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표 대변할 정치연대 ‘준비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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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표 대변할 정치연대 ‘준비땅’
  • 김진이
  • 승인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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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재외동포신문사 회의실에 5명의 총선 출마자들이 모였다. 강재홍 고양교통문화포럼대표(경기 일산갑 출마), 안동일 글로벌 e정치연구소장(송파갑), 양관수 고려대객원교수(서울강동갑), 이환식 프랑스 파리제8대학 초빙교수(강남을)등 재외동포 출신 총선 출마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재외동포신문 초대 편집위원장이자 동포문제 연구자인 이종훈 국정경영원 원장은 사회를 담당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재외동포 출신으로 고국 정치에 참여하게 된 동기부터 현실적인 어려움과 기대를 진솔하게 얘기해주었다. 양관수교수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을 뿐 이자리에 참석한 출마자들은 예선탈락의 아픔을 겪었다.--편집자  

이종훈 : 저는 재외동포신문 편집위원장을 맡아오다가 마포을에서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이렇게 사회를 맡게 됐습니다. 편하게 정치 입문 동기부터 얘기를 좀 해주시지요.

양관수 : 저는 2002년 노무현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러가지 공약이나 기본적으로 남북한 통일 정치에 원칙과 소신, 재외동포에 대한 시각들이 맘에 들었죠. 1년간 열심히 선거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과정을 보며 사실은 실망을 했습니다. 한가지는 계승발전시키겠다는 햇빛정책을 이끈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어렵게 쌓아온 남북한 신뢰에 손상을 입혔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당을 탈당한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국내 정치를 바라보는 재외동포들에게도 엄청난 혼란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민주당을 선택해 출마하게 됐습니다.

이환식 : 저는 지상에 공천발표가 나니까 벌주 많이 먹었어요. 왜 정치를 하냐. 거기가 당신같은 사람들 가서 버틸 수 있는 줄 아냐고 하더군요. 며칠동안 이런 걸 생각했어요. 노무현 정부가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과거에 이렇게 국민들이 놀라워할 만큼 검찰이나 야권이 정권을 뒤흔들어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좀 발전적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다시는 반동으로 가지 않도록 정치에 목숨걸지 않는 사람들이 이 물결만은 잡아줘야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그렇지만 저도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일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나서고 그랬었죠. 이번에는 저는 사실 그렇게 참여를 했습니다.

변화된 한국정치 가능성봤다
안동일 : 저는 미국에서 22년동안 언론인으로 지내다가 개혁당 대변인으로 영입돼 작년 5월에 들어왔습니다. 그 이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상록수노래가 울려퍼지는 걸 들으며 눈물이 나더군요. 이때를 계기로 답답하게만 보였던 고국의 정치현실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나도 기여해야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재홍 : 저는 10년전에 큰 결심을 하고 미국에서 귀국한 뒤에 일산 탄현에 정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전대통령과 인연이 돼 정치에 발을 담게 됐습니다. 이번엔 정말 기회가 좋다고 하고 판갈이가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소위 홍사덕, 한명숙 등 거물급 인사들에 치여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왜 정치를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종훈 : 재외동포 현안문제 등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직업선택 자유없는 재일동포
양관수 : 저는 일본에 19년 거주했고 처가 재일동포 2세가 아이들이 거기서 태어나 성장했죠. 재외동포문제와 관련해서 평소의 재일동포들이 겪는 상황, 남북이 분단돼 민단과 조총으로 나눠있는 상황,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서 재일동포들이 살아왔거든요. 그런 억압과 차별상황 속에서도 재일동포들이 인간답게 살려고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일동포들의 삶의 향상을 위해 뭘 해야하나 고민을 해왔습니다.
일본에서 재일동포는 교사도 제한이 있고 대학교수만 몇 년전 겨우 계약제의 길이 열렸지만 그건 극소수에 혜택이 주어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신문사는 취업이 막혀있고 일본기업같은 경우도 귀화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본명을 쓰면 곤란하고요. 인간이 기본으로 자기가 누려야할 존엄의 가치를 부정하는 고통을 당하는 재일동포들을 위해 과연 어떤 인간으로 희망과 꿈을 안고 살아가야할지 고민을 해왔습니다.
또한가지는 재일동포 1세대는 한반도에서 태어났지만 2세 3세들은 자기 고향이 어디냐 하는 문제를 고민합니다. 자기 아버지 고향이 한국이니까 한국, 북한이니까 북한, 분단된 조국이니까 코리아다, 또 어떤 사람은 한반도다 등 고향을 가지려는 갈등과 고민을 합니다. 재일동포들이 안 그래도 차별받는 상황에서 차라리 귀화를 해버리고 일본사람으로 살아버리면 되는데 차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나마 한국이 고향이라고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해줄 수 있느냐가 또 고민입니다.

강재홍 : 미국 얘기를 잠깐 하자면 미국을 자주 다니고 갈 기회도 있었습니다만 교포들의 생각과 위상이 옛날만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옛날에는 사람마다 칼라가 있어서 민주화 세력과 친정부적 인사들로 뚜렷이 갈라져있었죠. 거기에는 한인회장 선거가 크게 자리했죠. 옛날보다는 동포들의 결집력이 약화된 느낌을 갖습니다. 또한가지 차이는 뉴욕같은 경우 한국뉴스를 그냥 여과없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뉴스를 가깝게 느끼는 것이지 예전처럼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종훈 : 이번에 재외동포 출신으로 출마준비를 하시면서 애로사항은 없으셨는지.

안동일 : 제가 출마한 송파도 전략지역으로 찍혀서 아주 복잡합니다.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 걸 문제삼아서 지금 경선을 다시 하려고 합니다. 저는 엄청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배신행위를 당한 거지요.

이종훈 : 열린우리당 얘기는 그만 하구요.(웃음) 국적문제나 뭐 그런거 말씀입니다.

국적 되찾는 일에 진땀흘려
안동일 : 아 그렇죠. 저는 국적정리하느라 힘들었어요. 미국국적자였는데 내 나라 국적찾는 일이라 쉽게 생각했죠. 그런데 알아보니 1년이 걸리는 일이더라구요. 국적 회복하는데 6개월, 미국가서 국적포기 판결받는데 3~4개월 걸려요. 미국사람들은 재미있어요. 자국적 포기하는데도 영사들이 2번 3번 인터뷰를 해요. 후회하지 않겠냐고 거듭 물어요. 1년걸리는 일인지 모르고 이것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를 했는지. 엄청나게 발품을 팔아서 1월 8일 국적이 회복돼 주민등록 등본이 나왔어요. 4개월만에 초스피드로 했어요. 미국 측과 국내 법무부가 많이 도와줬죠. 다른 일도 아니고 출마를 하겠다고 하는 거라며 협조를 해줬습니다.  

이환식 : 저는 국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강재홍 : 저는 영주권자이고 국내 국적도 살아있어 별 어려움도 없었죠. 1998년 대선 때는 일부러 선거를 하러 귀국을 하기도 했었죠. 영주권을 갖고 있는 것이 출마에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시비거리는 되더라구요. 저는 아이들 시민권 문제가 걸리긴 했는데 부모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고 해서 영주권도 정리를 했습니다.

이종훈 : 동포법 개정 등 현안문제 얘기를 좀 해보시지요.  

양관수 : 참정권 문제는 2세, 3세들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은 한글을 모르고 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투표권을 줬을 경우 제대로 행사가 되겠는가 생각이 듭니다.
동포청 신설은 찬성입니다. 재외동포문제는 모든 부서가 관련돼있다. 외교부뿐아니라 교육, 문화 다 관련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동포청 신설을 반대하니 재단으로 격하가 된 것입니다.
재외동포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을 권한이 없는 재단에게 일임을 해놓으니 일이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행정부처가 권한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재외동포 업무를 진행해야합니다.
재외동포법 개정문제는 현재 문제가 되는 재외동포에 대한 규정을 이주시기로 기준삼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혈통주의에 근거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근대사가 얼마나 복잡했습니까. 그런데 이주시기를 기준으로 하다보면 거기에 제외되는 사람이 있다. 혈통주위에 입각해 한민족의 피를 얼마를 받았던 자기가 한민족이라고 생각하면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환식 :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에 앞서 비례대표 요구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미주 유럽 아시아 이렇게 해서 3명 정도 비례대표를 요구하는 게 가능성있다니까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2~3세 내려가면 참정권 문제는 얘기하기 어렵죠.

이종훈 : 지금 참정권 논의는 2~3세까지 내려가진 않고 있습니다.

안동일 : 앞으로 전향적인 발전이 있어야겠지만 재외동포 신문이나 이종훈 박사처럼 선각자들이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힘을 보탤 것을 약속드립니다.

강재홍 : 지난 재외동포신문 기사에서 자긍심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요즘엔 역차별이란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예전엔 재외동포라면 특별한 계층이란 생각있었는데 요즘엔 원주민이란 표현을 쓰면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떠난 열린 마음으로 프라이드를 높이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참정권 문제에는 당연히 찬성입니다. 역사적으로 외국을 나가면 무조건 반정부 인사가 된다고 해서 오늘까지 흘러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외동포들이 조국에 대한 연대를 끊지 않고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또 기왕에 이 자리에 모인 분들부터라도 연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재외동포 아픔아는 의원필요
이종훈 : 여러분들이 재외동포의 선구자처럼 난관을 돌파하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재외동포 정치연대'같은 낮은 수준이나마 정치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환식 : 정치참여는 다양한 형태로 해야 합니다. 출마해서 의원뱃지를 달려고 하는 행위만이 정치인 것이 아닙니다. 재외동포 정치연대라면 정책개발과 연대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 개인이 국회의원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좀 협소하지 않습니까.

안동일 : 지금까지 재외동포 출신 국회의원들이 여러명이 있었지만 다들 당의 논리에 빠져 버려 동포들을 대변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현안문제에 있어서 비동포 출신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더 컸습니다. 동포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동포출신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꼭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재홍 : 예전에 박지원씨가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걸 봤습니다. 박의원이 뉴욕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를 직접 봤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재외동포의 경험이 한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재외동포 정치연대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포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려고할 때 장점도 단점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구에서 토착세력이 될 수가 없지요. 예전에 보스정치 시기에는 보호를 받을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상향식 공천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재외동포출신 정치인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재외동포를 민들레라고 비유합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전세계에 퍼져있다가 고국땅에 돌아온 것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 까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종훈 : 재외동포신문은 사설까지 동원하며 선전을 해주기를 바랬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예선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락했다고 실망하고 다시 제나라로 돌아가지 말고 느슨하게나마 연대의 틀을 갖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외동포 문제를 다루는 정치연대를 발전시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3백만 재외국민의 표는 기권표로 처리된다고 합니다. 비록 기성정치권에서 탈락했지만 이제는 재외동포들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갖고 동포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오늘 좌담회 자리가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참석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정리 = 김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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