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 카니발, 한국팀 인기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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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 카니발, 한국팀 인기 절정
  • 나복찬 재외기자
  • 승인 2013.02.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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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가락 속에 들려오는 "오빤 강남스타일~"

지난 11일 뒤셀도르프 로젠몬탁 행렬에 참여한 한국팀이 영하의 수은주를 보인 독일의 차디찬 겨울 대지를 녹였다. 

▲ 종사관의 호위 속에 행진하는 왕과 왕비 행렬.

이날 한류는 카니발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리는 위력을 톡톡히 보여줬다. 약 70미터에 달하는 한국팀 행렬은 길 구역이 바뀔 때마다 “코레아! 코레아!”, “사랑해!”가 확성기를 통해 울러퍼졌다. 특히, 제 2의 파리라는 쾨닉스 알레를 포함한 몇 구역에서는 한국팀이 시야에 들어오자, 준비된 ‘강남스타일’ 음악이 거리를 흔들었다.

‘한류’는 뒤셀도르프 카니발에서도 그 막강한 파워를 재확인케 했다. 41명의 전체 단원 가운데 7인의 단원(이명숙·김연화·김봉숙·김양임·김정진·안미정·박순화)들만이 참가하게 됐음을 소개한 이명숙 단장은 “한번 신명나게 놀아보세!”라며 한판 굿이 시작됨을 알렸다.

풍물단원들은 동포문화단체 일원들과 함께 굿거리, 삼채, 휘모리 순으로 멋진 판을 선보였다. 시원하게 펼쳐진 라인 강가에서 풍물패의 가락과 함께 20여명의 한국인과 몇 명의 독일 청년들이 합세해 강남스타일 춤을 췄고, 보는 이들은 발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박수를 보냈다.

뜨거운 기운과 흥겨움이 울려 퍼지고 풍물패들의 꽹과리소리, 카세트에서 가늘게 나오는 음악, 흰 장갑에 검은 안경의 강남스타일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온 시선을 모았다.

한국팀 행렬은 궁중복을 착용한 ‘왕’(고재영)과 ‘왕비’(연기영), 그 옆에 검술호위병, 왕자와 공주를 선두로 혼인을 앞둔 신랑신부, 한인회 고전무용팀, 선비와 양반 차림을 한 이들, 부평풍물단과 두레풍물단, 풍년단 사물, 도르트문트 아리랑 무용단, 강남스타일 청년팀, 그 뒤로 한복차림의 한인들이 줄을 이었다.

디어크 엘버스 뒤셀도르프 시장과, 본분관 이찬범 참사관, 유제헌 총연합회장은 시청 앞에 설치된 디귿자형의 귀빈석에서 한국팀을 맞았으며, 귀빈석에서 기다리던 약 300여명의 카니발리스트들은 한국팀의 화려한 의상과 신바람 나는 풍물가락, 특히 왕을 경호하던 종사관들이 보인 검술묘기와 청년들의 강남스타일을 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팀은 긴 카니발 행렬이 정체될 때마다 군데군데에서 풍물놀이와 강남스타일, 검술을 선보였는데 바리케이트 뒤에서 덩실덩실 어깨춤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풍물의 위력을 실감케 했으며, 아이, 어른,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흥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여 서구인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문화임을 확인케 했다.

길가에서 기다리던 수십 만에 달하는 관중들은 한국 청년팀의 복장을 보며 “사랑해!”,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외치며 난간 가까이 다가와 환호성을 질러댔다. 애당초 129명으로 신고 된 한국팀 행렬은 한복을 착용한 동포들이 행진 중 가세, 200여명을 넘는 행렬로 커져 버렸다.

고전적인 궁중한복 그리고 풍물가락은 사람들의 영혼을 끌어들이는 묘한 마력을 보였고, 엘비스로 분장한 한 독일인은 “가락에 몰두하며 장구를 치고 있는 모습이 정말 감동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길 가에서의 김밥 인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연 3일째 만나고 있는 WDR 쉬스터 기자와 카메라 팀, 뒤셀도르프시 문화국 직원, 경찰들도 김밥을 받아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였으며, 맛을 음미하며 먹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행진을 마친 한국팀은 종착지에서 아프리카팀과 어울려 신명나는 뒤풀이를 했으며,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모든 공식 순서를 마쳤다. 일행들은 저녁식사 장소인 시내 순복음교회로 이동, 그 동안 서로가 쏟아 온 노고에 큰 보람을 느꼈다며, 서로의 수고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과 감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국 팀은 차량과 음향기기, 그룹조절 등 처음 참가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음이 눈에 띄었다. 이흥국 한인회장에게 물었다. 그는 “제때에 신청이나 도움을 요청 못한 자신의 부덕함에서 비롯됐다”며 부족한 재원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실수라고 말했다.

함께 행사를 준비해 나온 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이미지 제고와 홍보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건만… 턱없이 모자라는 한인회 예산으로 행사를 치루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라며 정부차원이나, 현지에 진출한 지상사의 기업홍보차원에서의 지원과 참여가 필수적인 조건임을 강조했다.

▲ 카니발 행진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출발지점에서 만난 한 독일기자는 궁중복을 입은 왕과 왕비를 보며 “아! 야판(japan)도 나왔네”라는 어이없는 말을 하기에 바로 잡아 주기도 했다. 사실 이 동네에서는 아시아적인 것은 다 일본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 하나일수 있는 그의 무지를 탓 할 수만은 없겠다.

오래 전부터 뒤셀도르프는 유럽속의 일본인이라는 지역 이미지를 굳혀왔다. 그 배경에는 국가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행사를 한인회와 같은 일본인구락부가 아닌 국가차원에서 챙기며 지원한 결과이다. 일본문화의 메카인 뒤셀도르프, 거기에다 최근 무섭게 번지고 있는 중국문화에 밀려 설 곳이 비좁아 가던 차이기에… 이날 한국팀의 카니발 행진은 그런 주눅(?)을 떨쳐 버릴 수 있던 좋은 계기가 됐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카니발 축제, 조금은 다가가기 생소했던 독일 카니발이 이제는 우리들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로 다가왔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어깨춤을 추게 한 풍물, 특별한 다른 문화를 체험하게 됐다"는 한 독일인의 말은 한민족의 뜨거운 저력을 다시 보게 될 내년 카니발행사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독일=나복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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