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성장은 다수의 고객들과 함께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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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성장은 다수의 고객들과 함께 하는 것”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3.03.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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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양진 캄보디아 프놈펜 상업은행장을 만나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단호히 거절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다. 개인에 대한 인터뷰 대신 은행 이야기만 하고 싶다고 했다.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동안 이 은행과 관련된 수많은 국내외 뉴스가 양산된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 부분에 대해 동포사회 여러분께 해명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되물었다.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다. 단, 인터뷰 도중 기자가 직접 메모를 하는 것도 한사코 말릴 만큼 인터뷰에는 거부감이 있는 듯 싶다. 사진도 어렵게 설득해서 찍었다.

▲ 김양진 은행장은 최소 2~3년 이내 캄보디아 5대 은행에 들어갈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으로 진출 5년 만에 캄보디아 5대 은행 진입 꿈꾸는 영원한 글로벌 세일즈맨

언뜻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 같지만, 김양진 행장처럼 열정적이고 친근한 인물도 캄보디아 교민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호탕한 성품에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국민은행에서 근무를 하며 기업금융본부장, 심사부장, 외환업무부장, 뉴욕지점부지점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답지 않게 권위의식도 없다. 여느 사람을 대할 때도 전혀 격의가 없고 늘 소탈하다. 금융업종사자 특유의 전형적인 쫀쫀함(?)이나 융통성 부재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지점장 시절 무려 7번 연속 영업왕을 차지, ‘영업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최고의 글로벌 세일즈맨 출신다운 면모가 느껴진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천주교 사목회장도 맡고 있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 속엔 진솔함과 따스한 인간미도 넘쳐난다.

조금은 민감한 질문부터 우선 꺼냈다. 과거에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소문이 있었다. 모회사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부실경영으로 인해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곧 문을 닫게 되면, 자회사격인 프놈펜 상업은행도 덩달아 위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불안해하는 교민 고객도 많았다.

김 : 매각될 경우를 대비해 ‘프리미엄’을 더 받으려고 점포수를 무리하게 늘리려 한다는 항간의 악소문을 나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철저히 시장조사를 통해 점포를 개설했다. 작년 말 오픈한 바탕방 지점은 물론 뚤꼭 지점도 큰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런 소문이 진짜라면 7개 모든 점포가 어떻게 이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겠는가? 8호 지점이 이달 말 프놈펜 타워에 오픈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합리적인 시장분석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더 많은 점포를 단기간에 열 계획이다. 그동안 시련은 있었지만, 일본 SBI 그룹이 대주주로 되어 회사가 더욱 더 튼실해졌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싶다.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직접 컴퓨터 단말기로 7개 점포별 실시간 종합 분석데이터 화면을 보여줬다. 가장 최근에 개점한 점포마저 상당한 고객과 예금이 예치되어 있었다. 예금고객수와 개설통장수도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했다. 예수금 누적 규모가 거의 1억불에 육박했고, 대출금 규모가 이미 8,000만불 넘어서 월 평균 40만불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었다. 그의 말이 전혀 과장이나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악소문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매번 비슷한 질문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어지간히 한 듯 싶었다.

▲ 김양진 행장은 친절, 정열, 정직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며, 직원들에게도 친절과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위기를 바꿔, 프놈펜 상업은행만의 고객 유치 전략이 무엇인지 다소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 2008년 진출 당시엔 국내외 대형은행들이 이미 진출했거나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대형 은행들과 경쟁해서 교민고객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린 곧바로 현지고객 중심의 마케팅으로 영업전략을 바꿨다. 재래시장을 돌며 직접 찾아가는 영업도 과감히 시도했고 서민고객확보를 위한 모토론(Moto Loan: 오토바이 담보소액대출)같이 관리비용은 높지만 미래잠재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타은행 기피상품도 과감히 개발, 시행하고 있다. 이런 현지화전략이 적중했다. 특히, 은행 예금이자율도 우리 은행이 최상위권이다. 현지 고객들도 이미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하루 평균 1,400명 정도의 많은 고객들이 직접 지점을 찾아온다. 또한 은행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산건전성을 가름하는 대출금 연체율도 0%를 기록했다. 우리는 100만불을 예탁하는 단 한명의 고객보다 1,000불, 1만불을 예금하는 1,000명, 1만명의 고객을 더 선호한다. 그만큼 일도 많아지지만, 은행의 성장은 다수의 우리 고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최근 재일동포계열 일본 대기업 SBI가 모회사격인 현대스위스금융의 주식 80% 이상을 인수, 프놈펜 상업은행은 실제적으로는 재일동포계열 회사가 됐다. 김광진 회장은 금년 초 사임했으며, SBI 그룹이 대주주가 되어, 사실상 이제는 일본계 은행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 : 일본 재일동포계 투자회사가 대주주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SBI는 엄밀한 의미에서 금융전문회사가 아닌 투자전문회사다. 그동안 프놈펜 상업은행이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대주주의 자리에 올라선 일본 본사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가 바뀌었지만, 우리의 경영능력과 노하우를 인정하여 SBI는 현재의 경영진이 그대로 책임경영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SBI 본사로부터 그 동안의 실적을 인정받아 더 좋은 근무조건 및 연봉제의가 있었음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근무지 및 연봉에 크게 개의치 않고 캄보디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기가 가꾸고 키운 프놈펜상업은행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한사코 고사했다고 한다. 진정한 글로벌 세일즈맨다운 결정이었다. 앞으로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 김 행장은 은행 거래와 관련해, "우리 직원 중 어느 누구도 거래고객들에게 정당하지 않은 부담을 준 적이 없다"고 장담했다.

김 : 캄보디아처럼 발전가능성이 높은 나라도 없다. 그냥 빈 말이 아니다. 실제 금융거래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성장 ‘모멘텀’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솔직히 영업이 더 힘들다. 하지만, 10년째 캄보디아는 7% 이상 대의 안정적 경제 성장률에 힘입어 역내 대규모 투자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프놈펜의 스카이라인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도심은 공사현장을 방불케 할 만큼 빠르게 변하는 모습이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 은행은 최소 2~3년 이내 캄보디아 5대 은행에 들어갈 목표로 일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나는 생각한다.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가?

김 : 나는 ‘친절’, ‘열정’, ‘정직’ 이 3가지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젊은 시절부터 은행원은 ‘기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최고의 비즈니스 덕목으로 삼았다. 그만큼 직원들에게도 친절과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고객과 1:1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창구의 유리벽을 없앤 것도 우리 은행의 영업전략이다.

일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정직’ 또한 중요한 덕목이다. 장담컨대, 은행거래 관련해서 우리 직원 중 어느 누구도 거래고객들에게 정당하지 않은 어떤 부담을 준 적이 없다. 이와 같은 윤리경영이 내가 갖고 있는 은행경영의 철학이자,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과거 국민은행에서 받던 급여의 1/2 정도 수준을 받고 있지만,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내가 해온 일들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내 목표를 향해 매진할 계획이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한인사회의 발전과 현지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일조하고 싶다.

“은행의 성장은 다수의 우리 고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는 인터뷰 중 그가 남긴 말이 ‘진짜’ 가슴에 와 닿았다. 오늘은 진정한 글로벌 세일즈맨을 만난 날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캄보디아=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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