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대통령 ‘키르츠네르 집권 10년’ 축하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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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대통령 ‘키르츠네르 집권 10년’ 축하행사
  • 박채순(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 승인 2013.05.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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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크리스티나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5월의 광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 앞에서 ‘키르츠네르 집권 10년’ 축하행사를 가졌다. 5월 25일은 아르헨티나 혁명 기념일로 1810년 그들의 조상들이 스페인 총독 통치에 항거하여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혁명을 일으킨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또 2013년 5월 25일은 203번째의 혁명 기념일로, 2003년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의 취임 10돌이 되는 날이다.

경찰집계 65만 명, 일반 조사 기관의 집계로도 30만 명의 지지자가 모인 축하행사에서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키르치네르 정부를 또 다시 10년을 더 연장하자고 제안했다(Cristina Kirchner propuso "otra d´ecada m´as" de kirchnerismo).

2001년에 닥친 경제 위기 가운데 1년 안에 네 번에 걸쳐 대통령이 바뀌고, 국가 디폴트를 선언한 후인 2003년 겨우 22%의 투표로 집권했던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2007년 지지도가 한창일 때, 그의 부인인 크리스티나에게 후임 대통령을 넘겨주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손에 의해 부부가 연이어 대통령에 선출된 케이스는 키르츠네르 대통령 부부를 제외하곤 전례가 없었다. 물론 아르헨티나에서는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인 마리아 에스텔라 페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페론 대통령의 유고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예는 있다.

극심한 정치 경제 위기 속에서 집권한 키르츠네르 정부는 2003~2007년 사이에 외채 부담의 감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년 9%의 높은 경제 성장을 구가했다. 남편의 뒤를 이어 2007년 10월 45.29%로 집권한 크리스티나는 2010년 10월 남편이 갑자기 사망 한 후인 2011년 10월 54.11%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재선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른다.

키르츠네르 정부 초반부터 그들 그룹에서는 키르츠네르와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가 번갈아 집권하면 20년 동안 집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아 다녔다. 그러나 크리스티나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아르헨티나 정치 경제 상황은 그 전과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다. 키르츠네르의 이니셜인 키르츠네르와 크리스티나의 지지 그룹인 'K' 그룹의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 되었고, 인플레이션 문제, 빈부 격차 문제, 실업 문제, 정부 환율과 시중 환율의 2중 구조, 수출입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한 경제 성장의 정체 등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나 대통령과 그의 측근 세력인, 이른바 정치 경제 사법 분야에서 단결을 과시하고 있는 'K' 그룹이 키르츠네르와 그의 집권 세력의 집권 연장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정부는 민주 정부 수립 이후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지지로 당선되어 정통성을 확보하였고,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어 최근에 '사법부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며,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언론인과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법률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K' 그룹이 아무리 희망한다고 해도 현행법에는 대통령의 3선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티나와 그들은 삼선 돌파냐, 후계자를 내세우느냐를 놓고 고심 중에 있다는 것이다.

남미의 전형적인 포퓰리즘을 시행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에도 아동과 가족 수당 등을 인상하는 등 10월에 있을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방법을 착착 진행 중이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여 국회의 2/3석을 획득하면, 자연스럽게 3선을 허용하는 헌법으로 개헌한다는 구상이다.

25일 축하 행사에는 정부의 맹렬 행동 그룹인 라 캄포라(La Campora), 꼴리나(Kolina), 에비타 운동 단체와 친 정부 노동조합과 친 정부 진영의 시장 등이 동원한 인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한 것이다. 법적인 정통성을 가진 정부의 초헌법적인 집권 연장은 그들 나름대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명분을 만든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독재에 흐르기 쉬운 것이 정치 제도다.

특히, 키르츠네르 집권 시부터 아주 가까웠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의 영구 집권 의지와 그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의 집권과 그 후유증, 그리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집권 연장 의지 등 특히 중남미 진보 진영에서 그러한 양상이 보인다.

2000년 초의 심각한 정치 경제 위기에서 집권한 키르츠네르는 디폴트에 의한 채무 유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 호조, 환율 정책으로 인한 몇 년 동안의 경제 성장 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크리스티나의 재선까지 이루었으나, 현재 아르헨티나의 여러 가지 사정은 마치 1980년대 말의 알폰신 대통령 말기와 2000년대 초의 델라 루아 대통령 시대의 상황처럼, 녹녹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런 가운데 야당의 표현대로 영구집권을 꿈꾸는 크리스티나 대통령과 ‘K’의 계획과 행보가 금년 10월로 다가오는 중간 선거와 그 이후 2015년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5월 25일의 ‘키르츠네르 대통령 집권 10년 축하 행사’는 크리스티나와 그 추종 세력인 이른바 ‘K’그룹의 집권 연장을 위한 첫발을 내디디고, 세력 과시를 위한 군중 동원의 의미가 있지 않는가 생각게 하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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