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詩畵] 2013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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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詩畵] 2013을 기다리며…
  • 한종엽(그리스 아테네)
  • 승인 2012.12.3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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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에서 드리는 송년 인사

우리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올 한해도 덧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SBS 특집 다큐 ‘최후의 제국: 공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4부작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면한 그리스의 힘든 재정개혁과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의 강요 등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아 공감하고 위로까지 받았습니다. 따분했던 올 한해의 시름을 마감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어설픈 자작시화(詩畵)로 못다 한 송년 및 신년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힘든 올 한해도 시간과 공간의 뒤안길로 마감하며, 현존하는 것에 대하여 그 고마움을 진심으로 보냅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 버퍼링 2012, 단상.

2013을 기다리며…
                                      한종엽

모니터open으로 덩달아 시작되는 하루
버퍼링의 긴장과 기다림은 일상이 돼
자막 뒤에 웅크린 채로 입출을 다시 고치는
환멸과 선망의 끊 없는 반복...

트로이카의 고된 숫자 유희로
한바탕 휘모리 굿판도 이제 끝내야하는데
벽 안에서 살아남아 버티어 내야하는 추한 속성에
낡은 문의 껍질마저 뜯어지고 드러난 속살로
용케도 버티어낸 초라한 영웅의 트라우마

벽이 문이고, 문은 벽이고
안이 밖이고, 밖은 안이고
눈사람과 흙사람의 착시현상도 구별조차 못한
허상의 시간과 끝 모를 공간에 밀려난 지금

벽과 문 사이에는 깨어나야 할 꿈이 있고

안과 밖의 구별점은 죽음이 아닐까?

아마 내가 먹다 남긴 찬밥도 좋다며...
버퍼링의 골목길 뒷켠 지하방, 해방구에서
끝내 기다리다 숨진 이름 모를 나르시스트
찬밥이든
시간이든
공간이든
개념 없이 사라져가는 미완의 과정
또 자해하듯 2012 나이테를 슬피 그으며

꼭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에
딱 필요할 만큼의 소유에
천사는 기뻐 할 수만 있고
악마는 어떤 일에도 슬프지 않을 터이니

끝없는 계단을 밀치며 털어내고 가자
버퍼링 없을, 솔로몬제도
파아란 아누타의 투명한 “아로파”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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