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케냐에 와서 6번째 맞는 추석은 유난히도 별났다. 20명인 넘는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 옹기 종기 앉아 송편을 빚고 빈대떡을 부치느라 북쩍북쩍 거려서 오래간만에 학당장 집은 활기를 띄었다.
자기들 나름대로 문화선생님이 가르쳐 준 방법대로 예쁘게 송편을 만들었지만 모양은 웃음이 절로 나게 한다. 다 만든 학생은 이것은 어떠냐고 물어오면 학당장은 기다렸다는듯이 "꼭 너 같이 만들었구나" 하면 모두가 박장대소....키가 큰 녀석은 벼개처럼 길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자기 몸매와 유사하게 뚱뚱보를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녀석은 조각배를 만들기도 하였다.... 아무튼 너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워들 하였다 .
이곳 케냐는 송편과 유사한 음식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기해 한 것 같았다. 송편안에 넣을 속은 참깨와 땅콩을 가루로 빻은 것에 설탕을 넣고 다시 절구통에 넣어 빻아 만든 것으로서 내가 먹어봐도 고소하고 달착지근해서 침이 절로 나올정도로 맛이 있었다.
게다가 김치를 곁들여서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김치가 매워서 "호호, 후후" 하면서 콜라, 사이다 등 음료수로 입을 달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처음으로 김치를 먹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쌀가루 10kg의 송편과 대형 양푼으로 가득히 준비한 빈대떡이 몇 분만에 동이 났다.
자기들도 장구와 북을 칠 수 있다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 사물놀이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장구와 북을 칠 수 있을까 염려를 했는데, 뛰쳐나온 아이들은 장구와 북을 들자마자 케냐스타일로 두들겨 패는데 리듬과 박자가 있는 신명나는 한마당이었다. 역시 사물놀이는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전통 아프리카의 북과 어울리면 정말 신명나는 한마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넓은 학교 공간이 확보되면, 가야금뿐만 아니고 사물놀이도 가르쳐서 신명나는 세종학당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한류의 바람을 좀 더 세차게 불러 일으켜야겠다는 마음이 앞선 보람 있고 알찬 추석이었다.
[케냐=김응수 나이로비 세종학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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