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드리는 편지
상태바
케냐에서 드리는 편지
  • 김응수
  • 승인 2013.02.15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은 대륙에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이 식지 않을까 걱정”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에서는 이번에 국내 4년제 대학에 4명(숙대 1·대구 가톨릭대 2·경북대 1)이 100% 장학금을 받고 이달 25일경에 출국할 예정이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직업기술원에는 10명이 합격해 역시 26일에 출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응수(사진) 세종학당장은 이같은 경사를 기쁜 마음으로 알리면서도, 케냐 현지의 위태로운 정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치열한 선거전과 폭동 우려… 세종학당의 정상 운영 간절히 기원"

이곳 케냐는 요즈음 차기 대통령선거전으로 온 거리가 시끌벅적 합니다. 3월 4일에 투표를 실시하는데 전봇대를 물론이고 길가의 돌멩이에도 그리고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까지도 벽보로 도배들을 하고 있습니다. 목 좋은 곳은 남의 것은 떼버리고 그 위에 자기 후보를 붙이기도 해서 온 거리가 알록달록 총 천연색의 그림으로 범벅이 되고 있습니다만 개인 사유물인 남의 집 담벼락이나 개인 선전 광고판에는 목 좋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붙이지를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선전 벽보를 붙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어떤 규칙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트레일러와 같은 대형 트럭을 유세차량으로 개조를 해서 시가 유세전을 펴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모릅니다.

과열돼가는 선거전이 평화롭게 끝내야 되는데 2007년도 선거 때 보다 더 심각할 것 같다는 예측이 나와서 긴장을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2007년 12월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2008년 3월까지 발생한 폭동으로 1,300명이 죽고 35만 채의 집이 방화로 소실되었는데 주된 원인은 현재의 총리(제 2대 종족인 루오족 출신)가 개표과정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개표중개방송을 중단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현재 대통령(케냐 최대 종족인 기쿠유 족 출신)재선되었다고 선언하고 발표 3시간 만에 취임식을 거행한데서 이에 항의하기 위해 지금의 총리 부족인 루오족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폭동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기쿠유족 출신인 후보자가 헤이그 국제재판소에서 2007년 선거 폭동의 주범으로 피소된 사람인데도 대통령 후보로 나와서 지금의 총리(루오족)와 한판 승부를 벌리고 있는데, 초기 여론조사에서 현 총리가 53%, 그리고 기쿠유출신이 36%로 현 총리가 절대 우세하였으나 지난 주 초 여론 조사에서는 46대 40으로 간격이 크게 좁혀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개표과정에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현 루오 족 출신 총리가 또 떨어질게 뻔하고 이에 따라 다시 2007년도와 같이 루오족들의 폭동으로 번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견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작년에 바뀐 헌법에 따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지 못하면 1위와 2위 후보자만 4월 초에 2차 투표를 하게 되는데 결국 루오족과 기쿠유족의 양자대결이 될 것으로 예측이 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이기든 지든 4월 초에는 2007년도 선거 때 보다 더 큰 대규모 폭동으로 발생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견해가 우세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부터 교회와 성당에서 선거가 평화적으로 끝날 수 있기 바라는 기도가 시작되기도 하였지만 돈 많은 인도사람들은 벌써부터 본국으로 재화를 이동시키고 있는 루머도 나돌고 있어서 아마도 몇 달간 먹을 양식과 가스, 그리고 마실 물과 비상약을 상당량 준비를 해 놓아야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케냐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첨단 산업 실태를 전파해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 나이로비 세종학당은 안타깝게도 선거전이 막판에 들어가는 이달 21일부터 휴강에 들어갈 계획이며, 개강일자는 상황을 봐가면서 3월 7일 이후에나 실시할 예정이나 투표가 2차전까지 간다고 예상하면 4월 중순 이후에나 개강이 재개될 것 같아서 케냐를 기점으로 검은 대륙에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이 식지 않을까 걱정과 아쉬움이 많습니다.

2011년 9월에 설립된 나이로비 세종학당은 매우 짧은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는 여러 대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숙사 비용을 포함해 5년간의 100% 장학혜택을 받고 현재 9명의 아이들이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금년도에 다시 4명이 추가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좀 많은 학생은 1년 과정의 직업기술원에 역시 100% 장학혜택을 받고 유학을 보냈는데 지난해는 8명을 보냈으며, 금년에는 10명이 한국에 가서 첨단 산업기술을 배울 수 있게 돼 나일로비 세종학당에 경사가 났지만 어수선한 선거 분위기에 파묻혀서 말도 못 꺼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또한 지난해에 직업기술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아이들은 케냐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업이 돼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던 가난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돌이켜 보면 2008년 선거 폭동이 진압된 직후 혼자서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케냐에 올 때만 해도 많은 선후배와 동료들 그리고 집안 어른들과 우리 가족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케냐에 와서 무료 한국어 교실을 열고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갈 수 없는 영특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의 문화와 첨단 산업을 소개하면서 한국을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을 꿈의 나라로 인식하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아무 광고나 선전 없이도 입학 경쟁률이 5대1이 넘을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매월 나오는 연금을 쪼개서 유학생들에게 비행기 표를 사줘야 하고, 서울에서 있는 동안 아프다고 하면 병원비를 지급해 주느라 경제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서울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 귀국한 학생들은 좋은 직장을 얻어 대대로 물려오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대통령선거가 평화적으로 끝나서 제기간에 세종학당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습니다.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장, 김응수 공군대령(예) 드림]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