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2·3세에 맞춰 정책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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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2·3세에 맞춰 정책 재검토해야”
  • 박상석 편집국장
  • 승인 2013.04.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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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듣는다] 이광규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지난 10년, 재외동포사회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지난 10년 동안 재외동포도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중국동포의 경우, 10년 전에는 중국이 시장 개방을 하기 전에 살던 사람을 지칭했다. 그러나 지금은 ‘재중동포’라 하여 재중국한국인회를 포함한 중국 전체 동포사회를 한국에서 건너가 기업하는 사람들을 말하고, 이들이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문화혁명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고, 기존에 살던 사람들과 체질적으로 융화를 잘 못할 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성격의 이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면서 중국동포를 대표하고 있으나 이게 엄격히 보면, 말이 안 된다.

일본의 경우는 민단과 뉴커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각각 한인회를 따로 만들어 활동하지만 ‘일본교포’라고 하면 민단을 말할 정도로 중심이 되고 있고, 미국의 경우도 80년대 이후 새로 들어간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중심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는 거꾸로 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동포들이나 러시아 동포들은 ‘공산주의사회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한국정부에서는 새로 들어간 사람들을 동포대표로 인정해버리고 있다. 이것이 10년 사이에 눈에 두드러지게 이뤄진 가장 큰 변화이다.

나는 이것이 서로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 조화를 못 이루고 있는 10년 새 이뤄진 이런 현상은 문제고, 참 안 됐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는 동포정책이 잘 안 된다. 재외동포들에게 선거권을 주고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10년 전에는 없던 현상이 그동안 일어났다. 10년 사이에 일어난 이러한 상황을 본국에서는 고민해야 한다. 지금 재중국한국인회처럼 한인회를 대표하는 사람이 본국의 행사에 참석할 때, 먼저 있던 동포들을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W-okta라는 무역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는 급속히 성장해 활동하고 있다. 반면에 주요 도시마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한인상공인회들이 있는데, 이들의 연합체가 약해져서 세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던 한인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지난 10년 새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근래 복수국적 문제를 가지고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을 보듬을 것인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복수국적보다 지난 10년 사이에 일어난 이런 것들이 더 기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지난 10년 사이의 변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고민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재외동포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잘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겉에 드러난 것만 보지 않고, 재외동포사회의 대책을 세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대로 두면 10년 후에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마치 우리가 대일청구권 문제에 있어 원폭 피해자 문제, 전사상자 문제, 사할린동포 문제 등 6개의 주요 의제가 있음에도 온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재외동포 문제를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두고 겉으로 드러난 것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재외동포신문>이 10년 쯤 됐으니 외형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차분히 앉아서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고 핵심적인 문제를 따져 국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 재외동포정책 중 가장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점, 그것이 무엇인가.
재외동포들에게 선거권을 줄려면 아예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 재외동포들의 요구를 들어보면, 가장 큰 것이 복수국적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권만 주고는 결과가 예상보다 못하네, 어쩌네 하는데 복수국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급선무다.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이 국익에도 더 도움이 된다. 유럽 등에서 살고 있는 1세대 동포들의 경우에 정년 은퇴 이후의 삶을 모국에서 살려고 해도 복수국적이 허용되지 않아 연금을 수령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동포들의 복수국적 허용 요구에 대해 “이익만 보려고 한다”고 반대하는데, 본국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무슨 이익만 보려는 사람들인가? 동포들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것을 변칙적으로 이용하려는 일은 차단하되 전향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문화가 부딪칠 때는 거품이라는 것이 있다. 다소 작은 문제들은 그런 차원으로 생각하고 기본적인 방향을 손상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우리 전체 국민들은 동포들에 대해 부정적인 의식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 나라가 힘들 때 도망간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것이 진짜 이유다. 이런 의식이 꽉 박혀 있어서 그러는 것이다. 6ㆍ25를 겪으며 고생한 사람들이 더 그렇다. 납세의무, 병역의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재외동포들이 하고 있는데 의무와 권리 이야기만 하고 있다.

한국문화를 퍼뜨리는 일, K-pop을 퍼뜨리는데도 재외동포들의 역할이 컸다. 우리보다 동포들이 더 고생한 사람들이고, 간접적으로 동포들의 덕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이다. 잘 몰라서 그런 것이므로 의식을 바꿀 수 있도록 지금부터는 우리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 10년 후 재외동포사회를 전망한다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오늘날 동포1세대들이 물러나고 2세들이 활동하는 시대로 점점 바뀌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전체 재외동포사회를 2세들이 장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동포사회의 생각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선,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곳이 거주국이므로 본국에 대한 애향심은 없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인식만 하게 될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뿐, 1세대들처럼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것이 없어져 굉장히 실리적으로 나갈 것 같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재외동포 정책도 그들의 의식, 시각에 적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2세, 3세가 지배하는 동포사회가 됐을 때를 예상해 지금부터 동포정책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후손들의 언어정책이나 재외동포 관련 정책들을 변화된 그들에게 적합하게 세워야 한다. 한국어나 태권도만 해도 한인2세들만을 대상으로 가르치겠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조만간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그런 변화와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인데, 그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맞춰서 모든 제도를 바꿔야 할 시대가 조만간 닥칠 것이다.

- <재외동포신문>은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나아가야 옳은가.
<재외동포신문>이 2003년 창간돼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재외동포신문>은 이제 재외동포 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국민과 국내 기업인들에게도 많이 읽혀져야 한다. 잘 알겠지만 국내 재벌 기업인들이 재외동포 기업인들을 많이 무시한다. 그들 국내 기업인들의 경우엔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 과정 때문에 동포기업인들은 또 그들대로 국내 기업인들을 무시한다. 경제 원리에 따라 성장한 기업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로의 성장해온 과정이 다른 국내외 기업인 양쪽이 서로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국 국민과 재외동포 전체의 생각, 입장과도 다르지 않다. 이 생각의 차이를 없애야 한다. 전쟁을 경험한 나라들은 다 있는 일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를 버리고 나간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이런 문제를 정부가 인식해 이것을 해소하고자 초등학교 교과서에 재외동포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글을 실어 본국 국민들의 의식 개선에 애쓰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이런 차이를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여 <재외동포신문>이 본국 국민들에게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치고,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재외동포신문>이 더 많이 익혀지도록 해야 한다.

주요 프로필
● 1932년 인천 출생
● 서울대학교 사범대 역사교육학과 졸업
●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교 인류학박사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교환교수
●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교환교수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현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 현 재외동포포럼 명예이사장
● 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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