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안 통하는 우리식 영어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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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안 통하는 우리식 영어 고치기
  • 최주천 박사
  • 승인 2013.05.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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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도착한 유학생, 이민자, 방문자가 당황하는 순간은 그동안 배운 영어가 미국 사람들이 이해 못하고, 본인도 그들 말을 이해 못해 '헛공부' 했다는 실망감을 느낄 때다. 고약한 언어 ‘영어’ 자체를 잘못 배운 탓이다.

사실, 한국어가 영어 대신 세계 공용어가 될 자격이 있다. 학창시절 같은 방에 있는 미국 친구가 한글을 배우겠다기에 가르친 적이 있다. 그가 4시간 만에 한글을 쓰고 정확한 나의 ‘대구 표준 발음’을 하는 것을 보고 세종대왕을 다시 우러러 보았다. 4시간 만에 말(Speaking)과 글(Spelling)을 완벽히 할 수 있는 언어는 ‘한글’ 뿐일 것이다.

미국에선 중·고·생 ‘Spelling Bee Contest’란 연중행사가 있다. 대부분의 영어권 나라 학생이 참여하는 ‘큰 굿’(Big Event)이다. 신통한하게도 미국인이 아닌 인도 학생이 늘 일등상을 받고 있다. 외국인 학생인 나도 단어 실력은 미국 동급생들보다 나았지만 속독 (Speed Reading)에는 1/2도 안 돼 한동안 고전했다.

한국정부, 직장, 학계, 가족의 서열(序列) 표기는 세계에서 가장 조직적이다. 반대로 미국(서구)의 서열 표기는 혼란하기 짝이 없다. 장관 호칭은 Secretary, 같은 방에 있는 장관실 비서도 Secretary다. 소속 부처에 따라 법무부 장관은 Attorney General, 예산관리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 장관은 Director, 부처 과장급도 Director다. Chief란 호칭은 계장도 되고 청장도 된다. Chairman은 기업 회장, 대학 학과장도 된다.

미국 정부 각료급은 5단계 구성이다.(장관은 I급, 차관은 II급… V급까지) 예산관리처(OMB), 무역대표부(Office of the US Trade Representative), 법무부(Justice Dept.), 국무부(State Dept.) 다 같은 1급 장관이지만 각기 다른 영문 호칭을 쓴다.

직급 호칭 내용을 몰라 한국 보도진에서는 미 법무부 장관을 ‘검찰 총장’, 예산관리처 장관을 ‘국장’이라 한다. 직위 호칭 오역이 정부, 학계, 보도진에서 넘치고 있다. 우리가 남의 나라 장관을 계장이라 한들 우리 시민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고, 외국인도 한국정부 국장을 대한민국 ‘황제’라 한들 아무 탈 없는 일로서 오히려 흥미로운 웃음꺼리로 넘긴다.

문제는 이런 오역이 국민간의 오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한번은 신문 사설에 미국의 일개 과장급(미국 OMB Director David Stockman 장관)이 한국 방문시 우리 장관을 ‘오라 가라’해 우리나라를 무시한다는 감정적인 내용의 글이 실렸다.

지금까지의 영어 공부는 발음 공부에 중심을 둬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 증거로 학교와 영어학원에 수만 명의 원어민들이 동원되고 있고, 나아가서 미국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는, 악센트가 심한 영어권 식민지 선생님까지 모시고 있다.

중요한 국가간 계약서인 한미FTA에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데 많은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본다. 영문 담당 공무원은 대부분 미국 대학 졸업자로 영어 회화를 원어민과 꼭 같이 ‘잘한다’는 기준으로 번역 직무를 맡았고, 정부 책임자는 ‘영어 잘하니’ 만사 OK로 생각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 FTA 협정서에는 상업, 농업, 의료, 등 여러 분야 협정으로 미국 영문학 교수도 분야별 전문용어에 다 능숙할 수가 없다.

영어발음을 현지인처럼 하면 더 좋지만, 반드시 꼭 그럴 필요도 없다. 미국 각 지방마다 방언이 있고 미국 대통령들도 각자 출신지의 악센트를 갖고 있다. 오히려 약간의 악센트는 각자의 뿌리와 개성을 표시하는 매력일 수도 있다. 정부 공직에 있을 때 동료 한 분이 2차대전시 미군들이 영국 군인들과 같이 영화를 보면 미군과 영국군이 웃는 장면이 다 틀리다고 말했다. 같은 영어권에서도 발음과 해석의 차이가 심하니 서로 잘 못 알아듣는 수가 허다하다.

이런 점에서 막대한 희생으로 ‘영어 발음 잘하기 위한’ 조기유학은 생각해볼 문제다. 조기 영어 발음연습도 중요하지만 부모 슬하 조기 ‘인성교육’은 뒤에 ‘평생’을 좌우하니 더욱더 중요한 교육이다. 조기 인성교육 부족으로 일부 한국 조기유학생은 미국과 한국 관습, 바른 매너를 다 같이 몰라 양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경우를 보았다. 조기 유학을 안 가도 한국에 많은 영어 회화 선생이 있어 구태여 무리하게 외국에 유학할 것도 없다.

광복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틀린 일본식 영어(Japolish), 표와 도표 서식(Table and Chart Format)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쓰고 있다. 오토바이(Autobicycle)는 일제 식민시대 동력자전거이며, 바른 영어는 모터사이클(Motorcycle)이다. 정부가 틀린 일본식영어와 일어를 베낀 예로, 2009년 통계연감 국문 및 영문 표기에 아무 탈 없는 한국 기상청 국문 및 영문 표기를 우리 통계청이 일본 통계청의 ‘천기’(덴끼: 날씨 혹은 기상)란 생소한 일본어와 틀인 영어 표기(Japolish)로 바꾸었다. 2011년 미국과의 FTA 협정서에 250여 번역 오류가 있었다고 들었다. 세계화 시대 정부 협정 및 민간 계약서의 정확한 번역은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정부 통계간행물 및 각 부처 영문 웹사이트는 부끄러울 정도다. 중소기업 영문 사이트는 흥미로운 오역들이 많다. 농협 현미 포장에 ‘Uncleaned Rice’(더러운 쌀)로 표기하니 외국 소비자는 사료용으로 생각한다. 바른 현미 표기는 ‘Whole Grain Rice’ 또는 ‘Brown Rice’다. 종종 미국 업자들이 나에게 회사의 규모로 봐서는 좋은데, 영문 소개가 초등 수준이라 믿어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 간행물 영어 번역의 재미있는 사례를 들면, 한국통계연감에 ‘남녀별 사망’ 통계가 있는데 영문 표기를 ‘Death by Sex’로 했다. 물론 틀린 문장은 아니다. 하지만 다의(多意)의 영어이니 ‘섹스로 인한 사망’이란 뜻도 되니 ‘Death by Gender’아니면 ‘Death, by Sex’로 콤마(,)를 넣어 표기하는 것이 웃음의 대상이 안 된다.

세상에 전문가가 따로 있나! 기초 영어가 되고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다. 정부 부처, 기업, 대학에 있는 기존 인력들은 기초는 다 있을 터이니, 이분들이 회화 수준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자습(Home work/Self learning)으로 영문 실력을 한 단계 향상시키면 된다. 영어회화는 기능교육(노래, 운동, 그림 등 )으로 지도(Coaching)가 필요하지만, 읽기·쓰기는 혼자서 기초만 있다면 자습으로(필요하면 약간의 지도)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최주천 박사 프로필
―경북대학교, 농예화학(학사)
―Minnesota대 농업경제 박사/부전공, 식품화학
―Georgia대 농업경제 조교수(지역경제발전)
―미 국무부 USAID/USOM 한국파견 : 현직교수 및 공무원 연구 기법·서식지도
―미 농무부 농업 관측, 식품영양국 정책 담당
―KBS TV 와 Radio: ‘세계 식량문제’ 방송출연
-농장출신 미국부인과 양식·한식 식생활
―경성대 경제학 교수 및 언어 연구원 창설(원장)
―서울대 및 고려대 대학원 강사
―통계청, 농식품부, 기타 기관 통계연보·연감 영문 감수
―한국 농촌경제 연구원(정부 연구원) 해외자문
―농민신문사 워싱턴 객원 기자
―저서 약 30편(영문 25, 국문 5, 미국 대학 및 정부 보고서·기타 간행물)

[최주천 경제학 박사 juchuncha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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