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일보」문예페이지 80년사
상태바
「고려일보」문예페이지 80년사
  • 연합뉴스
  • 승인 2004.02.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연해주 이주 한민족의 애환을 함께한  카자흐스
탄 알마티에서 발행되는 한글신문 「고려일보」의 창간 시기부터 현재까지 문예페이
지를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장사선 홍익대 교수 연구팀은 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과제 지원을 받아 수
행한 'CIS지역 한국관련 문예자료의 발굴 조사 연구' 가운데 「고려일보」 문예페이
지 조사 부분을 19일 공개했다.

    고려일보는 지난 1923년 연해주 신한촌에서 창간돼 80년 간 한민족과 애환을 함
께 하며 영욕을 거듭해 왔고, 강제이주 후 지금까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유일한
대변지로서 한글 보급에 앞장서 온 주간신문.

    연해주 시절 「선봉」으로 창간돼 강제이주 시기 정간을 거쳐 1938년  「레닌기
치」라는 이름으로 다시 발간됐으며, 1991년 「고려일보」로 개칭되는 등 신문 자체
의 부침이 이주 한인의 역사와 맥을 같이 했다.

    간헐적으로 이들 신문의 문예페이지가 소개되거나 인용된 적은 있지만  북한.이
주문학 연구의 주요 자료이자, 제도적 보호 장치 없이 한글 문화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해외동포문학사 자료이기도 한 이 신문의 문예페이지 전체가  연구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선봉」에는 매월 2회 문예페이지가 개설됐으며 총 시 48편, 소설  2
편,평론 19편이 실려, 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시기에 "조명희가 시 4편과 평론 1편을 조생이라는  이름으
로 발표"했으며 "조선사범학교 학생인 조기천이 독자들의 적극적인 작품 투고를  위
해 신문 4면에 만들어진 '독자 문예'란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고 "김세일과  강태수
도 이곳을 통해 등단"했다.

    「레닌기치」에는 1958년부터 전체 4면 중 제4면에 문예페이지가 개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발행됐다.

    이들은 문예페이지의 "상단부에 시가 실리고 그 옆에 노래 악보와 가사, 하단부
에는 소설이 실렸다"며 "1962년부터 1990년까지 신문에 실린 소설 총 편수는  250여
편, 시는 978편, 평론은 120편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려일보」로 개칭되면서부터 "한글을 해독할 줄 모르는 세대가  늘어
남에 따라 전반적으로 문예페이지 발행 일수가 줄어들었다"면서 "1991년부터 2002년
까지 신문에 실린 소설 총 편수는 30여편, 시는 200여편, 평론은  60여편으로  작품
편수도 현저히 줄었다"고 지적했다.

    작가별로는 1920년대 「선봉」신문부터 시작해  「레닌기치」,  「고려일보」에
이르기까지 작품 활동을 한 작가는 조명희, 전동혁, 김세일, 김준, 조기천, 한 아나
톨리, 태장춘, 연성용 등 8명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조명희와 전동혁, 김세일, 김준, 조기천, 한 아나톨리  등
은 「선봉」신문 시설 소설이 아닌 시를 썼고, 「레닌기치」시절에 와서 소설과  평
론 활동을 했"으며 "강태수 만이 2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소설 창작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대표적인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동맹) 작가인 조명희의 경우 신
문에 발표한 작품과 한국에 소개된 연보를 비교한 결과, 연보의 시 제목, 장르 구분,
발표 시기가 잘못 표기된 경우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931년 4월4일 발표한 '여자공격대'는 '여자돌격대'로, 1934년
6월2일 발표한 ''오일'시위운동장에서'는 '5월1일 시위 운동장에서'로 돼 있었으며,
「선봉」에 발표된 '짓밟힌 고려'(1928년 10월) '볼쉐비크의 봄'(1931년 3월) '여자
공격대'(1931년 4월) '10월의 노래'(1931년 9월)등은 발표지가 표기되지 않았다.

    한편 보고서에는 임하가 조명희 출생 70주년을 기념해 1964년 8월11일 「레닌기
치」에 평론을 기고한 사실, 전동혁이 이기영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소련에서  그
의 업적을 정리한 평론의 내용 등도 실려있다.

    연구팀은 이 보고서를 20일 한성대에서 한국현대문학회(회장 이용남 명지대  교
수)가 주최하는 동계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kyunghee@yna.co.kr

(끝)



[◀ 리스트 가기]   프린트서비스  송고시간 : 20040219 10:41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