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즈베키스탄에 한국학교 설립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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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즈베키스탄에 한국학교 설립이 꿈”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2.05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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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흑연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학교설립 위해 100억 모금 중”

▲ 본지 사무실을 방문한 이흑연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우즈베키스탄에는 감자 캐는 김태희가 있다는 말이 있다. 김태희와 같은 출중한 미모의 여성들이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흔하다는 우스갯소리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방송에 출연한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의 외모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이처럼 미녀가 많이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29일 본지 사무실을 방문한 이흑연(62)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은 이 같은 입소문에 대해 감자 캐는 김태희라는 말을 알고 있긴 한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즈베키스탄 미녀만큼이나 말끔한 인상의 이 회장은 지난 123일과 24일 열렸던 러시아·CIS 한인회총연합회 서울총회에 참석한 이후 피곤할 법도 했지만 짬을 내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본지 이형모 대표와 재외동포들의 주요 관심사와 현지 상황에 대해 대해 얘기를 나눈 후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미소로 우즈베키스탄 한인사회 얘기를 풀어놨다.

17년 전에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간 이흑연 회장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에 살고 있다. 이 회장은 현직 한인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신문사를 운영해 한인회 운영비를 충당하는가 하면 자신의 사업체 CEO 등 여러 직책으로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가끔 업무 차 한국에 와 있을 때면 한인회를 돌볼 시간이 적어져서 현지 한인회 교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오는 4월 말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으로서의 역할도 끝날 예정이지만 그는 후임회장이 될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하지만 "회장직을 누구보다도 잘 해오셨는데 연임을 해야 되지 않나요"라는 본지 이형모 대표의 질문에 가타부타 명쾌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한번쯤은 더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한인회내 여론과 자신의 속내를 무언의 답변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회장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교민들을 위해 한인일보라는 신문을 직접 발행하고 있다. 1998년 한인회 결성 2년 뒤인 2000년에 창간한 이 신문은 한인회원들로부터 운영비를 받지 않고 기업체 광고만으로 수입을 충당해 운영비용을 마련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현지 체육대회나 송년의 밤 행사를 통해 후원을 받기도 한다.

순 한글로 발행되는 한인일보는 7명의 전문배달원이 유료 회원 뿐 아니라 지방 지회까지 손수 배달한다. 구독료도 한 달에 10달러, 1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이 회장은 이날 본지와 '한인일보'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양 매체간 시너지를 높이자는 본지의 제안을 즉석에서 흔쾌히 수락 본지와 '한인일보'간 협약을 맺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실무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 본지 이형모 대표와 이흑연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본지와 우즈베키스탄 교민신문인 '한인일보'는 협약을 맺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는 한국학교설립사업 추진이 한창이다. 삼성에서 지원하고 있는 모스크바 한국학교를 제외하면 현재 CIS지역에 한국학교는 하나도 없는 상태다. 특히 현지에서 마땅히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고려인동포들을 위해 설립한다는 취지가 크다.

한국교민 자녀들이 한국 대학에 입학하기는 쉽지만 적응을 어려워해요.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이나 세종학당은 높은 경쟁률 때문에 들어가기도 어렵구요. 고려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한국학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회장은 “2~3년 내로 한국학교가 설립되면 입학비는 한국교민은 5,000달러, 고려인은 3,000달러로 책정할 계획이라며 이는 미국이나 영국계 학교 입학비인 18,000달러보다 월등히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한 학생 정원을 약 200정도로 예상했다.

한국학교 건립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한인회 측에서는 현재 약 100억원을 모금 중이다. 이 회장은 현재 국회와 접촉 중으로 국회에서 50, 후원기업에서 50억 정도 모금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원기업도 이미 현지에 진출해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대구에 소재한 것으로 알려진 성우 주식회사가 고려인 기부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후원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학교 이름이 성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학교 설립을 가장 먼저 제안한 전대완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인회 결성, 한인일보 창간 등 우즈베키스탄 교민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전대완 전 대사님이 없었다면 한국학교 설립은 꿈도 못 꿨을 겁니다. 계명대 특임교수이기도 한 전 대사님의 훌륭한 능력 덕분에 한국학교는 꼭 설립될 것입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면 이 회장은 애써 일군 자신의 사업체 CEO로서의 역할을 다할 예정이다. 그는 현지에서 양파망과 포장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 제품들은 주변국들에 거의 전량을 수출한다. 양파와 양고기를 주식처럼 먹는 우즈베키스탄과 주변국 사람들의 식성을 고려한 이 회장의 사업수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겸손하지만 자신감 있는 이 회장의 모습 때문일까. 120여개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그가 이끌고 있는 한인회를 통해 앞으로 한민족이 우즈베키스탄을 선도하는 민족으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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