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상회의에서 맺힌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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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상회의에서 맺힌 눈물
  • 김미경
  • 승인 2013.01.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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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동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은 외교통상부의 미래에 모아졌다. 조직개편의 갑작스런 발표와 짧은 기간 동안의 혼란을 뒤로 하고 외통부의 주요업무인 통상교섭기능 대부분이 15년 만에 패자부활 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간다는 소식이다. 1998년 외교부의 통상기능을 강화한 정부조직개편 이후 산업자원부로 통폐합되었던 산업통상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되면서 통상교섭권을 재탈환한 모양새다.

작년 11월 거주지 관할공관 주최로 열린 경제통상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한국본사에서 일본지사로 파견된 분들이었다. 일본거주 동포사회 전체가 독도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던 터여서 관심은 ‘이 상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로 모아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마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해약이 줄을 잇고 한일관계 갈등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양측 모두의 공기가 싸늘해지는데 경제논리로 예측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을 계속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말하던 참석자의 눈가엔 어느 덧 굵은 눈물이 맺혔다. 우익에게 벽돌테러를 당한 현지 공관 관계자들도 스피커를 단 검정색 트럭만 봐도 움츠러들던 동포들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이런 게 친정 같은 모국의 존재인가 싶었다.

700만 해외동포들에게 모국은 가장 큰 힘이다. 바다 건너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덩달아 신이 나고 어두운 소식이 들릴 때는 왠지 힘이 빠진다. 고향에서 잘 살 수만 있다면 떠나지 않았을 동포들이 대부분이다. 낯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모국과 동포들을 엮어주는 연결고리가 외교통상부의 현지공관이다. 일상의 사소한 불편에서부터 온갖 사건·사고, 통상관련 상담과 사업계약체결까지 지원해주는 공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옛적의 고압적인 관공서의 모습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부조직이 개편되고 한정된 자원을 두고 부처 간에 경쟁을 벌이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번 부처개편 내용을 보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과연 한 치의 에누리도 없는 치열한 통상교섭을 정공(正攻)과 선공(先攻)으로 펼칠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지와 전 세계 160여 곳에 공관을 두고 있는 외통부에 비해 현지의 사정을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통상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에 관한 내용이다.

통상교섭이란 결국 조직 내의 인적자원, 국제적인 네트워크, 그리고 상대방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내는 감각이 아우러져야만 성공할 수 있는 업무이다. 이런 지피지기(知彼知己)의 혜안은 자신과 상대를 꿰뚫는 비교적 통찰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중앙부처 모두가 국익을 위해 매진한다고 해도 국내 중심의 한정된 경험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직관은 엄연히 존재한다.

통상교섭은 언어와 기(氣)로 치르는 전쟁이다. 일반인들은 구별하기조차 어려운 ‘of’와 ‘for’의 두 표현을 두고 상대편과 몇 달씩 씨름을 벌이는 이유도 교섭의 과정이 그만큼 힘들고 사소한 방심이 국익에 가차 없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외통부가 지난 15년간 축적한 교섭의 노하우가 그대로 사장(死藏)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오랜 해외생활을 해오면서 외통부라는 조직이 다른 국내 중앙부처들과 묘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한 건의 스캔들이라도 여론의 몰매를 맞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일종의 따돌림 현상은 업무의 내용과 조직의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다른 부처와는 달리 외무고시라는 특수한 관문을 거쳐 구성원이 되는 과정에서부터 위화감이 조성되기 시작하고 적어도 3년에 한 번씩은 임지를 바꾸어야 하는 업무구조도 외통부가 국내에서 자신들의 업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장애요인으로 보인다. 조직의 기반이 덩어리 채 잘려나가도 어디 가서 읍소 한번 제대로 못해보는 안타까운 조직이 외통부이다.

[일본=김미경 히로시마 평화연구소 부교수/일본 서부 민주평통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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