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든 통일운동은 문화운동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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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모든 통일운동은 문화운동으로부터"
  • 이우태 기자
  • 승인 2014.02.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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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 김희정 대표

▲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의 올해 첫 사업은 도쿄에서 열리는 제5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공동응원단 구성"

일본유학을 목적으로 한창 나이에 현해탄을 건너갔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동포들이 만든 시민운동단체인 ‘원코리아’에서 자원봉사 활동 중 아예 이 단체에 뛰어든 후 20년동안 활동해오던 김희정(사단법인 원코리아)대표가 고국에 왔다가 본지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해 12월30일 외교통상부로부터 ‘사단법인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부족한 제가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추진 중이던 여러 가지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일 때문에 여기 저기 발품을 팔고 다녀 그런지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얘기에는 야무지게 응대했다.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은 올해 남북 군사 대치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인 DMZ에서 오는 10월 3일부터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 두 번째 행사를 열 계획이다. 비무장지대를 평화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신뢰를 쌓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날짜를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개천절)'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취지로 계획 중인 ‘DMZ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 2014’는 재외동포들과 국내의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문화행사로서 화합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 한다”

“제가 공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은 전 세계 720만 재외동포들과 국내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문화공동축제로 승화시키려고 한다. 이 행사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님이 대회장을 맡아 주시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이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 해 주시는 원유철의원님, 김성곤의원님, 서만철 공주대학교총장님, 구천서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님, 영담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사장님, 서상록 전 삼미그룹부회장님 등을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문화 예술가들이 자문위원으로 저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다”

“전통음악 공연과 한국영화 상영, 그리고 한류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POP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학술교류와 한국기업 홍보를 위한 산학협력 이벤트 등을 통해 ‘글로벌 코리안’을 구축할 것이다”

“이런 행사가 일과성,단발성 행사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도 구상 중이다. 지역간 연대를 통한 문화축제, 소외된 이웃을 위한 희망프로젝트, 차세대들의 정체성 및 자긍심 고취를 위한 한국역사문화기행, 문화장학생 선발,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 확장 등 멀리 내다 보며 사업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해외에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미주지역에서는 이미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이 가동 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애틀란타에서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 미주 총연합회(회장 유인상) 총회가 열렸다. 이처럼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서로 연대하며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이번에 해외에서 제일 먼저 열린 미주 위원회의 총회는 그런 점에서 더욱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이 주최 또는 파트너로 관계하고 있는 행사들이 현재 정해진 것만해도 12개가 넘는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렇게 각 국에서 열리는 행사들은 같이 연대해 기획을 하는 등 준비단계에서부터 참여를 한다. 또 이런 행사들을 온라인 통해 생중계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 ‘코리아’의 주인공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하지원 씨를 비롯해 제1회 ‘원코리아상’을 받았던 현정화 감독이 이끄는 ‘코리아 탁구단’도 이번 행사의 전면에 나서 함께할 것이다. ‘코리아 탁구단’은 영화인들을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도 이번 행사에 공감하고 적극 나서 함께 하기로 했다”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의 올해 첫 사업은 오는 4월 28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코리아탁구단’과 함께 국적을 초월한 응원단을 꾸리고 합동 응원이 될 것 같다.

올해 5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41회 대회에 남북이 ‘코리아’라는 단일팀으로 출전해 우승한 때의 감격과 기억을 되살리고자 원코리아 통일응원단을 만들 생각이다.

국적초월의 이 응원전을 계기로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와 남북관계를 이념과 사상을 떠나 오로지 시민들 입장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로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일은 최근 우경화 바람을 타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일코리안’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일본에는 한국에 우호적이며 관심이 큰 일본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여기에 민단과 총련과의 갈등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는 동포들에게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서 서로간 이해와 화합, 동질감 등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이 일을 하려는 나의 목표이자 소망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듯 의지와 신념이 분명했지만 일본생활 20여년에 대해서는 회한과 아픔도 많은 듯 했다.

“미래의 꿈과 포부를 안고 일본에 유학을 왔다. 공부를 하면서 마치 운명처럼 시민운동에 발을 담그게 됐다. 그게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났다. 일본에서 시민운동하기란 매우 어렵고 고달프다.
 
더욱이 ‘통일’이란 담론을 갖고 이 일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민단과 총련과의 관계 때문에 내내 이념의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했다.

‘통일’은 한민족 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지상 과제이자 염원 이지만 이젠 ‘통일’이라는 단어 자체에 염증이 생길 정도다. 민단과 총련이 공존하는 일본에서는 더욱 힘들었다.

내가 요즘 들어 화들짝 놀라 깨우친게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선의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모든 걸 끌어않고 가겠다는 소위 ‘선구자’적 의식이나 생각을 버렸다.

또 하나, 남들에게 지원이나 기부에 의존하는 운동은 이제 그만하자.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나만 옳고 바른길로 간다는 생각도 버렸다.

‘통일운동’을 ‘문화운동’으로 바꾼 가장 큰 이유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도 있지만, 나에게는 ‘모든 통일의 길은 사람 중심인 문화를 통한다”

그는 현재 한국과 일본을 바삐 오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인제대 대학원에서 ‘통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업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축제를 통한 재일코리안의 통합적 문화운동에 관한 연구(부제-원코리아페스티벌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학위논문상을 탈 정도로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가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원코리아 온누리 페스티벌’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나눔’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나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재외동포들 성금으로 장학금을 주는 사업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오늘도 현해탄을 넘나들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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