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씨름대회에서 우리는 신났다
상태바
세계씨름대회에서 우리는 신났다
  • 최월아
  • 승인 2013.06.20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13년 6월 세계씨름대회를 마치고

‘복’이란 것이 있다. 인간의 능력이나 실력과 자질에 상관없는 복. 뜻밖에 일이 잘 풀리거나 기분을 좋게 해 주지만 돈으로 구할 수 없고 미리 알리지 않고 찾아오는 복. 예상 못한 희망사항이 뜻밖에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지만 일확천금을 얻는 큰 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거저 하늘에서 내려오고 땅에서 솟아 나 듯 적절할 때 순조롭게 일이 이루어지는 우연과 필연. 있으면 편하고 기분 좋고, 없어도 그만인, 미처 복인 줄 모르고 아예 고마운 줄도 모르는 그런 복.

나는 한 번의 큰 복 보다 소소한 작은 복을 좋아한다.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훨씬 더 소중하고 유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질적 복보다 거저 자연 혜택을 누리는 그런 복. 독일에는 비가 자주 오고 흐린 날이 많다. 그래서 늘 짜증낸다. 그러다가도 며칠만 햇빛이 쨍하고 연달아 내리 쪼이면 가물다고 또 난리다. 별로 무더위와 강추위 없이 언제나 촉촉하여 천지가 푸름으로 뒤덮여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복중의 복을 누리는 건데 그걸 모르고 투정이 대단하다. 요즘 뉴스를 통해 폭우와 태풍으로 세계 곳곳의 엄청난 물난리를 접하며 안전한 거주지에 사는 것이 얼마나 복 받고 있는 건지 감사하며 행복한 안도의 숨을 쉰다.

하필이면 재독일 한인총연합회가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던 2013년 상반기는 유난히 겨울의 꼬리가 길었다. 낮은 기온에 비마져 쉼 없이 뒤섞여 봄꽃들은 폈다가 즐길 새 없이 져버렸다. 6월 5~8일 사이 ‘한-독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가 독일 중심부 프랑크푸르트의 한복판인 로스마르크에서 열렸다. 유럽의 여러 지역에 폭우로 인한 피해 소식이 날아들던 와중에. 모든 행사는 언제나 날씨가 재정문제와 함께 무엇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관계자들은 염려를 많이 한다. 더욱이 야외행사계획을 세웠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날씨는 재정문제와는 달리 아무리 걱정해도 운에 맡길 뿐. 그런데 하늘에서 축복이 내려 행사동안만은 초여름의 화사한 햇살이 반짝반짝 반들반들했다. 때문에 기념행사 종목이었던 제3회 동포씨름대회 및 제4회 월드씨름대회에 참가 했던 나는 깜둥이가 됐다.

2012년에 세계씨름연맹 자문위원 박대희 님의 부탁을 받은 재독일 씨름협회 심동간 회장을 도와 선수 선발을 했다. 독일 Ring 도장에서 찾아낸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대회에 참가시키는 인솔자 역까지 했다. 씨름선수 선발이 생각보다 예사롭지 않고 전국의 선수들을 모아 훈련시키는 것도 힘에 겨웠기 때문에 올해는 두 손 들고 마다했다. 그러나 세계씨름연맹 측과 박대희 자문위원님의 간곡한 부탁을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에 참가하여 받은 대우에 대한 예의도 있었다. 부득이 선수를 물색을 하며 2012년 대회에 참가했던 독일선수들 중 우수선수들에게 통보하니 모두 쾌히 승낙을 했다. 하지만 대회 날짜에 각자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생은 시험 날과 겹쳤고 실습생이나 직장인은 휴가문제로 선 듯 참가신청에 응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해에 지켜 본 세계대회의 위상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출전시키고 싶던 욕심을 채우기에 4주간의 신청기간은 너무 촉박했다.

특히 재독한인동포들 중, 씨름을 해 본 젊은이가 거의 없고 부모들의 욕심과는 달리 씨름자체와 대회 출전에 관심과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독일 Ring으로 단련 된 독일선수들은 씨름에 호기심을 갖었다. 허나 성인여자선수는 하늘의 별 따기고 씨름대회에 출전시킬 적격자는 더욱이 없었다. 2012년에는 그래도 겨우 찾아 낸 선수들을 해운대 백사장에서 치른 부산세계대회에 참가시킬 수 있었다. 씨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경험 없는 선수들을 어렵게 구워삶아 여러 차례 씨름을 가르치고 연습시켰다. 이미 여러 나라에는 고국에서 해외파견 된 천하장사들에게서 장기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많았고 실력도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당당하게 경기를 치른 우리 선수들이 씨름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나의 좁은 소견에 씨름을 전파하기 이전에 씨름의 나라 한국부터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자비를 써가며 부산과 서울의 노른자를 관광시켰다. 예상대로 선수들은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에 매료되어 씨름을 꼭 계속 하겠다 자진하여 약속했다. 기분 좋게도 예상이 적중한 거다. 그러므로 지난해에 참석했던 독일선수들은 올 대회에도 적극적이었다. 모두 승부가 빠르고 정확한 테크닉의 씨름에 대한 관심과 의지들이 대단했다. 그들 나름대로 올 대회에 대비하여 지난 일 년 간 씨름연습을 열심히 해 왔다. 우리나라에 반한 한 선수는 혼자 그 동안 두 번이나 한국방문을 하기도. 그랬건만 올해는 막상 한민족동포씨름선수 선발이 생각과는 달리 엄청 어려웠다. 전국에 연락망을 펴 겨우 찾은 선수가 무릎을 다치거나 휴가문제로 애를 먹여 다 된 밥에 재를 몇 번이나 뿌렸는지.

대회신청은 체급별로 세계씨름대회와 동포씨름대회 지정선수 모두가 참가해야만 가능했기에 신청마감일이 되도록 동포 선수를 못 찾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당연히 씨름을 세계화 시키려는 의지로 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는 세계씨름연맹 윤명식 총재께서 반기를 들었다. 독일에서 치르는 대회에 독일 팀이 참가를 안 할 수 있냐며 특별히 신청기간을 연장해 주며 더 많은 동포선수를 참가시켜 주기를 부탁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선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몇 번이나 맥 빠진 경험을 하며 결국 북독 함부르크와 남독 뷰어쯔부르크, 그리고 헤센의 기센과 프랑크프르트 NRW의 뵈넨과 지겐, 복흠에서 총 7명의 선수 팀을 구성했다. 전국에 흩어진 선수들을 모아 연습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세계대회란 명목 아래 성의와 열의를 보여주기를 바라며 설득했다. 차비지원 없이 먼 길을 오라해서 미안했지만 좋은 결과 얻자며 달래고 얼렀다. 다행히 18개국에서 150여 선수가 참가한 2013년 대회에 예상외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트로피와 상금이 딸린 금메달 3, 은메달 1을 획득하고 우린 모두 좋아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정말, 정말 신났다.

대회준비를 위해 세계씨름연맹에서 대회 5일전에 관계자들이 내독하여 독일 측 관리자 박종석(송학 식당)님과 함께 대회장을 꾸렸다. 프랑크푸르트 로스마르크 광장에 실려 온 9톤의 모래로 높다란 무대 형 씨름대회장이 설치됐다. ‘130주년 한-독 기념행사’에 세종대왕 대신 괴테가 우뚝 서서 시켜보는 로스마르크 광장의 팔각정엔 현판 KOREA가 걸렸고 대형 태극기가 휘 날렸다. 광장 한편엔 B-Boy, K-Pop 등 다른 문화행사를 위해 대형 가설무대가 설치되었다. 행사장 주위의 거리에는 청사초롱 등이 줄줄이 매달렸고. 그리고 그 한 복판에 대회장이 설치됐다. 고국의 세계씨름연맹에서 준비한 씨름장면들과 천하장사들의 대형사진이 씨름장을 삥 둘러치며 전시되었다.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씨름을 알리는 한편 멋진 장식이 됐다. 참 이색적으로 꾸려진 화려하고 근사한 한국 민속운동씨름대회장. 유럽 심장부에서 한국을 근사하게 알리는 더 좋은 기회와 장면이 또 있을까 싶어 바라보는 마음이 뿌듯했다. 이에 복이 내려 행사 주간에 날씨가 명품으로 청명했던 거다. 희한하게도 행사 전날과 대회 끝난 저녁부터 다음날 귀가 길에 다시 억수로 내린 비지만 행사동안은 햇살이 화사하게 아름답게 비춰주었다. 나라선양에 한 몫을 단단히 해준 날씨. 대단한 복이 아닐 수 없다. 연일 연속 쏟아지는 장마로 엘베 강 주위의 여러 도시가 물에 잠겨 온 유럽과 나라가 떠들썩한 참이라 더욱이.....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대회에 또 다시 인솔자로 참가한 나는 우선 서툰 씨름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용기를 돋궈주고 긴장을 풀어주며 편안하게 그러나 있는 힘 다해 경기를 치러주기를 당부했다. 씨름에 대한 애착심을 키워 주는 것이 나의 임무라 여기며 자식들 같은 선수들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한 세계씨름대회이고 그 장소가 독일 중심 프랑크푸르트라는 것이 재독한인으로서 그리고 독일 팀 인솔자로서 의미 있는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동안 세계씨름연맹은 이미 중앙아시아와 동부유럽의 여러 나라에 씨름 장사들을 파견하여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술보급 및 전수를 해 오고 있다. ‘인간 존중’과 ‘배려’의 정신으로 승자가 넘어트린 선수를 일으켜 세워주는 휴머니즘의 정신을 키우는 스포츠. 심장과 심장을 맞대어 상대의 숨결을 느끼며 경기하는 가장 인간적인 스포츠. 서로의 몸을 상하거나 해하지 않으면서 승부를 결정하는 인본주의 정신에 입각한 스포츠. 우리 고유문화 씨름을 통한 동포사회결집이 될 수 있는 스포츠. 이 씨름을 태권도와 상응하는 ‘비치 스포츠’로 세계화 시키고자 세계씨름연맹 윤명식 총재는 노고를 아끼지 않고 열심이다. ‘상생‘과 ‘화합’ 이라는 인간적 정신을 가진 씨름은 국적과 인종을 불문한 채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정성과 노력을 쏟고 있다.

우선 독일 팀은 하나가 되었다. 아직은 서툰 씨름이지만 씨름에 앞서 팀의 단결이 중요 하다고 여겨 팀이 한 마음이 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대부분 이제 겨우 20세가 지난 젊은 선수들이기에 미래의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에 임할 때 경직되는 몸과 마음을 풀어 주기 위해 위로하며 서툰 마사지도 해 주었다. 경기 중인 선수에게 활기를 불어 넣고자, 나름 그늘 한 점 없는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열심히 응원하느라 깜둥이가 된 거다. 다행히 한 덩어리가 된 독일 팀은 서로를 부추기며 최선을 다한 결과가 예상 외로 좋았기에 흐뭇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모두는 맘껏 즐겼다.

대회를 마친 날 저녁 늦게 독일 씨름 팀은 근사한 야외 바에서 축하주를 들고 기쁨을 나누고 승리주를 나눠마셨다. 당연히 모두는 다음해, 그리고 또 그 다음해 아니 영원히 씨름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굳혔다. 그리고 윤명식 총재의 목표, 올림픽 경기종목에 앞서 먼저 ‘2016년 아시안게임’의 경기종목에 채택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세계씨름연맹은 씨름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세계적인 문화자산으로 육성•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정기대회를 개최한다. 5주년 기념행사가 될 2014년 대회는 한국에서 32개국 300여 명 선수단 참가의 규모로 대대적으로 치를 계획이 세워져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는 올해 이미 국가차원에서 세계화시키고자 씨름시행법을 개정했다. 연맹은 우수선수 발굴과 해외씨름선수 저변확대의 효과를 기대하며 선정 된 각국에 체계적인 씨름 기술보급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씨름순회 코치 해외파견과 인재양성을 통한 각국의 씨름육성을 위해 시범 단 파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유도나 Ringen 등이 씨름과 유사함을 알리며 관심 있는 동포들과 독일인을 찾아내어 아래의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주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한민족의 긍지를 되살리고 민족혼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전통문화 씨름의 활성화와 세계화 보급에 큰 복이 내려주기를 바라며 세계씨름연맹과 독일씨름 팀, 그리고 전 세계씨름 애호가들을 위하여 주먹을 불끈 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