계적인 에너지드링크 '레드불'을 사업 시작한 지 불과 2~3년 만에 꺾어 큰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 박카스 성공신화를 이끈 캠골드사(社) 속 삼랑 사장의 모습. 속 삼랑 사장은 박카스 성공요인에 대해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을 통해 피로회복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건강음료로 포지셔닝한 것이 적중했다"고 밝혔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박카스는 의약외품이 아닌 에너지드링크로 판매되고 있다. 깨지기 쉬운 병 대신 길다란 캔의 형태로 팔리고 있으며 콜라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고 있다. 참고로 캄보디아 화폐로 콜라캔 가격은 슈퍼에서 2,000리엘(550원수준), 박카스는 3,000리엘(700원수준)이다. 캄보디아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 안팎인 저소득 국가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할 만하다.

수출업체인 동아쏘시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캄보디아 상황이 박카스가 처음 출시된 우리나라 60년대와 비슷해 노동자들이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에 맞춰 피로회복에 대한 개념을 길거리 광고, 옥외광고, TV광고 등으로 부각시켜 유명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또 "드라마 대장금, 올인 등이 한류열풍을 일으켜 한국 제품 선호도가 올라간 덕도 봤다"고 지난 4일 국내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으며, 주요 경제 관련 언론들도 그동안 비슷한 내용들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렇듯 한국기업의 해외성공스토리는 지난 소치올림픽 금메달소식 만큼이나 현지에 사는 재외국민들 입장에서는 늘 가슴 뿌듯한 뉴스다. 하지만 이 제약회사가 일부 언론에 밝힌 '박카스가 캄보디아에서 성공한 이유에 대한 분석 내용'에 대해 제3국으로의 해외진출을 꿈꾸거나 이미 진출한 우리 재외동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캄보디아상황이 한국의 60년대와 비슷해 박카스가 노동자들을 위한 피로회복제 개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회사관계자가 말한 부분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루가 멀게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수도 프놈펜은 요즘 도시전체가 '공사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근로자들을 위한 피로회복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현지 실정에 맞는 시장공략이 주효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한국의 6~70년대 경제상황과 비슷한 동남아의 주변 나라들, 예를 들어 태국이나 베트남, 미얀마 등과 그밖에 전세계 비슷한 경제수준을 가진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는 왜 캄보디아처럼 박카스 열풍이 불지 않는 것일까?

▲ 박카스 현지 열풍을 취재중인 한국 모 공중파 방송팀의 취재 모습. 해외진출기업의 성공을 오직 한류열풍으로 몰아가는 언론보도 자세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동아제약이 지난달 12일 머니투데이에 밝힌 전년도 수출실적에 따르면 매출액 305억원중 캄보디아에서 올린 금액이 277억원이다. 즉 캄보디아에 수출하는 양이 전체중 무려 90%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 수출실적이 맞다면 다른 여러 나라에 대한 수출성과는 10% 남짓의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시장진출한 것이 주효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기업관계자의 말처럼 60년대의 유사한 시대상황만을 단순 비교해서 캄보디아에서의 성공케이스를 설명하기엔 뭔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대장금, 올인 등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열풍으로 제품선호도가 올라가는 덕을 봤다"는 회사 관계자의 설명 역시 뭔가 2% 부족하다. 왜냐하면 한류열풍이 전세계에서 유독 캄보디아에서만 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이 제품의 매출에 기여한 것은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 한류열풍이 뜨거운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박카스가 캄보디아 처럼 눈에 띌 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리는 줄곧 "한국브랜드의 해외진출 성공은 한류열풍 덕"이라는 등식을 아무런 검증작업 없이 '기정사실화'하고 더 나아가'일반화'하는 경향까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나 데이터가 없는데도 말이다.

지난 2012년 수도 프놈펜에 CJ그룹계열의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방식으로 계약, 오픈한 현지기업 CBM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 Mr. Silla도 지난 달 가진 인터뷰에서 "한류열풍에 힘입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일부 한국언론의 기사내용에 대해 들은 바 있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 지난 2012년 수도 프놈펜에 CJ그룹계열의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방식으로 계약, 오픈한 현지기업 CBM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 Mr. Silla도 지난달 가진 인터뷰에서 “한류열풍에 힘입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일부 한국언론의 기사내용에 대해 들은 바 있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한국브랜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한류열풍을 이용해 마케팅한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며, 향후 한국인 모델을 광고에 쓸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이커리의 특성상 한국브랜드라는 사실이 반드시 현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만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솔직한 설명이었다.

여전히 성업중인 프놈펜 시내 모니봉대로의 그 베이커리를 기자가 직접 찾아가 "이 제과점이 한국브랜드라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지인 고객 대부분은 "한국브랜드인 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베이커리를 찾는 이유에 대해 "빵이 맛있고 인테리어가 세련돼있기 때문"이라는 기대(?)를 빗나간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박카스 캄보디아 영업판권을 갖고 있는 캠골드사(社) 속 삼랑 사장 역시, 기자와 최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한류열풍이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국 단위 유통망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을 통해 에너지드링크가 피로회복은 물론, 마치 인삼처럼 건강에도 좋은 음료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동아제약 관계자가 일부언론에서 밝힌 설명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었다.

같은 시장을 놓고, 기업관계자와 현지 사장이 내놓은 성공에 관한 분석이 이렇듯 판이하게 다른 이유는 뭘까?

그런데,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기업이 생산하는 박카스가 해외진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언론에 소개 되고 있지만, 캄보디아시장을 직접 개척한 것은 실제로는 ‘캠골드’라 불리는 100% 캄보디아인 지분의 회사다.

현재 이 회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속 삼랑씨가 박카스 한국본사를 직접 찾아가 판매영업권을 딴 것이 캄보디아 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현재 동아제약의 역할은 캄보디아 영업판매권을 가진 현지기업체의 주문에 따라 물량을 컨테이너로 보내주는 수준이다.

사업초기부터 경영은 물론이고, 현지 마케팅과 영업망 확충 등 주된 비즈니스는 본인이 직접 도맡아 진두지휘해왔다고 속 삼랑 사장은 밝혔다. 이 기업의 관계자 역시 "한국회사측이 현지 마케팅과 관련하여 도움을 준 것은 현지 TV 광고비 등 전체 광고비의 대략 50% 정도 보조하는 수준"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이쯤 되면, 박카스의 캄보디아 '대박'성공은 중국과 러시아에 진출한 초코파이나, 삼성의 휴대폰처럼 한국기업이 현지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치열하게 땀흘리며 고생한 끝에 거두어들인 비즈니스 성공모델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캄보디아에서의 박카스의 성공에 대한 기업관계자가 언론에 내놓은 분석내용이 다소 궁색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브랜드에 대해서는 무작정 열광하면서도 정작 "이 상품이 해외에서 왜 성공했는지?"또는 "실패한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분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과에 맞춰 원인과 이유를 짜맞추는데 급급하다. 대부분의 한국언론, 심지어 경제전문지들 마저도 성공한 브랜드의 성공스토리의 화려한 외면만 대서특필할 뿐, 성공 원인에 대해 또는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는 깊게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기업들 역시 이에 대한 설명이 궁색할 때는 늘상 '한류열풍' 덕분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외화를 벌어들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공스토리를 애써 깎아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캄보디아에서 소위 대박을 친 박카스와 같은 우리나라 브랜드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하지만, 해외진출 기업들의 성공신화스토리를 오로지 ‘한류열풍’이라는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틀 안에 가두어, 정확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는 마구잡이식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향후 해외진출을 꿈꾸는 많은 우리 기업들과, 특히 전세계에서 살면서 제3국으로의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700백만 우리 동포들이 이렇게 와전된 성공스토리에 대한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현지 시장상황을 잘못 오판하게 만들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공략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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