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21세기 브나로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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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21세기 브나로드운동
  • 이신욱 박사
  • 승인 2013.08.1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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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월이 되면 생각나는 두 시가 있다.

푸른 녹음과 함께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떠오르고, 깊은 밤 별들을 우러르며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읊는다.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는 남국의 청포도는 독립의 결실과 소망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고, 맑디맑은 북국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오르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맹세하던 젊은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 고장 칠월, 청포도가 익어가는 68년 전 대한민국은 35년의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독립할 수 있었다.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여 목숨과 재산을 아끼지 않은 순국선열들의 항쟁의 결과물들이다. 류관순 열사, 김좌진장군, 김구선생, 이승만 대통령 같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대한독립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이 분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내렸고, 오늘날과 같은 선진한국으로의 도약이 있었다.

그러나 광복절에 잊혀진 분들이 있다. 바로 재외동포들이다. 구한말과 일본강점기, 일제의 핍박에 고국을 등지고 해외로 이주하여 간도와 연해주, 하와이 등지로 흩어진 분들로 우리는 흔히 조선족, 고려인, 하와이 교포 등으로 호칭하며 부르고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며, 척박하고 버려진 간도와 연해주 텃밭을 개간하며 모은 쌈짓돈들을 독립운동에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독립운동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분들로 상하이 임시정부와 독립군들도 이분들의 자금으로 운영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200만 조선족과 70만 고려인들의 역할은 이념을 떠나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68주년을 맞은 올해 광복절에도 이분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처우는 아직까지 매우 미흡하다. 독립운동에 대한 감사는 고사하고 법적․제도적으로 한국인임을 인정하는 어떠한 시도조차 없다.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재외동포들과 그 후손에 대한 국적인정과 그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는 보편타당하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중국적문제는 국제외교상 불편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교육’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요즘 한국대학들에는 많은 외국학생들이 유학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한국의 선진문물을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 고려인 동포유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200만 조선족과 70만 고려인 동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젊은 조선족, 고려인 동포들에게 대학교육의 길을 열어주고, 이들에게 한국의 발전상을 교육함으로서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고, 나아가 이들이 세계각지에서 한민족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들이 될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931년 브나로드 운동을 통해 교육을 통한 문맹퇴치와 나아가 민족독립을 꿈꾸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브나로드 운동은 암울한 일제의 식민지 상황에서 민족혼까지 빼앗길 위기에 직면한 지식인들의 희생과 의지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일제강점기 브나로드 운동에 참여한 젊은 지식인들이 문맹퇴치와 독립을 꿈꾸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은 또 다른 브나로드 운동을 꿈꾸어야 한다. 선진한국의 성과물들을 공유하고,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21세기 브나로드 운동’은 젊은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또 다른 문맹퇴치 즉 한국에 대한 문맹 퇴치와 세계 주도국 대한민국을 꿈꾸게 할 것이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시대다. 정치, 경제가 주도하는 20세기형 하드파워만 가지고는 선진한국을 건설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그러나 교육, 문화예술, 스포츠, IT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프트파워는 대한민국을 살찌게 할 것이다. 21세기 브나로드운동은 재외동포 청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류와 더불어 한민족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기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68주년 광복절, 청포도 무르익은 대한민국 하늘아래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21세기 브나로드 운동’을 통해 재외동포들 가슴에도, 우리 모두의 가슴에도 태극기가 휘날리기를 기원한다.

이신욱(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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