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탄핵 소식에 동포사회 충격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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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탄핵 소식에 동포사회 충격과 우려
  • 김진이
  • 승인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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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국정치가 서럽다
대통령탄핵 소식에 동포사회 충격과 우려
부재자 투표·이메일통한 참여 방안 모색

한국헌정사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으로 재외동포사회도 충격으로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탄핵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시각은 국내보다 조금더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전화번호 안내센터인 ‘하나넷’이 11일 미주 한인 300명을 대상으로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인의 51.3%(154명)가 ‘잘못됐다’고 답한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도 31.3%(94명)나 됐다. ‘관심없다’는 17.3%(52명)로 잘못됐다와 찬성한다가 7대 3정도 인 것으로 조사된 국내 여론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11일 저녁 한국의 헌정사 최초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을 접한 재외동포들도 충격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번 결정이 불러올 파장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 TV뉴스 생방송을 볼 수 있는 호텔과 대형 식당에서는 한인들이 시시각각 전달되는 TV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주한국일보는 LA노사모의 동향부터 소개했다. 탄핵 소식을 접한 LA노사모는 이날 밤 모처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토의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결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4.15총선 지원방안이 적극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오 대표일꾼은 “부정부패로 곪을 때로 곪은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저버린 채 가결한 것은 쿠데타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직장 동료들과 한 식당에 앉아 있던 이규학(50)씨는 “어제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말장난이 심하다는 생각과 야당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투표가 강행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미주세계일보는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와 관련, 뉴욕동포들은 본국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차분히 대처해 자성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아 한다는 견해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한국상공회의소 석연호 회장은 “IMF사태같이 큰 일이 난 것도 아니고 한국의 산업구조 인프라가 두터워 경제에 별 흔들림은 없을 것으로 본다. 탄핵안 통과직후 한국 국채가격이 약간 떨어졌으나 외국사람들이 수매해서 가격이 다시 올라갔다는 것은 탄핵을 큰 문제로 보고 있지않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차분하게 대처하면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토론토 중앙일보는 헌정 56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모국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한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나라 망신시킨 부끄러운 일이라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미시사가에 거주하는 교민 박길용(50)씨는 “정치 공세가 안타깝고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며 “임기 1년이 지난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것은 결국 한국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며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층과 젊은 세대는 ‘나라가 망하려는 징조’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중, 장년 세대는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유학생들과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부재자투표나 이메일을 통한 의견제시 등 조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토론토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김정민(23)씨는 “대통령 선거 전에 노사모 활동에 가끔 참여했는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놓이다니 어이가 없다”며 “기존 보수 세력의 벽이 얼마나 높고 무서운지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개선되지 않는 한국정치 현실에 환멸을 느꼈으며 아이들에게 프랑스 국적을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며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글을 올렸다.
<미주중앙일보·미주세계일보·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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