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서 만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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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서 만난 얼굴들
  • 박상석 편집국장
  • 승인 2013.05.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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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한인체육대회가 열린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에는 유럽 각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지도자들이 대회 참가차 몰려들었다. 또 스페인한인총연합회는 물론 마드리드, 까달루냐 갈리시아, 나바라, 아라곤, 발렌시아, 안달루시아, 라스팔마스, 란자로테, 레반떼 등 17개 지역 한인회에서도 많은 수의 남녀 지도자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짧은 일정 탓에 이들과 깊이 있고 충분한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잠깐잠깐 들려 준 여러 한인들의 삶과 눈부신 활동상은 곁에 있는 누구라도 붙들고 포옹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경제 위기로 어려움이 많다”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이내 환하게 웃는 스페인 정착 한인들의 쾌활함을 접할 때마다 참 경이로웠다. 지중해 연안의 푸른 햇살이 부서져 날리는 듯. 그들의 대화 속에는 경쾌함이 가득했다. 그들은 정말 그렇게 사랑스럽게 살고 있었다.

 이길수 스페인한인총연합회장

작업복 차림의 이길수(사진) 회장은 대회가 개막하기 전부터 개막 당일 이른 아침까지도 대회 준비 허드렛일을 처리하면서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런 그를 대회 종료 후 만나 “힘들지 않았느냐?”고 행사를 마친 소감부터 물었다. 힘은 들어도 행복하단다. 행사를 조직적으로 잘 진행한 이인철 마드리드한인회장과 이장훈 부회장, 이병민 전 회장님께 특히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도. 이 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분규지역으로 손가락질 받았던 스페인 한인사회가 진정한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중 스페인에 사는 젊은 세대들이 뭔가 느끼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가장 큰 숙제를 했으니 17개 지역한인회간 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기 위해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사업부터 열심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아울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학기금 조성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볼 계획임도 밝혔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인철 마드리드한인회장

체육대회 마지막 프로그램인 문화행사를 마치면서 이인철(사진) 회장은 “3일 동안 잠을 못 잤다”고 웃었다. 그렇게 말한 뒤 대회를 준비한 진행요원들을 일일이 호명해 무대에 세우고 박수갈채를 유도하는 내내 이 회장은 싱글벙글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이 회장은 대회 전날부터 당일 행사 이후까지 승합차를 손수 운전하고, 장비를 점검했으며, 각각 다른 일정으로 움직이는 유럽 각국 한인 관계자와 외빈, 선수단을 체크하며 끊임없이 대회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 그의 얼굴 가득 덥수룩하게 자란 구레나룻도 며칠째 밖으로 나돌고 있는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이장훈 부회장이 나보다 하루 잠을 더 못 잤다”고 농담을 했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멀리서 오신 유럽한인 가족들을 편하게 모시지 못한 듯싶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동그란 눈의 이인철 회장. 그와 마주보고 있으면 스페인이 한때 분규로 홍역을 앓았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진우 마드리드한인회 부회장

임재식 지휘자는 마지막 프로그램인 시상식을 진행하는 이진우(사진) 부회장을 지칭해 “전문MC 뺨치는 사람이다”고 객석 주변 사람들에 칭찬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대회 전날 조 추첨 행사에서부터 개막식, 시상식, 폐막행사에 이르기까지 사회란 사회는 도맡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회 진행을 위해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내·외빈 안내에서부터 진행요원들 관리에 이르기까지 행사 전반에 걸쳐 크게 역할 했다. 마치 공연단의 총감독처럼. 젊은 진행요원들과 대화가 통하는 ‘그가 아니면 잘 하기 어려워서 맡긴 것’이라고 곁에 선 마드리드한인회의 한 여성 임원이 웃음으로 설명했다.

체육대회 전날 “스페인의 경기불황 때문에 어려움이 크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이 부회장은 “어려움이 많고, 변수도 많지만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더 뛰면 되므로 극복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던진 이 대답 한마디는 그가 왜 전 세계의 젊은 경제인들 네트워크인 영비즈니스포럼의 대표적인 리더로 평가받고 있는지 짐작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임재식 밀레니엄합창단 지휘자

체육복 차림으로 축구경기장 응원석에서 마주한 그와 문화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감독하는 그는 전혀 다른 얼굴, 다른 눈빛이었다. 축구경기장 구석에서 나는 많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임재식(사진) 지휘자가 들었을 법한 질문을 했다. “하필이면 왜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우리 가곡과 민요를 부르게 만들 생각을 했느냐?”고. 오디션 앞둔 스페인 소프라노 성악가가 한국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우리가곡 <동심초>를 가르쳐 주었는데, 그 곡으로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외국인 성악가 합창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밀레니엄합창단은 모든 단원들이 스페인 성악가로 구성돼 있고, 이 합창단의 레퍼토리가 한국가곡과 민요 등 60여곡에 이른다. 기가 찰 노릇이다.

1999년 합창단 창단 후 첫 연주를 국립극장에서 성공리에 치른 뒤 펑펑 울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목표를 스페인 교과서에 우리 민요 <아리랑>이 실리는 것에 두고 있다고 했다. KBS에서 세계 한인들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는 ‘글로벌성공시대’ 에 소개된바 있는 그가 이번에는 프로그램 100회 특집을 다시 찍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괴물은 괴물이다.

스페인KOWIN 이승미 지역담당관

그가 아프다. 돌처럼 단단하기로 이름 난 스페인의 여걸이 아파도 많이 아프다. 행여 꺼질까 포옹조차 주저케 할 정도로. 백옥처럼 창백한 이승미(사진) 지역담당관의 안부를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물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서는 것조차 미안할 줄이야.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자마자 한글을 모르고 한국말을 모르는 아이들을 만난 그는 교회 창고를 얻어 한글학교를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교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독자적인 한글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쯤 자립의 터전이 닦이는 듯하자 이번에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스페인 KOWIN(한민족여성네트워크)을 만들었다. 이후 창립 3년 만에 최우수지부로 평가받게 했다. 그리하여 지금도 전 세계 KOWIN에서 모범적인 운영 사례로 학습토록 했다. 그런 그가 거짓말처럼 아프다.

아들을 초창기 한글학교에 보냈던 스페인한인회의 한 원로부부가 체육대회 점심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더니 “우리 스페인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두 아들을 모두 이승미 지역담당관의 훈육과 지도를 받아 교수와 의사로 키워낸 어른이 그랬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가 병마 역시 잘 이겨낸 뒤 8월 KOWIN세계대회에서 만나 뜨거운 포옹으로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빈다. 꼭 그러기를.

 최고령 축구선수, 신동춘 스위스한인연합회장

차세대들이 겨루는 유럽한인 차세대 축구대회에 느닷없이 올해 나이 55세의 선수가 출전해 예선 두 경기를 소화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바로 올해 스위스한인연합회장에 선임된 신동춘(사진 오른쪽) 회장이 그 주인공. 특히 그는 이날 축구경기에서 올해 스물 두 살인 아들 신해석(사진 왼쪽) 군과 함께 나란히 출전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선수단 11명을 채우지 못해 가까스로 팀을 구성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20년 전 스위스한인연합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 총무를 맡아 조직을 꾸리는데 기여를 한 그는 쮜리히한인회 부회장을 1년 정도 하다가 지난 1월 연합회 회장직을 맡았다. 임기는 2년이나 1회 연임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앞으로 4년 동안 연합회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임기를 묻는 질문에 “스위스한인연합회의 특징이 아주 민주적이라는 점”이라면서 “재임 중에 회장 역할을 나누어 간소화 하는데 노력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또 재정문제가 가장 큰 숙제인데, 무엇보다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5개 지역한인회의 소풍행사와 스위스 한인들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8·15 광복절 행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합회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들었다.

 김진덕 스페인총연 감사, 강남훈 유럽총연 회장 자문역

유럽한인 골프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한 김진덕(사진 왼쪽) 스페인총연합회 감사와 강남훈(사진 오른쪽) 유럽총연 회장 자문역이 체육대회 전날인 10일 저녁 숙소 마드리드 아우디또리움호텔에서 고교 졸업 이후 36년 만에 해후, 기쁨을 만끽했다. 두 사람은 한인지도자들의 축하를 받는 가운데 시종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서로의 근황을 묻기 바빴다. 또 주변사람들에게 고향인 경남 고성을 함께 자랑하는 등 마치 10대 소년들의 표정으로 과거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후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자리를 나란히 한 채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목격돼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스페인총연 김진덕 감사는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해 태권도사범으로 스페인에 이주 정착한 후 현재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강남훈 자문역은 오랜 기간 언론인의 길을 걷다가 재외동포재단 사업이사를 역임한 뒤 현재 유럽총연 회장 자문역으로 국토대장정 등 총연의 여러 사업을 맡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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