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가 함께 필요한 한국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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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모가 함께 필요한 한국학교”
  • 설인숙
  • 승인 2013.01.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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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탐방을 시작하며…아이들 웃음소리가 선생님을 춤추게 해요

“내가 왜 한국학교를 가야 해?”하며 투덜거리던 아들이 요새는 학교에 가는 토요일 아침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제가 이번 학기부터 한국학교에서 보조교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매일 라디오에서 들려나오는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을 학교 친구들도 모두 알고 좋아하기 때문이죠. (정규학교) 한국인 학생이 아들 혼자라서 늘 외로웠는데, 이제는 한국문화와 싸이가 아들의 든든한 동무가 되어 준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싫어해서요”, “애가 바빠서…” 한국학교에 애들을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한국학교는 차세대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올바른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 할 수 있는 인생 습관을 갖게 된다면 아이는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고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학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필요한 학교입니다. 10년 전에는 한국에서 처음 오시는 분들이 미국에서 겪게 되는 문화적 격차를 ‘문화충격’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 오신 분들에게 문화충격은 거의 없습니다. 더 이상 한국과 미국사이에 외형적인 문화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내 한인 1세대와 2세대 간에는 문화격차가 큽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한국식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국식 문화를 완전히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소통부재에 따른 불협화음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한국학교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격차를 함께 줄여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한국학교는 엄마와 아이의 문화적 소통이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한국학교는 많이 가르치는 곳 보다 즐겁게 가르치는 곳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한국학교 교사도 정규학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과 똑같이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이 즐겁고 유쾌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두 명이 아닌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어울리며 부대끼는 일은 그저 쉽지만은 않습니다. 엄마에게 가겠다며 수업시간 내내 우는 친구들, 아직 화장실을 혼자 갈 수 없는 친구들, 학교 물건을 나누어 쓰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친구들까지 여러 꼬마 친구들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그 모든 아이들의 마음까지 읽어서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는 오늘 필요한 재료가 다 준비됐는지, 교재와 장난감들은 잘 정리된 상태인지, 교실 온도나 환기는 적당한지 살펴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늘 눈과 입, 귀와 코를 열어둘 뿐만 아니라 모든 육감도 최고의 수준에서 주파수를 맞춰야 합니다. 수업을 마친 뒤 교실 정리와 청소도 보통은 교사의 몫이죠.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료와 교구를 사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거나 마트와 문구점으로 쇼핑을 가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게다가 주간 계획안, 월간 계획안, 연간 계획안 그리고 가정 통신문을 짜기 위해 컴퓨터에 매달리다 보면 1주일에 단 하루 있는 수업이지만, 아이들의 버릇과 특기 사항을 기록할 시간도 늘 부족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선생님들을 춤추게 합니다.

부모님들이 한국학교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독서클럽, 영화모임, 사진반 등등 엄마, 아빠들의 동아리 모임을 활성화시켜 보는 것입니다. 제가 요즘 활동하고 있는 ‘북클럽’은 제 아이가 다니는 한국학교 학부모들 중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엄마들의 모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한 권의 책을 읽고 작품 이야기도 하고, 일상 속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도 합니다. 영어 공부도 되고, 배우는 것도 많고 부모들 간에 연대도 생겨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을 강타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때맞춰 한국일보에서 ‘한국학교 탐방’이란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미국에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The National Association for Korean Schools)라는 비영리단체가 있고, 14개의 지역협의회를 두고 있습니다. 남부 뉴저지, 펜실베니아, 델라웨어는 동중부지역협의회에 속하며, 현재 27개 한국학교가 회원교로 가입돼 있습니다. 매주 한 학교씩 찾아 학교, 선생님, 학부모님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로 우리가 어떻게 우리임을 증명해 나가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기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라델피아=설인숙]

(편집자 주 : 이 글은 필라델피아 한국일보 1월 10일자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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