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육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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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
  • 김중섭
  • 승인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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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중 섭(경희대 국제교육원 원장, 한국어교육전공)

  필자는 지난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교육 정책 연구 과제의 하나로 <러시아·중국 지역 한국어 교육 실태 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초 이 연구는 외국인과 재외동포 대상의 한국어 교육이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주요 교육 기관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실시하였는데, 현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열악한 교육 환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적인 교사가 부재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지 상황에 맞는 교재와 교육 기자재 또한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대략 600만 명, 많게는 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민 1세대가 모국어와 모국 문화를 지키기 위해 얼마만큼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는지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국인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재외동포 2, 3세를 위한 모국어 교육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오랫동안 조국과 단절된 채 생활한 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모국어 교육과 한국어 보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  

  흔히들 지금의 시대를 국제화·세계화 시대라고 부른다. 그만큼 세계 여러 나라와의 문화적 교류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자국의 위상과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은 국가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는 일이 된다. 재외동포는 이 과정에서 가장 훌륭히 역할을 소화해 낼 적임자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들이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을 받는다면 현지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것이고, 또 그것이 해외 시장 개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경제 발전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재외동포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정부의 지원책은 몇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우선, 지원 자체가 일부 지역에 편향되어 있고,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에 파견된 공무원 수도 적다는 문제를 들 수 있다. 또한 지원 예산의 규모가 작아서 실질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 같은 지원 규모는 우리의 경제력에 비추어 봐도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프랑스의 언어 정책은 본받을 만하다. 모국어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다른 나라에까지 자국 언어의 보호를 강력히 요구한 덕분에 프랑스는 현재 세계적인 문화 대국으로 위상을 갖출 수 있었다.

  언어가 사라지면 정신도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언어 속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집단의 문화와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언어를 지키는 일은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시발점이 된다.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이러한 사실을 깊이 인식한 상태에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고, 장기적인 전망을 수립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 교사를 파견하고, 교사 재교육을 지원하며, 자체 특성에 맞춘 교재 및 기자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어 교육이 진학과 취업에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민족의 정체성이나 뿌리 찾기가 한국어 교육의 중요한 목표임에 분명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대에 경제적인 동기 부여가 없다면 교육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한국어를 배웠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최대한 늘려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재외동포들을 위한 교육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한국어 교육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윈윈 전략(win-win strategy)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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