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가 더 위로 올라가길 바라며”
상태바
“한중관계가 더 위로 올라가길 바라며”
  • 석동연
  • 승인 2013.01.17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방의 진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과 중국은 2012년 수교 20주년을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20년간 한중관계에도 천지개벽과도 같은 변화가 있었다. 수교를 앞두고 중국 측은 물이 흐르면 도랑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이제 도랑이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 하늘과 바다에 큰 길이 열렸다. 2011년 하늘길과 바다길을 통해 668만여 명의 한중 양국 국민이 상대국을 방문했으며 2,456억 달러의 상품이 서해를 오갔다.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중 양국은 수 천년간 우호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또한 지난 20년간 새로운 역사의 장을 기록해 왔다. 양국 관계는 경제·통상, 인적·문화 교류 그리고 정치·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1992년 수교 당시 연간 64억 달러인 양국교역액은 2011년 2,456억 달러로 37배 증가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최대무역상대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제3위 무역상대국이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한국의 제2위, 제3위 무역상대국인 일본과 미국의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크다. 대중투자액(누계기준)도 1992년 2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4만명에 달하는 양국 학생들이 상대국에서 밝은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양국관계는 겹겹이 쌓인 곤란을 극복

한중수교 이후 지난 20년 동안 중국과 한국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경제성장을 이뤘다. 중국은 연평균 10%의 초고속 성장을 하여 GDP가 1992년 4,482억 달러에서 2011년 6조 9,884억 달러로 이제는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한국은 세계 15위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이동통신, 조선, 반도체, 자동차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했다. 한중수교와 한중관계발전은 이러한 양국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며, 양국의 경제성장은 서로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한중관계 발전을 힘차게 추동했다. 그리하여 경제성장과 우호관계증진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왔다.

1992년은 역사적인 한 해였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 선생은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했으며 한중수교의 결단을 내렸다. 한중수교는 중국의 개방정책과 한국의 북방정책이 결합해 이루어낸 성공사례다. 덩샤오핑 선생은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다”라는 금언을 남겼는데 지난 20년간의 한중관계 발전을 되돌아보면 덩샤오핑의 비전이 충실히 실천되어왔음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다. 우물물을 마실 때에는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해야 하듯이 오늘날과 같은 한중관계 발전의 초석을 놓은 양국 지도자들을 기억하며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중관계에 도전이 적지 않았지만 한중양국은 이를 잘 극복해 왔으며 2008년에는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킬 수 있었다. 또 현재 협상중인 한중 FTA가 서명되면 한중관계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한중관계는 어려운 과제와 도전에 부딪치게 될 것이지만 양국 정부는 이러한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혜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안보분야에 있어 공동의 이익 추구해야

지난 20년간 폭발적으로 증대된 인적 물적 교류에 걸맞는 심적 교류가 계속 이뤄지고 두 나라 국민 간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기를 바란다. 이제는 경제협력의 성공적인 기초위에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역사인식 문제도 한중 양국이 당면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상대의 눈을 통해 보고 상대의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며,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한중관계도 더욱 성숙하게 될 것이다.

2,500여년 전에 만세사표(萬世師表) 공자는 “德不孤 必有隣”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겨 주었다. 중국은 이웃 국가에 대한 외교정책이 목린(睦隣), 안린(安隣), 부린(富隣)이다고 역설하고 있으며 중국에는 인(仁)과 화(和)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문화전통이 수천년간 있어 왔고 평화를 귀히 여기는(和爲貴)사상을 받들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중국의 이웃국가들이 중국과 어떻게 지낼까를 고민하는 이 시점에서 평화를 귀하게 여기는 사상은 우리가 더욱 금과옥조(金科玉條)로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교 20년을 맞아 한·중 양국은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쌓아올린 성과를 서로 존중하고 서로 축하해야 할 것이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 문화와 역사의 뿌리가 밀접한 관계인 두 나라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활짝 열어나갈 동반자다. 새로운 20년을 내다보며 보다 높은 곳에서 멀리 보며 아름다운 미래를 손을 잡고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두 나라가 지혜와 역량을 모으기를 소망한다.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필자 주(註) : “한중관계가 더 위로 올라가길 바라며”의 “더 위로 올라가길”(갱상일층루: 更上一層樓)은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한중관계가 더 높은 경지로 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그렇게 썼습니다.

※이 글은 필자가 주홍콩 대한민국 총영사로 재임 중에 홍콩 大公報 (2012.12.29)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임을 밝힙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