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반응 "자초한 결과" vs "야당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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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반응 "자초한 결과" vs "야당 횡포"
  • 캐나다중앙일보
  • 승인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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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56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모국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한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나라 망신시킨 부끄러운 일이라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대부분 한인들이 정쟁만 난무하고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치 현실에 울분을 토했으나 이중
상당수는 당연한 결과라며 탄핵안 가결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시사가에 거주하는 교민 박길용(50)씨는 “정치 공세가 안타깝고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며 “임기 1년이 지난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것은 결국 한국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며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스욕 교민 김철중(56)씨는 “한국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봤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화끈하면서도 솔직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미흡했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탄핵안이 가결되는 결과까지 오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탄핵카드를 정치 전략으로 이용하고 나라 걱정은 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국 전 언론인 출신 교민 정필상(41)씨는 “말도 안돼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탄핵을 초래
한 합법적 원인과 결과에 상응하는 공정한 판결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바로 잡힐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다운타운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인 김범진(43)씨는 “정치적 기반과 역량이 부족한 노 대통령의 집권 시부터 정치권 변동 및 혼란이 계속돼 늘 불안했었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개혁 속의 안정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의 혼란스럽고 위급한 상황을 오히려
발전과 안정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그러기 위해선 정치인들은 이제라도 개혁의 의지를 안고 국민이 염원하는 변화의 정치를 실현할 자세를 가져야 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생존 경쟁을 위해 이기심을 버리고 하나로 뭉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 2년차라는 주부 박성옥(38)씨는 “몸은 캐나다에 살지만 마음은 늘 한국에 있었는데 이번
일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며 “정치인들의 이기심으로 한국 경제가 더 악화
되면 결국 서민들의 삶만 더 힘들게 되는 게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탄핵 가결에 대해서는 세대 간 의견도 극명하게 갈렸으며 인터넷 접속이 폭주하는 등 가결 당시 상황을 놓고 해외 한인들의 반응도 격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층과 젊은 세대는 ‘나라가 망하려는 징조’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중, 장년 세대는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토론토대학에 다니는 유학생 김정민(23)씨는 “대통령 선거 전에 노사모 활동에 가끔 참여했
는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놓이다니 어이가 없다”며 “기존 보수 세력의 벽이 얼마나 높고 무서운지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블루어에서 자영업을 하는 교민 임모씨는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있으면서도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국민을 끊임없이 실망시킨 노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혁신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실추시킨 데다 비리 등에 연루,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이유가 탄핵의 가장 큰 빌미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의견도 다양하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개선되지 않는 한국
정치 현실에 환멸을 느꼈으며 아이들에게 프랑스 국적을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며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글을 올렸다.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주재원은 “현지 동료들 보기가 창피하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 대통령 탄핵 발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유신 정권 때는 찍소리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이야기만 나오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심정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미국 시애틀 거주 교민은 “대통령 탄핵이라니. 탄핵 될만한 사안이 아닌 것을 갖고 탄핵을 가결시키다니 야당의 횡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총성 없는 내전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안이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는 최대 6개월간의 심사를 거쳐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헌제의 심사 기간 동안 노 대통령의 직위는 유지되나 직무는 고건 국무총리가 대신해 집행하게 된다.




교민 2004 년 3 월 12 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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