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딛고 일어선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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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딛고 일어선 아메리칸 드림 
  • 미주 중앙일보
  • 승인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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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딛고 우뚝 일어선 고종호(사진 왼쪽) 회장 부자가 최근 글렌데일 하이츠에 설립한 필로스 테크놀러지스의 기술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큰 꿈을 안고 미국에 투자했던 3백만달러의 전재산을 잃고 절망도 많이 했습니다.

 “한때는 쌀이 떨어져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며 가족들과 함께 이국땅에서 버티기 어려운 순간들을 원망하기도 했지요.”
 10여년의 미국 생활을 통해 한없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좌절과 고통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새로이 우뚝 선 필로스 테크놀러지스의 고종호 회장(60)은 웃으며 옛 기억을 되살렸다.

 고회장은 올초 시카고에 티타늄질화 열처리(TNHT) 기술을 공급하는 첨단 도금전문업체를 설립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빛을 축적할 수 있는 첨단 과학인 광촉매 축광기술을 발명해 미국특허를 따냈으며 6월에는 일반 코팅의 50배나 높은 강도를 지닌 티타늄 질화 열처리기술로 또 다른 특허를 획득, 미국과 전세계 전문공구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중공업산업의 중심지인 이곳으로 본사와 공장을 옮기고 장남인 고봉섭(27) 사장과 함께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고회장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고회장은 “특허를 받는데 7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렸다.
그동안 연구에 몰두하며 보냈던 시간들을 이제는 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하다”며 “기술과 사람이 친구가 되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회장은 지난 1993년 알라바마주에 회사를 설립한뒤 지역 기업들의 견제와 소수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등으로 공장과 기계설비 등 3백여만달러의 자산을 잃고 한동안 큰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고회장은 “그때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면서 “특히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을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등 부모로서 뒷바라지를 할 수 없는 처지가 가장 안타까웠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늘 곁에서 용기와 힘을 실어준 아내와 자녀들에게 감사하다”며 지난 시간들을 돌이키는 고회장의 눈망울에는 교차된 추억의 그늘이 움푹 어려있었다.

 이 같은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고회장에게는 누구보다 듬직한 버팀목이 있다.

현재 메릴랜드대학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장남 봉섭씨는 글렌데일 하이츠에 설립된 필로스 테크놀러지스의 경영일선에서 함께 뛰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특히 고사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3대째 티타늄 연구에 뛰어들어 또 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특허를 받은 첨단 신기술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고사장은 “아버지가 투자했던 시간과 열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며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워왔다”며 태평양을 건너온 부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필로스 테크놀러지스는 최근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일리노이 주정부의 소수계 지원자금 1백만달러를 확보, 시카고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갖췄다.

 김형기 기자
 
입력시간 :2004. 03. 08   11: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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