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역사,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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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역사,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어요"
  • 박경란 재외기자
  • 승인 2013.04.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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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협회 주최, 파독 50주년 사진전

“간호사들이 묵을 기숙사 방을 들어서자 쌀 한 봉지와 빵, 그리고 50마르크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지요. 제2의 삶이 시작된 거죠”

사진을 보며 당시를 떠올리던 정광수(63세) 씨는 시간을 담아낸 사진풍경 앞에서 마냥 서성거렸다. 그녀는 파독 간호사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세가 기울었다. 결국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이국행을 택했다. 독일을 제2의 고향으로 선택하며 힘든 삶을 일구어낸 정 씨. 자신과 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 속에서 지나온 세월을 더듬어가며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 가족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정광수 씨.

지난 12일 오후 6시 ‘파독 50주년 사진전’ 오프닝 행사가 주독문화원에서 열렸다. 이 사진전은 독한협회가 파독 반세기를 맞아 5월 6일까지 개최한다. 행사의 서막을 여는 이날, 문화원 홀은 사진작가 및 관계자, 사진촬영 참여자,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사진전에 참여한 작가는 두 명. 이중 독일 사진작가 헤블린데 퀼블은 독일 정치인의 인물사진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저명한 작가다. 91년부터 98년까지 앙겔라 메르켈, 게하르드 슈뢰더, 요시카 피숴 등을 사진으로 남기며 ‘권력의 흔적’을 기록했다.

▲ 독한협회가 주최하는 '파독 50주년 사진전'이 지난 12일 오후 6시 주독문화원에서 개막했다.

또한 ‘입양’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킴 스페알링(Kim Sperling)은 70년대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에 독일에 입양됐다. 그는 도르트문트 대학원의 석사 졸업작품으로 한국 입양아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2005년 노드라인 베스트팔렌 주 디자인지원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뷰스튼로트 재단 다큐멘터리 사진 지원 08상을 수상했다.

이 사진전에서 헤블린데 쾰블은 베를린 지역의 가정을 방문해 촬영한 대형사진 작업 7점을, 킴 스페알링은 그 외 지역사람들을 촬영한 사진작업을 선보였다.

헤블린데 퀼블 작가는 파독광부와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현재의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삶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사진 속으로 끌어당겼다. 사진을 보는 관람자가 사진 속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또한 현재의 가족사진을 중심으로 과거의 시간이 테두리를 이루며 현재를 에워싼다. 결국 과거와 현재의 자연스런 소통을 관람자에게 전달한다.

킴 스페알링 작가는 개개인의 인물을 그들 자신의 공간 속에서 배경과의 조화를 끌어내는 작품으로 관람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사진 속의 인물은 자연스런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삶의 공간인 배경은 파스텔톤처럼 따뜻하고 부드럽다.

2013년은 한국에서 광부와 간호사가 파독된 지 반세기가 된 해다. 63년부터 77년 사이에 이주한 1만 8,000명의 광부와 간호사들 중 절반은 현재까지 독일에 잔류했다. 전 주한독일대사인 한스 울리히 자이트 박사는 이날 격려사를 통해 “파독광부와 간호사가 독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진전은 독일에 사는 젊은 한인동포들에게, 1세대의 독일 정착 이유와 어떻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 그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더 나아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민자들에게 이민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 전시회는 베를린을 시작으로 보쿰(5.14∼5.24, Knappschaft-Bahn-See 본사건물), 도르트문트(5.27∼6.14), 고슬라(6.20∼7.4, Bergwerk Rammelsberg), 두이스부르크(7.9∼8.13, Universität Duisburg-Essen), 프랑크푸르트(8.16∼9.13, Krankenhaus Nordwest) 등의 도시에서 차례로 열리며, 독일에서의 전시가 끝난 후 한국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독일 베를린=박경란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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