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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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가는길
  • dongpo
  • 승인 2004.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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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육로 관광의 백미는 금강산이 아니고 금강산 가는 길에 있는 것이 아닐까.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 부근에 위치한 남측 CIQ(남북출입국연락사무소)로부터 북측  CIQ가 있는 해금강호텔에 이르기까지 2시간의 구간은 2박3일동안의 전체 여정중에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길이다. 한국 아닌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겪을 수 없는 일종의 분단체험 여행인 셈이다. 버스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을때 차창밖에서 비치는 비무장지대의 낯선 풍경, 검문하러 들어온 북한 장교와 병사들의 무표정한 표정에서 느끼는 긴장감등이야말로 다시없는 관광거리가 아닐 수없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사용하는 용어부터 달라진다. 조장으로 불리는 안내원들은 북한대신에 북측이라고 말한다. 헌법상으로는 대한민국 영토이지만 출국수속을 거쳐야 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특이하다. 장전항에 있는 북측 CIQ에서 입국수속을 하기까지 2시간동안은 남한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 DMZ라는 외국땅에 머물게 되는 셈이다.
  
집결지인 고성의 금강산 콘도에서 관광객의 신분을 확인한 뒤 관광증, 출입신고서, 승차권등 여러가지 서류들이 들어있는 두툼한 목걸이를 걸고 출입국사무소등을 통과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제출한다. 그러면 돌아올 때쯤이면 임시신분증과 화물표만 남는다. 짧은 여행이지만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금강산 여행의 특징이다.

휴전선에 진입하기 전에는 병사들의 총구와 포신이 모두 북을 향하고 있지만 어느 때부터 갑자기 일제히 총구와 포신의 방향이 바뀌어져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충격적인 경험이다. 버스안에서 불과 몇분만에 '국방군'과 '괴뢰군'의 모습을 번갈아서 볼 수 있다.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어서 마치 영화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생각마저 든다. 버스 속의 관광객들은 말로만 듣던 분단의 현장을 지나며 마음이 착잡하지만 동시에 어린아이같이 호기심 많은 시선을 갖게 된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전쟁이 잠시 중단된 휴전상태의 군사분계선 부근 모습이 평화롭기조차하다. 병사들이 경계를 위해 '시계청소'를 해놓아서인지, DMZ내에는 잡초가 우거진 가운데 골프장같이 나무 몇그루만 듬성듬성 서있는 풍경도 인상적이다. 특히 북측 민통선지역을 지날때 보이는 북한 주민들 경운기 끌고 가는 모습, 어린이 서너명이 얼음 웅덩이에서 썰매타는 모습등은 어릴적 방학숙제 책에서 보았던 고즈넉한 농촌 풍경과 흡사하다.

이렇게 평화롭게 보이는 군사분계선 주변 풍경을 지나면서도 누구나 긴장감을 갖게 된다. 이따금 버스가 다니는 길가의 철조망에 '지뢰'라는 삼각형 경고표지가 붙어있다. 지뢰밭 사이에 난 길을 달려가는 것이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육군 뇌종부대가 관할하는 이 지역은 과거에는 양쪽의 선전 방송의 확성기소리가 서로 맞부딪쳐 밤새도록 계곡에 웅웅 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치던 곳이라고 한다. 북쪽을 향한 언덕에 세워진 "자유의 품으로" 라고 쓰여진 대형전광판은 이제는 불이 꺼져 잔해만 흉물스럽게 남겨져 있다.

이 길을 따라서 30여명씩 탑승한 버스 18대가 줄을 이어서 달리는 풍경은 장관이다. 설날연휴를 끼고 출발한 관광단은 모두 5백명에 이른다. 평소보다 약 약 열배에 이르는 숫자이다.

이 특이하고 진귀한 경험을 맛볼 수 있는 DMZ 구간 통과 여행은 약 20분동안 계속된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양쪽에 2Km씩 비무장구간을 두도록 돼 있지만 이 동해연안 지역은 남북 양측에서 좁혀와서 다른 지역의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계를 하고 있는 병사들이 전력질주를 하면 불과 수분만에 건너편 지역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비포장도로이어서 덜컹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버스에 앉아서 이 역사적인 분단의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부근에 주둔한 병사들은 눈이 오면 가장 먼저 이 관광도로의 제설작업에 나선다. 현재 이 길과 별도로 새로운 포장로를 닦고 있어 4월경에 개통된다고 한다.

2시간여에 걸친 여행이 끝나면 숙소인 해금강 호텔에 도착한다. 이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북측 CIQ에서 입국수속을 해야 한다. 븍측 CIQ 건물벽에는 "남측 관광객을 열렬히 환영한다!"라고 반말투로 써있다. 뭐든게 다 신기하고 이상하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두시간은 돈주고 살수 있는 지구상의 별천지 여행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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