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법체류동포 전면 합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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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법체류동포 전면 합법화해야 한다
  • 배덕호
  • 승인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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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혈통주의의 채택에 따라서 관련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통외통위 수석전문위원의 답변).  "주변국가와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국제인권규약 위반......노동시장 교란......안보적인 측면의 문제가 있어......헝가리 경우......재외동포법 개정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외교부의 공식적인 입장......"(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장의 답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통외통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재외동포법제 제정에 대한 의원들 질문에 국회 수석전문위원과 재외국민영사국장이 답한 말들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회와 정부의 핵심 실무책임자들의 공식 답변이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옹색하고, 해마다 앵무새처럼 왜곡을 일삼는 이들 행태에 일면 수치심마저 느낄 정도다.

  지난 2월 재외동포사회의 최대 화두였던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제정 5년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에 따라 174개국 7백만 재외동포 중 일본의 조선적 재일동포 등을 제외한 약 6백7십만 동포가 늦게나마 재외동포법의 정책대상에 포함된 점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법개정 이후 남는 시급한 과제는 관련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그간 불평등한 법으로 인해 불법체류상태에 빠진 국내동포들의 합법화 문제다. 법개정을 시점으로 재중동포 및 구소련지역 동포 등이 구체적인 정책대상으로 전환되었으므로 하위법령의 시급한 정비를 통해 이들에게 권리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위의 정부책임자 국회 답변에서 드러나듯, 재외동포를 애초부터 귀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기존 정책 담당자들에게 이 문제의 해법을 맡겨놓을 일은 아니다.

  타국의 입법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별도의 법제도 없이 자국의 국외동포에 대해 내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하고 있다. 또한 일본, 중국, 이스라엘, 독일, 그리이스,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러시아, 헝가리, 영국 등에서도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외동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헌법조문, 법률, 이를 관장할 국가기구를 두고, 출입국, 국내 취업, 사회보장 등에서 내국인과 동등 대우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실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현실, 세계적인 추세를 눈앞에 두고 정부는 언제까지 '국제법 위반', '외교마찰' 타령만 할 것인가?

  특히 법률 제정시 정책대상에서 배제된 재중동포 등은, 국내 입국을 위해 현지 브로커 조직 등에 1인당 1천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입국 비용을 지불하고, 입국시 3D업종 등 산업현장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인해 임금체불, 산업재해, 각종 인신적 모욕 등 열악한 인권적 현실을 감내해 왔으며, 급기야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정부의 무차별적인 단속 및 강제출국 정책으로 인해 자살 등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타국의 입법 사례를 보아도 역사적인 특수한 연유로 정주하는 자국동포들을 외국인이주노동자보다 더 차별하고 냉대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각 국의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제라도 이들을 '준내국인'으로 대우하여 출입국, 취업 등 각종 권리를 부여해야 할 때다. 3D업종 등 국내 노동시장에서 당장 45만여명의 인력부족현상이 예상되는 점도 깊이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재중동포 등의 동포 불법체류 문제는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실시 등에 따른 합법화정책과는 별개로, 별도의 출국조치없이 전면합법화 조치를 취한 다음, 하위법령을 손질하여 재외동포체류자격(F-4비자)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일정기간 체류자격자 수와 관련해서는 쿼터제 도입 등으로 수를 제한하거나 체류기간을 한정시키는 방법은 있다. 사실을 왜곡 말아야 한다. 외교마찰, 노동시장, 안보, 국제법 문제가 아닌 정책 담당자, 정책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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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호,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 대표, ssogaree200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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