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치인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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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치인을 키우자
  • 장동만
  • 승인 2004.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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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아닌데~      

                            ‘민주 정치인’을 키워내자

“물갈이를 해야 한다”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명제 속에서, 한국 정치가 그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특히나, 총선 D-50 여를 앞두고 각 정당들은 그 갈 바를 모른채 중구난방이고, 정치인들은 각자 자기 살 길만을 찾으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이제 역사적 과제이자 시대의 요청인 ‘정치인 물갈이’를 한 번 생각해 본다. ‘물갈이’란 곧 썩은 물을 쏟아 버리고, 깨긋한 물로 채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때, 정치인의 경우 깨끗함이란 도덕성 만으론 부족하다. 도덕성이 필수 요건이긴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거기에 덧붙여, ‘민주성 (民主性)’이 뒤따라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펼쳐지려면, 우선 정치하는 사람들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다시, 그 ‘민주적’이란 민주주의를 교육 받고, 그 수련을 쌓고, 민주주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과연 한국에 ‘민주 정치인’이 있는가? 감히 말하건데 별로 없다. 있다 해도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우선, 역사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을 보자. 이승만(전)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내리 3대 대통령들이 모두 군인 출신이다. 그러면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김영삼, 김대중씨를 ‘민주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같은 의문을 던지는 이유는 이렇다. 두 김씨는 국회에서 의정 활동도 했고, 또 군인 통치 시절 반군사, 반독재 투쟁도 했다. 허나, 그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일이 없고, 민주주의 수련이 없었으며, 따라서 민주주의가 몸에 배지도 않았다. 그 단적인 증거는, 그들이 재임 시절 한국 정치가 ‘법치’였는가? ‘인치’였는가?

다시, 3권의 한 축인 국회를 보자. 정부 수립 이래 지금 까지 과연 어떤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 갔는가? 초창기 제헌 국회는 치지도외 하자. 그 이후 박 정권으로 부터 두 김 정권에 이르기 까지, 국회에 진출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자. 그 중 참으로 ‘민주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정치의 ‘정 (政)’자도 모르는, 민주의 ‘민(民)’자도 모르는 정치 문외한 (門外漢)
-지금 16대 국회 의원 중 언론계 출신이 60여 명이 넘는다-들이 장사를 해 돈 좀 벌었다고, 방송/연예계에서 얼굴 좀 팔렸다고, 그리고 당수에게 좀 어여쁘게 보였다고, 공천/전국구를 받아 금뱃지를 단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그들이 언제 정치인의 기본 요건인 정치 훈련, 특히 민주 정치 수련을 쌓았던가. 물론 그들은 민선이다.  유권자들이 선출했다. 그러나 공천이 곧 ‘떼어 놓은 당상 (堂上)’이나 마찬가지였던 그 선거를 참 민주 선거라고 볼 수 없지 않은가.

여기서 잠깐 미국의 경우를 보자. 어떤 사람들이 연방 상/하 의회에 진출 하는가? 물론 예외가 있지만, 거의가 지방 정부의 기초 단체로부터 정치 수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Town (면)® County (군)® City (시)® State (도)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오랜 기간 동안 민주 정치 역량을 쌓고, 또 그 검증을 받는다. 그리고 난 후에야 연방 의회 (60% 이상이 법률가 출신이다)의 길을 모색한다. 이같은 일관된 커리어 (career)가 없이는 연방 의원을 꿈도 꿀 수 없다.

이제 세상은 바야흐로 전문화 시대다. 각 분야에는 그 전문가가 일을 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민주 교육을 받고, 민주 경력이 있고, 민주주의가 몸에 밴 전업 (專業) 정치인들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그런데도 요즘 각 정당들이 이같은 대의는 내팽개치고, 어떻게든 한 의석이라도 더 얻으려,‘얼짱’들 영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동만
                                                                        <자유 기고가>
                                                                        <중앙일보(뉴욕판) 02/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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