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이젠 입양인에게 눈 떠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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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 이젠 입양인에게 눈 떠야할 때”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5.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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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어교육의 메카, 경희대 국제교육원의 김중섭 원장

한국어교육의 디딤돌을 만든 한국어 제1호 교수, 김중섭(사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장이 인터뷰에서 꺼낸 첫마디는 ‘해외 입양인’이었다.

김 원장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해외 입양인들이 영어로라도 한국어 기초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본지에 정기코너(가칭 ‘Easy Korean’)를 신설할 것을 건의했다. “그동안 재외동포 자녀를 중심으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에 힘써 왔다면, 이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입양인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는 것이 김 원장의 의견이다.

올해 한국어교육부 개원 20주년을 맞이해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5.15), ‘학술대회’(8.22)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경희대 국제교육원은 명실상부 ‘한국어 교육의 메카’로서 국내외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1993년, 한국어과정을 개설할 때만 해도 원장과 당시 연구원 신분이었던 김중섭 현 원장, 직원 2명 등 총 4명이 단 2명의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한국어를 교육할 정도로 초라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한국어·외국어 전문 교육기관인 경희대 국제교육원은 한국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한국어프로그램을 비롯해 KOICA(한국국제협력단), 재외동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의 기관과 협력을 통해 한국어 연수 등을 시행하며, 해마다 전세계 90개국 6,000여명의 재외동포와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한국문화를 교육하고 있다.

초창기 2명에서 매년 6,0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교 시절인 1990년 교육부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한국어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한 김중섭 원장을 포함한 참여 교수진들이 선구자적 혜안으로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한국어 교육프로그램과 교재연구·개발에 매진한 덕분이다.

김중섭 원장은 GOAL(Global Overseas Adoptees’ Link, 해외입양인연대) 등의 관련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정도로 일찍이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입양인들을 위해 한국어교육을 진행해 왔다. 특히, 입양인들이 국제교육원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수업료 50%) 혜택 등을 통해 실제로는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왔다. 앞으로 다른 기관과도 긴밀히 연계해 유능한 한국어 교사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함은 물론, 관련교재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는 김 원장은 “해외입양인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30% 이상의 장학금도 대폭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의 일환이라는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적 책임도 다하고자 하는 국제교육원의 이러한 노력은 오히려 ‘경희대학교’라는 브랜드 가치를 대폭 상승시키고 있다. 김 원장은 “해외입양인 교육지원 사업처럼 정부가 하기 힘든 일들을 학교, 비영리단체 등의 민간 에이전트들이 부작용 없이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중섭 원장은 경희대 국제교육원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데에는 한국어교육에 열정을 바친 동료 교수진들의 공이 컸다며, 앞으로 입양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육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사단법인 다문화교류네트워크(http://mcnkorea.org) 이사장직도 맡고 있는 김 원장은 “언어와 문화차이, 소득격차로 인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문화소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특화된 고품질 맞춤형 교육복지모델을 제공함으로써, 다문화가족 고유의 문화와 한국문화를 결합해 경쟁력 있는 다문화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족 어린이들의 교육 욕구를 해소하고 문화수준을 향상시켜 이들이 사회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가 다문화사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 동기다.

한국어교사 양성과 관련해, 현재 경희대 교육대학원에는 70여명의 석사가 교사양성 과정으로써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고, 일반대학원 국문과 한국어학전공에 15개국 100여명의 석·박사가 공부하고 있다. 또한, 김중섭 원장도 초창기 설립에 참여했던 경희사이버대학교의 한국어문화학과에 등록된 학생들 절반은 재외동포들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한국어 교원 자격심사를 신청하는 상당수 인원은 경희대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기에 김 원장의 책임감은 더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경희대학교 서울 캠퍼스를 구경하러 온 주한미군을 우연히 보게 된 김중섭 원장은 주한외국공관 외교관들과 가족을 위해 특화된 한국어·한국문화 프로그램도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K-Pop를 위시한 한류전파의 전초기지였다면, 연간 50여명 이상의 한국어교사를 배출하며 전 세계 각지에 한국어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 경희대 국제교육원은 ‘한국어 세계화의 보급기지’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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