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민자 '임금 착취' 피해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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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민자 '임금 착취' 피해 만연
  • 캐나다 중앙일보
  • 승인 200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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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이민자들이 착취나 다름없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온주에서만 수천명의 신규 이민자들이 시간외-퇴직-휴가 수당 등은 물론 임금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가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거나 일부러 봉급을 지불하지 않으면 온주노동부 또는 노동자들을 모집한 에이전시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년 전 스리랑카에서 난민 자격으로 이민을 온 R씨는 2개 회사에서 일을 했다. 그가 받지 못한 임금은 1만5천달러가 넘는다. 요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그에게는 엄청나게 큰 돈이다. 게다가 아파트에서도 렌트비 때문에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온주의 고용법에 따르면, 온주노동부가 R씨를 대신해 이 빚을 회사로부터 징수해야 한다. 그러나 R씨는 한 푼도 쥐지 못했다.

온주정부는 자녀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부모’를 단속하겠다고 천명해 왔지만, 이제는 그보다 ‘악덕 기업주’를 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때라고 노동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현행 시스템은 고용주들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별 탈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이는 정말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온주노동부 산하기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노동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임금은 7천5백만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노동 전문가들은 적어도 3억달러가 연체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6만명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서도 7천5백만달러라는 수치는 “전체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체불 임금과 관련해 노동부에 올라온 1천5백건의 고발 가운데 4분의 3은 기업주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는 바람에 큰 잡음 없이 해결된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만 해결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류상의 해결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노동부나 노동자 모집 에이전시가 악덕 기업주들로부터 체불임금을 강제로 징수할 권한은 가졌지만, 그 권한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주가 파산 신고라도 내면 체불에 대해 고발을 해도 소용이 없다. 노동자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정부와 토론토시가 공동으로 설립한 노동자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의 강제 징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해도 기업주는 ‘그래, 해봐라. 그게 돼나’ 하고 대답하는 실정이다.”

일단 고발이 되어 그것이 정당하다고 판결이 나면, 체불 임금은 30일 이내에 지불되어야 하거나, 아니면 회사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리랑카 출신의 R씨는 2002년 2월 ‘Tritech Precision Machining’이라는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에서 일을 했었다. 그가 근무한 지 6개월 만에 이 회사는 파산 신청을 냈다. R씨가 받지 못한 임금은 7천달러. 금요일에 파산 신청을 했던 이 회사는 그 다음 주 월요일에 ‘TPM Machining Group’라는 이름의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R과 몇몇 동료들은 새 이름의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 회사에서 받지 못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름만 바꾸었지 사실상 같은 회사였다. 전화번호와 설비와 생산 제품이 똑같았다. 누가 보아도 파산이 아니라 이름만 약간 손질한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R씨는 T4도 두 회사의 자료가 동시에 기록된 1장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자 기업주는 “두 회사는 다른 회사”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기업주가 다른 회사라고 주장하지만 똑같은 것은 또 있었다.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다. R씨는 새 회사에서도 8천1백달러를 받지 못했다.

2003년 4월 R씨는 해고되었다. 온주노동부에 제소했으나 회사에서는 심리를 위한 회의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노동부에서 임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으나 지금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다.

TPM은 2~3개월 전에 또 파산 신고를 했다. 그러나 주정부 기록에는 이 회사가 여전히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R씨의 동료 L씨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전 회사에서 7천5백달러, 그 다음 회사에서 6천3백달러를 받지 못했다. L씨는 “주정부에서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노동부 해당 부서에서 전화와 인터넷으로만 회사와 접촉하려 했을 뿐 직접 나서지를 않는 바람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L씨는 “여기는 캐나다 아닌가. 후진국에서 일어날 일이 어째서 캐나다에서 빚어지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온주노동부의 체불 임금 징수 부서는 독립되어 있었다. 이 부서는 회사로부터 체불 임금의 3분의 1은 거둬들였다. 신민당 정부가 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신민당 정부는 임금을 징수하지 못했을 경우 노동자에게 5천달러까지 보상을 하도록 했었다. 물론 이 돈은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고용주들에게 유리한 법이었다. 노동자들에게 “정부에 가서 받으라”고 미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이 법을 철폐했다. 그때부터 상황이 점점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자유당 정부가 관련 법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제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관련 기금을 기업주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 노동자들을 위해 기금을 내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마련해 시스템을 하루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이민자 체불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크리스 밴틀리 온주노동부장관도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체불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엄격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불 문제를 명확하게 해놓지 않으면, 그 이후 그보다 훨씬 더 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4 년 2 월 23 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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