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긍정의 힘으로 일군 '초이스택시' 최대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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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긍정의 힘으로 일군 '초이스택시' 최대용 씨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2.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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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에서 택시사업 성공 이어 시내버스운송사업에도 도전장

▲ 캄보디아 택시사업 성공에 이어 시내외버스운송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민 최대용 (주)초이스운수 사장.

일본에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MK택시'가 있다면, 캄보디아에는 '초이스 택시'가 있다. 지난 2009년 캄보디아 최초로 택시운수사업권 면허를 딴 초이스택시() 최대용 사장이 최근 캄보디아 건설교통부로부터 시내버스운행 사업권을 따내 현지교민사회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평소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 조차 힘들다는 그와 어렵게 전화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사업장이 위치한 프놈펜 시내 노스브릿지학교 근처로 한달음에 찾아갔다. 최근 새로 옮겼다는 사업장은 수십여 대에 이르는 노란색 초이스 택시들이 정비와 세차를 마친 후,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자체 운영중인 정비소 밖으로는 요란한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부품을 교환하거나 차량을 수리하는 작업복차림의 정비공들도 보였다.

잠시 기다리는 틈을 타 주변 경관을 카메라렌즈에 담고 있는 사이, 오늘의 인물, 최대용 사장이 나타났다. 급한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조금 늦었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그의 검게 탄 얼굴엔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혀 있었다. 늘 노란색 회사 유니폼을 입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성공한 사업가 답지 않게 누구를 만나든 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하고 예의바른 그의 모습은 후덕해보이는 인상만큼이나 보기 편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들어온 지 5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 정착한 베트남에서 산 기간까지 따지면 무려 20년이란 시간을 동남아에서 보낸 인물이다. 베트남에서 운송사업을 시작한 최사장은 그곳에서도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웃나라인 캄보디아 시장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불과 4~5년전 만 해도 캄보디아는 대중교통수단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주요교통수단은 트럭이나 툭툭이라고 불리는 삼륜오토바이택시와 모토가 고작이었고, 택시는 커녕 그 흔한 시내버스조차 없었다. 대중교통의 미개척지나 다름없긴 했지만, 매년 경제성장률 7%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경제상황과 더불어, 무엇보다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보다는 제약이 적어 사업환경이 더 유리하다고 최사장은 판단했다. 그래서 늘 머릿속으로 캄보디아 시장의 잠재가능성을 파악하면서,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이를 위해 그동안 버스로 7시간이 걸리는 호치민과 프놈펜을 수 십여 차례 오가며, 발품을 팔며 현장답사와 시장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2009년 무렵이 돼서야 비로소 캄보디아시장에 뛰어들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곧바로 주사업무대를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옮기고, 그해 10월부터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택시운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 생각처럼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남아에서 오래 살아 나름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이웃나라인 베트남과도 사업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도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얻은 것은 베트남과 비교해 안되는 일도 없지만, 반대로 되는 일도 없는 게 캄보디아라는 교훈이었다.

▲ 지난 2009년 10월 첫발을 내딘 이래 불과 5년여 만에 현지화에 성공한 후 현재는 130여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주)초이스택시 사업장의 모습.

지금 주요고객은 현지인이 80% 이상 

심지어는 택시기사를 모집하는 일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시험을 봐서 운전면허를 딴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운전면허증은 소지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교통법규도 잘 모르고, 운전조차 서툰 입사지원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렵게 면접을 보고 직접 운전실기시험도 보고, 운전기사를 뽑아 채용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고 한다.
 
운전기사들이 서비스 마인드가 거의 없다보니, 차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등장한 택시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과 홍보가 부족하던 때라, 초이스택시의 주고객은 대부분 한국교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택시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른 새벽녘부터 늦은 밤까지 운전기사들의 서비스불만족을 호소하는 한국고객들의 전화도 숱하게 받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손님을 못 찾아 엉뚱한 장소에서 대기하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고, 손님과 요금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내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는 기초적인 서비스 마인드 교육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시로 운전기사들을 포함한 전체 직원들을 모아 친절서비스교육은 물론이고, 안전운행을 위한 세부지침도 일일이 가르쳤다.
 
그 결과 서비스가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6개월쯤 지나자 고객들의 불만접수건도 눈에 띄게 줄고, 이와 더불어 점차 초이스택시가 현지사회에 조금씩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2년을 더 고생한 끝에, 비로소 사업이 어느 정도 정상괘도에 올랐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신규차량을 추가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프놈펜 시내 어느 곳이든지 1~20분 이내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어요. 일반 승용택시뿐만 아니라 최대 7~8명까지 탈 수 있는 미니승합차도 들여와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요

사세가 확장됨에 따라 현재 초이스택시가 보유한 차량수만도 현재 130대가 넘는다. 그중 30여대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유명관광지 씨엠립에서 외국관광객들을 상대로 운행중이다. 프놈펜 만큼 시장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현지 거주 유럽인들과 단골손님위주로 꾸준히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택시라 불리는 중국계 회사도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이미 경쟁체제로 돌아선 상태다. 그러나 경쟁상대가 생겼다고 해서 사업이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택시수가 늘어 쉽게 어디서든 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오히려 택시의 현지 대중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사장의 말에 따르면, 사업 초창기엔 한국고객들이 80%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전세가 불과 2~3년여 만에 뒤바뀌어, 현재 초이스택시 고객중 현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90% 수준에 육박한다고 그는 밝혔다.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4~5년만에 현지화전략에도 성공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결과다.

이제 웬만한 현지인들도 택시요금이 그동안 택시대용으로 사용해온 툭툭(삼륜오토바이택시)보다 거리나 장소에 따라서는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터정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툭툭이나 모토처럼 요금을 둘러싸고 다툴 필요도 없으며, 일년중 우기가 절반인 이 나라에서 비도 피할 수 있고 연중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바람도 셀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지중산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택시운수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한국교민으로서는 드물게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초이스택시는 최근 시외버스운행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달 말부터 프놈펜과 씨엠립 구간 시외버스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우등고속버스도 우선 3대를 들여왔다.

수도 프놈펜에서 약 314킬로 떨어진 씨엠립은 앙코르와트가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외국관광객들의 수요가 넘치는 황금노선이다. 현재 메콩익스프레스 등 6개가 넘는 현지버스회사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캄보디아 최고 재벌 끗맹 회장이 이끄는 로얄그룹 마저 재작년부터 신형버스를 들여와 씨엠립 구간 장거리버스노선에 최신형버스를 대거 투입한 상태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탓에 4~5년 전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한국계 모 버스회사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아픈 사례가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노선을 두고 다른 기존 운송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특별한 메리트가 있는지 다소 우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저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다른 경쟁회사들이 운영하는 버스들은 워낙 노후한데다 6~7시간을 달리는 장거리 버스가 대부분 45인승 버스라서 승객들이 장기간 좁은 좌석에서 견디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저희가 새로 도입한 버스는 한국의 우등고속버스로 좌석이 넓고 쾌적한데다 거의 새차나 다름없어 승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판단해요. 로얄그룹이 들여온 차량도 결국 45인승으로 비좁아 새차라는 장점 외엔 별다른 큰 메리트가 없어요. 게다가 저희는 차량에 WIFI도 설치해서 승객들의 서비스 편의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구요.”

()초이스운수는 이미 지난 1월 말 일주일간 시범운행을 마친 후 이달초부터 프놈펜-씨엠립 구간 시외버스 운행을 본격 시작했다. 현재 시외버스정류장은 올림픽 스타디움 옆 호치민행 금호삼코버스 정류장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베트남과 곧바로 연계되는 노선운행이 가능해 베트남 승객들의 앙코르와트 관광도 한층 수월해지게 되었다. 게다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24시간 상시 대기중인 초이스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서, 보다 신속한 시내이동도 가능해졌다.

▲ 최대용 사장은 오는 5~6월부터 프놈펜 시내버스사업을 본격 추진, 현지인들의 불편을 덜어줄 계획이다. 최대용 사장은 '초이스택시'가 캄보디아에서 툭툭(삼륜오토바이택시)을 대신하는 대중교통으로 자리잡을 날을 기대하고 있다.

프놈펜 시내버스사업에 도전장을 낸 최대용 사장

현재 최사장은 금년 상반기중 또 다른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대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도 그동안 시내 출퇴근자들을 위한 시내버스 운영안을 여러 차례 검토했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최사장이 캄보디아 정부에 과감하게 시내버스운송사업권 면허를 신청했고, 금년초 첫번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앞으로의 중장기 시내버스 운영계획에 대해 물었다.

관계당국과 조율을 거쳐, 금년 5~6월부터 시내버스사업을 본격 시작할 예정입니다. 일본다리에서 베트남 다리까지 대략 8.5km 구간 시내버스를 1차 운행할 계획이며, 사업성과를 점진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으로는 시내 권역별로 최대 10대 노선까지 운영할 계획을 잡고 있어요. 노선별로 버스 10대씩 총 100대 정도를 구입할 계획이 갖고 있구요. 요금은 15백리엘(400원정도)”로 책정할 계획으로 정부측과도 협의를 진행중이구요.“

 

그의 성공 비결은 긍정의 힘

앞으로의 또 다른 꿈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최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꿈은 전유럽 대륙에서 널리 애용되는 유로패스처럼 인도차이나반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메콩익스프레스 패스를 만드는 거에요. 패스 한 장이면 어느 나라에서든 버스나 기차, 배 등 원하는 교통수단을 환전이나 가격흥정 같은 불편함을 겪지 않고, 누구나 여행을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죠. 호텔숙박 결제기능도 넣어 이 패스 한 장으로 모든 게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요. 제 생애 마지막 꿈이죠.”

인터뷰 내내 그의 스마트폰이 쉴새 없이 울려왔다. 바쁜 사람을 너무 오래 붙들고 시간을 끄는 게 아는가 싶어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동안 캄보디아라는 나라가 사업투자유망지로 국내언론에 소개된 적은 많다. 그러나 실상 뚜껑을 열어보면 솔직히 지금까지 그다지 성공했다고 내세울 만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언론에 그럴 듯 하게 포장되어 마치 크게 성공한 것처럼 내비친 기업들중엔 초기에 반짝하다가 결국 현지화에 실패, 실패로 점철된 케이스가 워낙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중소기업들의 10년 이상 생존률이 고작 25%도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조사가 나와 있다. 해외 재외동포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지만, 확률상 해외진출 성공가능성은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점에서 초이스택시 최대용사장의 성공은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다른 재외동포사회를 통틀어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손꼽을 만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불현 듯 그가 한말이 떠올랐다.

캄보디아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면 세계 어디에 가도 성공할 수 없어요.”

이 말이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이를 명확히 정의해주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낯선 외국에 나가 사업에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외국에 나오면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부터 시작해서 뭘 하든 지간에 내가 살던 땅보다 배 이상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그동안 살아 온 경험으로는 최대용 사장 말처럼 캄보디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말로 사업하기 좋다고 보기도 힘들다.

캄보디아에서건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실패한 사람들 대부분은 주변요건을 탓하기 일쑤다. 자신 스스로에게서 문제점과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교훈을 얻지 못하면 결국 실패 뒤에 도전 역시 또 다른 실패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는 오로지 긍정적인 마인드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과감한 결단으로 남들이 힘들어하는 어려운 난관들을 의연하게 극복해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늘날 이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긍정의 힘’, 그게 바로 초이스택시 최대용사장이 갖고 있는 성공전략이자, 키포인트였다.

<캄보디아에서 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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