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페인 음악교과서에 ‘아리랑’ 싣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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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페인 음악교과서에 ‘아리랑’ 싣겠다 ”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2.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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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서 한국가곡·민요로 한류 전파하는 임재식 밀레니엄합창단장

▲ 임재식 밀레니엄합창단장. 지난 3일 본지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말과 우리노래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K-POP이 난리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크게 흥행하면서 K-POP은 이제 지구촌 어디를 가도 흘러나오는 음악이 됐다. K-POP 열풍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음악 뿐 아니라 한국문화까지 친숙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오늘날 한류가 생겨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K-POP이 한류의 중심이 되기 전부터 유럽사회에 한국음악을 널리 알린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스페인 밀레니엄 오케스트라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임재식 단장이다. 임재식 단장은 스페인 국영방송국 합창단원 중 현지인 25명으로 밀레니엄합창단을 조직, 단원들이 한국어로 한국가곡과 민요를 부르도록 가르쳐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서구의 음악을 기반으로 만든 K-POP과는 달리 임 단장은 진짜한국음악으로 승부한다. 그의 지휘 아래 현지 스페인 합창단원들은 아리랑뿐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낯선 그리운 금강산’ ‘한오백년등 전통 한국가곡과 민요 50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지난 4일 열렸던 본지 주최 ‘2013 올해의 인물시상식에서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임재식 단장은 시상식 전날 재외동포신문사에 갔을 때만 해도 그냥 담담한 기분이었는데 상을 받고 난 뒤 이 상이 대단히 큰 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상식 전날인 지난 3일 본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우리 음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똘똘 뭉쳐있었다.

임재식 단장이 스페인으로 건너간 건 1983년이다.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그에게 한국은 좁았다.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대신 피카소달리의 나라 스페인을 선택한 것도 남들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후 스페인 왕립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스페인시립합창단 멤버로 활동하던 그에게 어느 날 한국음악을 스페인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찾아온다.

당시 스페인시립합창단 동료 중 한 명이 저에게 오디션 때 부를 자유곡으로 한국노래를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전 평소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동심초라는 곡을 그에게 가르쳐줬죠.그때 바로 전 프로성악가가 되어 한국음악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평소 한국음악을 무시했던 스페인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는 15년 동안 합창단을 꾸리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다 1999년 스페인 국영방송국 합창단원들을 모아 밀레니엄합창단을 창단,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 밀레니엄합창단이 스페인 국영방송 rtve에서 공연한 모습. 합창단원들은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한국가곡·민요를 불렀다.
임 단장은 무명과도 다름없던 합창단의 공연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LG스페인법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 위해 그들을 1년 동안 설득한 일은 그의 열정과 집념을 보여준다. 이후 스페인국립극장 등 스페인 전역에서 4년간 공연을 하게 된 합창단은 TV를 통한 홍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임 단장의 노력 끝에 스페인 공영방송 rtve에 출연하게 된다.

합창단 방송을 부탁하기 위해 rtve를 찾아갔는데 한 연출자의 부인이 우연히 왕립음악학교 동창이었어요. 연출자 또한 한국음악을 알리려는 제 말을 듣고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했죠. 한 번 방송이 나간 뒤부터는 반응이 좋아 14년 동안 rtve를 통해 스페인 전역에 합창단 공연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사실 밀레니엄합창단이 처음부터 한국어로 노래를 한 것은 아니었다. 밀레니엄합창단 초창기 공연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스페인·유럽·남미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반주도 있었다. 그러다 임 단장이 차츰 스페인 합창단원들에게 한국노래를 가르쳤고 현재 그들은 공연 때 전통한복을 입고 한국민요를 부를 정도다.

임 단장이 스페인 사람인 단원들에게 한국노래를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한글과 한국노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굳은 자긍심 덕분이었다.

처음 단원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조사 ’ ‘발음이었어요. 한국 성악가들조차도 조사를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걸 보고 저는 이들이 발음을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했죠. 한국사람이 아닌 이들이 우리노래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가사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임 단장은 내한공연도 결국 한국 사람들에게 우리 노래의 소중함과 우수함을 알리고 자부심을 가지게끔 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국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의 세계화’”라고 말했다.

▲ 4일 열린 '2013 올해의 인물' 시상식에 참석한 임 단장과 가족들.
인터뷰 도중 임 단장은 기자에게 밀레니엄합창단 공연 중 한복을 입은 스페인 아이들이 아리랑’ ‘오빠 생각등을 부르는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을 보면서 그는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사는 서양인들이 한국말로 한국노래를 부르는 생경한 모습에 기자 역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임 단장은 우리의 과 스페인 플라멩코를 결합하는 공연을 무대에 올린 적도 있다. 창이 가진 과 플라멩코의 의 정신을 결합, 창을 하는 사람과 플라멩코 가수의 협연을 세계 최초로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임 단장이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및 남미 진출이 우선 그의 첫 소망이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미국에 공연을 가서 그날만은 우리 한국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에도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데 기여하고픈 바람입니다

밀레니엄합창단은 오는 813일부터 29일까지 내한을 앞두고 있다. 한국노래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합창단의 노력에 비해 아직 국가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지만 임 단장은 올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직접 공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스페인 음악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리고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합창단원들이 우리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임 단장의 꿈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우리노래를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이 가장 필요한 양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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