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작은 시골학교에 우물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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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작은 시골학교에 우물이 생겼어요”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3.02.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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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새마을 캄보디아지회와 한서 라이온스클럽회원들 시골학교에 우물 증정

동남아 무더운 열대의 나라 캄보디아의 계절은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연중 절반은 ‘스콜’이라 불리는 열대성 집중호우가 메콩강을 범람시켜 전국토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리지만, 건기에 접어드는 10월말부터 그 이듬해 4월초까지는 비가 거의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40여 년간의 지루한 내전을 겪는 바람에 관개수로조차 없는 캄보디아 대부분의 들판과 농지는 건기가 되면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메마른 풀을 씹는 들판의 누런 소떼들도 뼈 부딪히는 소리가 날 만큼 앙상한 몸을 들어낸다. 쁘레이벵주에 위치한 ‘소난차이’라고 불리는 이 작고 가난한 오지 마을의 풍경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뭄이 심하게 들어 마을에 불과 두세 개밖에 없는 공동우물마저 마르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부모를 돕기 위해 책가방을 놓아두고, 흙먼지 펄펄 날리는 논둑길을 걸어, 또는 고물 자전거 뒷자리에 플라스틱 물통을 싣고, 십여 리 밖 이웃마을이나 개천으로 물을 기르러 나간다. 고여 있는 빗물이나 깨끗하지 못한 물을 먹다 보니, 설사나 이질 등 갖은 질병에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UN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캄보디아에서는 유아 사망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 마을 초등학교에 하나 밖에 없는 우물은 예전에 수심을 너무 얕게 파놓은 바람에 건기 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학생들이 손을 씻거나 물청소는 커녕, 종종 마실 물조차 없어 갈증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지경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은 갈증이 생길까봐 방과후 운동장에서 뛰노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던 차에 강원도 한서 라이온스클럽(회장 변승수)이 강원도 새마을 캄보디아지회(회장 박광복)과 협력해 새마을해외사업시범마을이 지난 15일 이 작은 초등학교에 우물 두 곳을 파주었다. 기존 20미터쯤 대충 파내려가는 방식 대신, 그 두 배에 해당되는 40미터 가량 파이프를 박아 건기에도 끄떡없는 우물을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깊게 파기 위해 지회 김석수 사무국장(45)이 용역을 맡긴 노무자들과 실랑이까지 벌여가며, 일주일간이나 공사에 매달린 결과였다.

마을 장정 한사람이 시범삼아 열심히 펌프질을 몇 번하자, 금새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우물가에 모인 200여명 어린 학생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핀다. 농사일을 잠시 제쳐두고 우물 완공식장을 찾아 나선 학부모들도 기쁘기는 마찬가지. 15명으로 구성된 한서 라이온스클럽 회원들도 뿌듯한 마음으로 함께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행사를 마친 후엔 마을주민들과 학생들을 위해 학용품과 신발, 옷가지 등 각각 300여점을 골고루 나눠줬다.

현재 강원도 새마을회(회장 박종인) 산하 캄보디아 지회장을 맡고 있는 박광복 회장(68)은 강원도 춘천출신이다. 작년 12월말 캄보디아 한인회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그는 “남은 여생을 헌신하여 이 나라에 새마을정신이 굳건히 뿌리내려 우리처럼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 게 소망”이라며 미소로 다가온 손주뻘 아이들에게 주머니속 사탕을 한 움큼 꺼내 준다. 나이 칠순을 바라보는 그이지만, ‘노익장’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새마을 운동에 매우 열정적인 모습이다.

수도 프놈펜에서 차와 배를 번갈아 타고 3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 작은 마을 초등학교는 이제 강원도민이라면 친숙한 이름이 된 지 오래다. 강원-소난차이 초등학교로 도 신문에 여러 차례 소개가 되기도 했고 강원원주대 등 대학생봉사단도 방학 때마다 찾는다. 강원도새마을회와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 속에 이 학교는 물론이고 마을주민들의 주거환경과 의식도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 아래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음이 실감난다.

[캄보디아=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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