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베를린 ‘대보름잔치’ 한국문화의 밤 자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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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베를린 ‘대보름잔치’ 한국문화의 밤 자선공연
  • 박경란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3.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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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아 덕순 씨, 베를린 한인회관 확장기금 위한 자선공연

베를린의 겨울은 혹독했다. 소복이 쌓인 눈 사이로 파릇하게 움트는 봄의 열정을 기다리건만, 봄의 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그래도 봄 마중길은 간단했다. 한국의 봄노래를 부르며 독일의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일이기에… 가는 길은 구수하고 정감 있는 시골길 같았다. 그곳에는 이웃이, 추억이, 고향이 그리고 노래가 있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의 ‘동무생각’이 베를린 언덕에 울려퍼질 때 봄은 어느새 우리 앞에 와 있었다.

지난 16일 주말 오후 6시 베를린 Alt-Lübars, Labsaal에서는 제7회 자선 한국문화의 밤이 열렸다. ‘대보름잔치’라는 이름이지만 봄을 열망하는 향연이었다. 이날 행사는 소프라노 박모아 덕순 씨가 우리 가곡에 대한 열정과 민요, 가야금 산조, 고전무용, 한국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뜻 깊은 잔치였다. 베를린 ‘한인회관 확장기금’을 위한 아름다운 기부 자선공연으로 나눔의 꽃씨를 퍼뜨리는 시간이었다.

▲ 지난 16일 주말 오후 6시 베를린 Alt-Lubars, Labsaal에서는 제7회 자선 한국문화의 밤이 열렸다. 파독간호사 출신 박모아 덕순 씨는 7년 동안 이번 행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박모아 덕순씨의 남편 Eberhard Mohr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총 2부로 이뤄졌고, 공연시작 전 독일 연방 국회의원 Detlef Dzembritzki 씨와 베를린 한인회 하성철 회장의 격려사가 있었다. 특히 하 회장은 “오늘 자선음악회를 개최한 것을 축하하며, 한인회관 증축을 위한 기금에 힘을 보태는 이 행사를 뜻 깊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제1부 첫 번째 순서로 가야무용단의 화려한 부채춤 열연이 청중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죽선과 한지로 만든 화려한 반달모양의 부채가 바람 따라 미끄러진 당의의 운치와 조화를 이룬다. 파독 1세대와 2세대 네 명이 어우러져 꽃봉오리를 만드는 장면에선 곳곳에서 신음처럼 내뱉어지는 감탄의 소리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후 소프라노 박모아 덕순 씨와 피아니스트 오혜옥 씨의 반주로 이어진 ‘꽃구름 속에’, ‘산유화’, ‘진달래꽃’ 열창은 가슴 절절한 우리 가곡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국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소수민족 한국인의 정서가 박 씨의 목소리 속에 스멀거렸다. 연주가 무르익어가자 한국인과 독일인은 공감을 넘어 소통의 경지에 이르렀다. 문화의 한계와 경계를 허무는 데 음악은 가장 적절한 도구였던 것.

뒤이은 홍춤은 원래 정과 흥의 운치에 젖어드는 선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춤으로, 가야무용단에서는 선비복을 입은 두 명과 여성한복을 입은 두 명의 단원이 고즈넉한 춤사위를 선사했다. 매화와 난초가 그려진 부채와 도포에 이끌린 손놀림, 너울거리는 한복의 문양이 청중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1부 순서의 마지막인, Königin-Luise Kirche Waidmannslust 합창단과 한인여성들의 호흡으로 이루어진 합창은 무대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신아리랑’, ‘도라지’, ‘고향의 봄’, ‘동무생각’을 부르며 사람이라면 가슴에 하나쯤은 품고 사는 ‘향수’라는 매개체로 한국과 독일 양국을 하나로 만들었다.

제2부 순서는 박모아 덕순 씨의 무대로 시작됐다. ‘그네’, ‘님이 오시는지’, ‘또 한 송이의 모란’,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는 박 씨의 눈에 잠깐 이슬이 맺혔다.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며 청중들도 자연스레 통일에 대한 염원을 상기하며 감정이입이 되었다. 특히 ‘님이 오시는지’를 부를 때 박 씨의 손은 자연스레 모아졌다.

또한 가야무용단의 화관무에 이어 국악인 김지연 씨의 ‘가야금 산조’는 단아함과 숙연함 뒤에 꿈틀거리는 한국적 정열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가야금의 음률은 흐린 날씨 후에 뿌려지는 햇살 한 줌처럼 듣는 이의 심장에 한 줄기 파문을 그렸다.

2부의 마지막 순서는 가야무용단의 북춤이었다. 공간의 내부를 장악하는 북춤의 장관은 지루한 겨울의 끝자락에 열정의 향기를 불어넣어주는 묘약과 같았다.

베를린의 봄은 Labsaal에서 바통을 넘겨받아 봄향기로 이어간다. 봄의 물결로 출렁이게 하는 출발지인 셈이다.

“한국 가곡에 쏙 빠져들어갈 것 같아요. 정말 아름다운 선율이에요” 독일인 아네테는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어조로 공연의 감흥을 이야기한다. 청중의 90%가 독일인들로 이뤄진 이 행사의 주최는 박모아 덕순 씨. 한복이 잘 어울리는 그녀의 남편은 위트 있는 사회로 행사를 매끄럽게 주도했고,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돋보였다.

지금까지 7년 동안 이 행사를 이끌어온 박모아 덕순 씨는 간호사로 독일에 와,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베를린 음악대학(UDK)을 졸업하고 현재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는 중견 음악인이다.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그는 이번 자선 한국문화의 밤을 통해서도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봄날, 겨울빛 햇살 아래 봄노래로 마중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노래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독일 베를린=박경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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