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교민안전, 이젠 우리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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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교민안전, 이젠 우리가 책임진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3.02.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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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산하 교민안전지원단 발족… 교민뿐만 아니라 여행객 안전에도

검정색 제복에 붉은색 안전조끼를 입은 씩씩한 캄보디아 사나이의 왼쪽 가슴팍엔 뜻밖에도 선명한 캄보디아한인회 로고와 함께 ‘KOREAN ASSOCIATION’이란 영문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구릿빛 피부의 30여명 늠름한 장정들은 상관의 구령소리에 단상에 서 있는 손님들에게 우렁차고 절도 넘치는 거수경례로 인사를 했다.

▲ 전직 경찰관과 군인들로 편성된 교민안전도우미, 안전사고 발생시 사건처리는 물론이고 현지 경찰과의 중간 교량 역할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치 ‘군대사열식’을 보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가 맴 돈 것도 잠시, 이 행사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뿌듯한 표정이었고, 일부사람들의 미소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이들 현지인들은 해병대전우회와 자원봉사자 교민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교민안전지원단’과 함께 교민안전사고 방지 및 사후처리에 나설 도우미 인력들이다. 이들은 모두 현장경험이 많은 베테랑 전직 경찰들과 군인출신이며, 현재 한국인 경호경비업체에 고용된 직원들이기도 하다.

캄보디아한인회가 지난 26일 교민사회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교민안전지원단’을 드디어 발족시켰다. 그동안 교민사회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물론 한국인이 저지른 사고나 잘못도 많았지만, 부정부패가 심한 현지 경찰들의 불공정한 처리와 뇌물 요구 등으로 인해 우리 교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 사실. 현지어에 익숙하지 않아 진술과정의 오류로 억울한 일을 당한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 양성모 캄보디아 한인회장에게 선서식을 하는 교민안전지원단 단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이상, 현지법을 준수해야만 했기에, 5,000 여 명에 이르는 우리 교민들은 반 치안 부재상태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어쩔 수 없이 현지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무작정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때론 발생했고, 금품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부패한 경찰의 공권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 교민안전지원단 도우미들에게 격려 물품을 전달하는 김한수 주캄보디아 대사.

최근 이러한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교민사회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전한 교민사회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자율방범대’와 같은 조직이나 최소한의 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교민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 매번 현실적 난관에 부딪쳐 좌절되기 일쑤였다. 운영관리를 위한 자금 확보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자발적인 봉사인력의 확충과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관리능력의 부재 등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교민안전을 책임질 한인사회 조직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정작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설 수 없는 힘든 과제였다.

다행히 금년 초 새로 임기를 시작한 양성모 한인회장을 주축으로 한 제9대 한인회가 의욕적으로 나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교민안전지원 대책을 내놓았고, 교민사회의 중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때마침, 교민사회의 안전을 우려해온 해병전우회를 비롯한 교민단체들이 한인회와 함께 힘을 모으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교민기업들도 십시일반 돕기로 했다. 한인회 사무국도 이때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시작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간 소요되는 운영관리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지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복안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의지만 가지고 하기에는 지속적인 유지관리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인회 임원들이 밤새 머리를 맞대고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두 달여 간의 산고(産苦) 끝에 오늘, 드디어 한국인과 캄보디아인들로 구성된 교민안전지원단 발족식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 교민이 운영하는 CSC 경호경비업체 본사 앞마당에서 열린 발족식에는 양성모 재캄보디아한인회장과 황판철 해병대전우회, 안전지원단 자원봉사단원들과 임원진, 현지인 도우미 인력 30여명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주캄보디아 김한수 대사와 교민업무를 담당하는 박승규 영사 등도 본 발족식에 참석, 새롭게 출범하는 ‘교민안전지원단’의 앞날을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양성모 한인회장 “교민사회 안전망 확충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인사말에 나선 양성모 한인회장은 “교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발생시 그동안 외국인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았다”며, “최소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민안전지원단의 결성과 운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회장은 “앞으로도 교민안전지원단의 지속적이면서도 효율적 운영관리를 통해, 교민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한수 주캄보디아 대사도 축사를 통해 “교민사회가 갈수록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민안전지원단 발족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우리 한인회가 중심이 돼 교민들과 어린 2세대들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교민 안전 확보는 물론 대사관과 공조 하에 안전사고의 방지와 신속한 처리에도 더욱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인회측은 재캄 해병전우회(회장 황판철)와 한국인 경호경비업체 CSC(대표 전범배)와도 현지인 도우미 인력을 사고현장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운영관리에 관한 별도의 협약식을 가졌다.

김한수 대사는 해병전우회가 주축이 된 교민안전지원단을 격려하고, 아울러 안전지원단을 측면지원하게 될 현지인 도우미 인력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선물로 준비한 각종 안전장비용품 등을 증정, 이들을 격려했다. 경찰과 군인출신들로 각종 사건처리 경험이 많은 현지인 도우미들은 해병전우회가 주축이 된 교민안전지원단과 함께 향후 교민안전사고 발생시 20~30분 이내에 현장에 긴급히 투입, 사고담당 경찰과 사고처리에 대한 협의 및 조율에 직접 나섬은 물론, 통역서비스와 교통사고 환자 응급조치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한인회에서는 지난달 말 교민이나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여행객들의 안전사고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프놈펜 소재 한인병원인 헤브론 병원(원장 김우정), 캄보삼성클리닉(원장 김우진), 제일병원(원장 탕리) 외에 깔멧 현지종합병원과도 별도의 협약식을 가졌다. 이 협약식을 통해 이들 4개 병원을 한인회 협력지정병원으로 선정함으로서, 교민안전사고 발생시 신속한 응급처치는 물론, 교민 환자들에게 치료비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등 공동협력하기로 이미 약속한 바 있다.

한편, 교민안전지원단 발족 소식이 한인회 공식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일주일 전부터 알려지자, 한인회를 격려하는 수백여 개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정말 의미 있고 훌륭한 일을 하는 한인회에 감사하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고 “이번 일로 한국사람들의 위상이 높아 질 것 같다”는 ID ‘기지재’의 의견도 있었다.

교민안전지원단은 앞으로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한 지원인력을 더욱 확충하고, 실제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비상업무 매뉴얼을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이번 교민안전지원단의 발족으로 우리 교민들뿐만 아니라 캄보디아를 여행 중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응급상황이 발생시 한인회 긴급연락망(+855 88 6011 810/교민안전이사)에 신고하면, 신속히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인회 김관식 총무이사가 밝혔다.

이번 캄보디아한인회 산하 교민안전지원단 발족은 교민안전 대책마련에 고심이 많은 다른 주변국가 재외동포사회에도 훌륭한 모범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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