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보고서 '하와이 한인동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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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보고서 '하와이 한인동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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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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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you), 이 떡 아주마(아줌마)가 스페셜(special) 만들었어, 리얼리(really) 맛있어.”


“인사이드(inside)는 조선 사람, 동해물과 들으면 눈물 나.”
한국어와 영어의 어휘가 뒤섞이고 반말이 일반화된 이 말들은 현재 생존해 있는 하와이 초기 이민 2세가 사용하는 언어다. 한국인 이민 1세대들은 한국어와 서투른 영어를 썼고 1.5세대는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서툴렀으며, 2세대는 자기들끼리는 영어를 하고 1세대에게는 서투른 한국말을 썼다고 한다. 한편 이중언어의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1960년대 이후의 후기 이민자들은 초기 이민의 후손과 또 다른 문화적 장벽을 경험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이 펴낸 ‘미국 하와이 지역 한인동포의 생활문화’는 1903년 첫 한국인 이민자들이 하와이에 도착한 지 100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재(在)하와이 동포들의 삶을 살펴본 보고서다. 이민 3세에 이르면 혼혈인구가 43%에 이르고, 설과 추석을 제외한 세시 풍속은 거의 사라지는 등 지난 100년간 하와이 한인들의 생활문화는 ‘혼성화(hybrid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연구는 최협 전남대 교수, 한경구 국민대 교수 등 5명의 인류학자가 작년 7월 호놀룰루 현지에서 지역사회의 구조, 친족, 경제생활, 의·식·주, 세시풍속 등 다방면에 걸쳐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새로운 문화에 어떻게 적응하며 정체성을 유지했을까? 초기 이민 1세들은 모든 것을 걸고 이역만리 하와이까지 찾아온 ‘사진 신부’와 결혼할 망정 현지인과 결합하는 사례는 매우 적었다. 그러나 2, 3세를 거치면서 한인끼리의 결혼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식생활에서도 의미 있는 ‘상징’이 나타났다. 초기 사탕수수 노동자들이 즐겨먹던 대구무침은 하와이의 현지 음식인 동시에 한인 동포들의 ‘민족음식’이 됐다. 의생활과 주생활, 생활용구에선 동포들과 현지인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통적 세시풍속은 거의 소멸되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그 자리에 들어섰지만 설날과 추석은 다시금 한인사회의 공동체 행사로서 단합과 결속을 다지는 방법이 됐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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