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는 내 최고의 한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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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는 내 최고의 한국어 선생님!”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5.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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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국제교육원,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열어
스승의 날, ‘나의 한국어 선생님’ 등 주제로… 본선, 16개국·20명 경합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인 케냐에서 자란 제가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아직도 그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는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저렇게 아름답게 춤을 출 수 있다니! 저는 김연아 선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한국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원장 김중섭)이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캠퍼스 크라운관에서 개최한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영예의 대상(문화부장관상)을 차지한 오만기 트레버 머카야(22·케냐) 씨가 밝힌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다.

▲ 경희대 국제교육원 주최,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오만기 트레버 머카야(22·케냐) 씨.[사진제공=경희대 국제교육원]

발표 도중 김연아 선수의 춤을 선보여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을 받은 트레버 씨는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직접 보는 것과 케냐의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는데 1등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김연아 선수를 만나게 되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선보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세종대왕 탄신을 기념해 한국어·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축제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1,000여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다. 특히 매년 90개국, 6,000여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경희대 국제교육원이 올해로 한국어과정 개설 20주년을 맞이해 여는 행사여서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은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나의 한국어 선생님’과 ‘한국 문화 체험’을 주제로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서울캠퍼스 크라운관에서 개최했다. [사진제공=경희대 국제교육원]

경희대 국제교육원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에서 총 1,218명의 외국인들이 이번 대회에 지원했고, 지난달 29~30일 양일간 치열한 예선을 치른 끝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총 16개국, 20명의 본선 진출자가 최종 결정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제지간의 사랑과 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낯선 나라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직접 부딪치며 체험한 한국 문화에 대한 진솔하고 감동적인 사연들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본선에서 대상을 차지한 트레버 씨를 비롯해 △경희대학교 총장상(최우수상): 하쉴라만 부세(20·터키) △연합뉴스 사장상(최우수상): 알감디 모하마드 에이드 엠(22·사우디아라비아) △한국다문화연대 이사장상(특별상): 크리스 존슨(25·미국) △한중우호협회장상(우수상): 인붕(22·중국) △율촌재단 이사장상(우수상): 리사 리스끼아(19·인도네시아) △다문화교류네트워크 이사장상(우수상): 선집 쁘라사이(25·네팔)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장상(우수상): 게르첸 카트린(18·러시아) △국립중앙박물관장상(장려상): 담바수랭 어츠게렐(30·몽골) △인기상: 티에보 마에바 마르틴 안드리(23·프랑스), 파울러 데릴로(29·미국), 메트 우준(14·터키) 등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 최우수상을 차지한 하쉴라만 부세(20·터키·사진 왼쪽), 알감디 모하마드 에이드 엠(22·사우디) 씨.[사진제공=경희대 국제교육원]

‘나의 한국 문화 체험’을 주제로 발표해 최우수상을 차지한 하쉴라만 부세(20·터키) 양은 “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자막이 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듣기와 읽기 공부를 했다”며,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17번 정도 본 ‘꽃보다 남자’를 꼽았다. 또, 좋아하는 한국가수를 묻는 질문에 “솔직히 아이돌 노래는 별로이고, 이문세, 조덕배, 심수봉의 노래를 좋아한다”며, “이 사람들의 노래는 영혼을 울린다고 할까요? 가사, 목소리 모든 것이 좋아요”라고 답했다.

역시 최우수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알감디 모하마드 에이드 엠(22·사우디) 씨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한국에서 수시로 열리는 ‘뒤풀이’ 모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민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모하마드 씨는 “한국의 건축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한국에서 제대로 배워서 나중에 꼭 내 이름을 건 멋진 건물과 집을 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관계자들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사진제공=경희대 국제교육원]

김중섭 경희대 국제교육원장은 스승의 날에 이번 대회를 개최한 것 관련해, “우리 모두는 스승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아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이번 대회가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한국어 선생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 한국어 선생님들에게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스승의 참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희대 국제교육원의 한국어과정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태권도 시범단,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팀, 이두헌 밴드, K-POP 공연 등의 화려한 축하공연도 펼쳐진 이번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국립중앙박물관, 사단법인 다문화교류네트워크, 율촌재단, 한국다문화연대, 한중우호협회, 신한은행, 한글파크, Hollym,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에서 후원했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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