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대북정책’ 위한 국회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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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대북정책’ 위한 국회의 역할은…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5.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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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갈등 조정하는 ‘공론의 장’ 마련돼야”
국회입법조사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공동세미나

“민족의 문제, 외교·안보 틀에서만 다룰 수 없다!”

올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대북정책 기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발전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가 있어야만 정책 추진의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그간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심화된 양극화(남남갈등) 현상을 해소하고,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는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고현욱),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원장 박명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는 지난 2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의 모색’이란 주제의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진영 간에 정책 쟁점들을 놓고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을 여과시키고 조정하는 ‘공론이 장’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정부도 정책 양극화의 멍에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고 못박았다.

▲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고현욱),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원장 박명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는 지난 2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의 모색’이란 주제의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최 총장은 “그 공론의 장은 당연히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노태우 정부 시기인 1988년 6월 설립된 국회(13대) 여야 의원들을 위원으로 하는 ‘통일정책특별위원회’가 정부의 ‘북방정책’과 ‘대북정책’을 초당적 차원에서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시기 여야와 상당수 사회세력의 동의와 암묵적 지지로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이라는 가시적 성과와 더불어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체계적인 통일방안(‘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최 총장은 국회 산하에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전담하는 ‘상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문하며, “상임위 구성이 어렵다면 현재와 같은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상설 특별위원회’로 설치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 19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일위원회가 전담하고 있지만, 민족의 문제(대북·통일정책)를 외교와 안보의 틀 속에서만 다룰 수는 없다”며, “외교와 안보(국방)문제는 국가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업무이며, 이 패러다임에서 북한은 공존공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갈등과 대결 및 극복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족내부의 틀에서 보면 북한은 우리와 함께 민족의 역량을 결집시켜 통일을 추구해야 할 공존공영의 대상이다. 남북한 및 통일문제를 국가주의 패러다임으로만 해석하고 안보와 대치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면, 남북한의 갈등과 대결구조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고 평화와 통일논의의 주도권이 주변 강대국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그는 향후 정책방향과 관련해, “새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대북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70년대 후반 이후 역대정부가 추구해 온 대북정책의 기본 틀을 계승하고,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정책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모든 정권이 ‘기능주의 통합이론’에 근거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대북화해협력정책’이란 호칭이면 충분하고, 새로운 대북정책 명칭을 굳이 또 작명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 (왼쪽부터)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 이수훈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장.

“통일준비로 가는 중간단계, ‘북한 국제화’ 설정”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남북관계 전망’을 발제하며,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신중하고 실제적인 정책이지만, ‘수동적인’ 접근이어서 현재처럼 낮은 신뢰 상태에서는 지속가능한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구상이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동력확보를 위한 ‘미래의 그림자’ 제시가 필요하다”며, “최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는 ‘북한 국제화’라는 개념을 박근혜 정부 5년의 정책목표로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이는 남북한의 정치적 독자성은 철저히 유지하면서 북한이 현재와 같은 고립적 상태로부터 벗어나 국제사회에 더욱 밀접하게 통합되는 것을 지향한다. 즉, 북한이 정상적인 행위자로 자리 잡게 됨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고 국제사회와 보편적인 상호관계를 맺는 상태를 전략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박 원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통일준비’로 바로 연결되기 전의 중간단계로서 ‘북한 국제화’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민족 중시적 유화노선이나 안보 중심적인 대결노선과는 달리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유럽 등의 국제사회 전반과 함께 한반도 상황의 질적 전환을 추진하는 종합적 외교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원장은 대북정책 5원칙으로 비핵화, 전쟁반대, 국제협력, 대화해결, 지원의지를 제안하고,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으로 △정책기획 거버넌스 체계 정비 △다자회담과 양자회담의 동시 대비 △평화논의의 전략적 활용 △갈등적 소통 채널 확보 △남북경제협력의 국제화 △탈북자 정착지원과 평화통일 교육 △대통령 의제와 리더십 등을 제시했다.

▲ 이날 토론자들은 국제정치 환경 변화를 고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의 선도적 개입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북아 헤게모니 이행기… 선제적 대응 필요”

이수훈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장은 “한국은 ‘동맹’(미국)과 ‘전략적 협력 파트너’(중국) 사이에서 영특한 외교를 구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반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파장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북아 질서의 재구조화와 한반도 평화’란 주제를 발표하며 “지금은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 권력이 퇴조하는 시기이며, 미국 헤게모니 사이클의 완료기에 속한다”고 해석했다. 이 소장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토분쟁과 북핵 정치도 이러한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동북아 지역은 헤게모니 이행기라는 독특한 시간대, 전략적 공간, 치열한 권력경쟁을 3대 특징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정부의 과제는 남북관계 복원과 동북아 질서 재구조화에 있어서의 ‘균형적’ 기여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 등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는 어떻게 개시할 것인지,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어떻게 입구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토대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방미, 창의적인 출구전략 담겨져야”

이날 토론자로 나선 원혜영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최완규 총장이 제안한 국회 산하 남북·통일문제 전담 상임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지난달 8일 국회 외통위에 ‘한반도 평화체제연구 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바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남북간 접촉면을 넓히고 독립적 공간을 계속 확보해 나가야 한반도 문제해결을 주도할 수 있다”며 ‘남북 국회 회담’ 추진을 제안했다.

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최근의 국내외적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북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통일의 당위성은 물론 국제적 문제도 이해시킬 수 있는 대국민 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단지 비전일 뿐이다”며, “남북간 상호관계 속에서 내용을 채워야하고 그 자체가 ‘도그마’가 돼버린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로 서울대학교 교수도 ‘한국의 선도적 개입정책’을 요청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한반도 시대, 이른바 ‘2013 체제’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문제는 해결이 더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갔고, 그 대응방식도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적 방법이든 외교적 방법이든 이제는 북한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견이다.

특히, 김 교수는 “핵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풀어야 한다”며 “기존의 비핵화 협상 방식이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지만 가능한 두 바퀴를 따로 돌려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원혜영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길정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병로 서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박종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이젠 우리의 대북정책도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틀에 갇힌 단순한 셈법이 아니라 동북아 질서와 복잡한 양자관계를 고려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한반도 긴장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우리일 수밖에 없고, 지금부터 우리가 주도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점에 김 교수는 “이달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 가방 안에는 반드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창의적인 출구전략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며, “그것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출발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영역을 넓혀야 한다”며 “우선 정치권에서 여야간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해 대북정책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대를 위해 ‘통일교육체계 개편’을 제안하며, 균형 잡힌 내용의 통일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보수·진보의 견해가 골고루 반영될 것도 주문했다.

한편, 이날 공동세미나는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회입법조사처가 서울대·경남대 등 권역별 주요 거점대학과 교육·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개회식에서는 고현욱 국회입법조사처장의 개회사와 강창희 국회의장의 격려사에 이어 안홍준 국회외교통일위원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이 축사를 하고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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