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서 만난 한인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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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서 만난 한인들①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6.0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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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독일 배구의 아버지, 박대희 전 감독(재유럽한인총연합회 고문)

7일부터 8일까지 프랑크푸르트 로스마르크트(Rossmarkt) 광장에서 열리는 '제3회 한민족동포씨름대회'와 '제4회 월드씨름대회' 취재차 지난 4일 오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세계씨름연맹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만난 첫 번째 재독한인은 숙소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픽업하러온 재유럽한인총연합회 박대희(77·사진) 고문이었다.

20여년 전 중고로 샀다는 벤츠차에 올라타 인근 에쉬본(Eschborn)에 소재한 머큐어(mercure) 호텔까지 가는 길에 카스피커에서는 차창 밖 독일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도 듣기 힘든 '황성옛터'가 흘러나왔다. 알고보니 박대희 고문은 구 서독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을 71년부터 89년까지 맡아 대표팀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독일배구의 아버지며, 한국스포츠계 지도자 해외진출 1호였다.

서울 대신고와 인창고가 한국배구계의 쌍두마차로서 여러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며 숙명의 라이벌로 주목 받았던 시기, 박 고문은 대신고 감독을 맡았다. 김호철 배구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냈고, 최근 대학배구연맹을 이끌게 된 오한남 회장(전 바레인한인회장)도 그의 제자라고 한다. 무려 18년 8개월 동안 서독 여자배구대표팀을 책임진 그의 경력은 독일배구협회 역사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대표팀 감독에 이어 16개 종목의 구단을 소유할 정도로 독일 최고의 스포츠 권력을 자랑했던 '바이엘'에서 배구감독을 97년까지 역임했다. 고국에서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하고자 프로팀 감독을 그만 뒀지만, 뜻하지 않은 IMF 외환위기는 한국의 실업구단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쳤고, 그의 마지막 소망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독일 최대의 고딕양식 건축물 '쾰른대성당'으로 유명한 쾰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박 고문은 독일 한인사회 대소사를 틈틈이 챙기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함께 간 국내 스포츠 담당기자들에게 궁금한 점들을 줄기차게 물어볼 정도로 배구를 포함한 모국의 각종 스포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세계씨름연맹에서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 적극 참여하게 된 데에는 가슴 속에 여전히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모국에 대한 사랑이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과 독일사회의 차이점으로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독일 여자 육상선수가 금메달을 땄음에도 소속 대학에서는 낙제를 받은 사례를 들었다. 금메달을 획득해 국위를 선양했더라도 학문적 근면함과 전문성 배양이 필요한 대학교육에서의 예외 적용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은 특혜와 편법이 얼룩진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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