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산다]‘남탓말고 스스로 미래개척을’
상태바
[나는 이렇게 산다]‘남탓말고 스스로 미래개척을’
  • 경향신문
  • 승인 2003.0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스웨덴으로 입양됐던 김수희씨(28·토베 리펜달). 그가 최근 이 나라 제1야당인 보수당의 최고위원 18명 가운데 한명으로 발탁됨으로써 신세대 정치스타로 등장, 스웨덴 사회의 화제가 되고 있다.

2년 전 당 청소년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유명해진 그는 9월 총선 패배로 젊은 변화를 필요했던 당의 이미지 메이커가 돼 노인, 사회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525년 전통의 명문 웁살라 대학에서 역사, 스웨덴어, 문학을 전공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정치에 뛰어든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지난달 말 스톡홀름 소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수소문, 보수당의 홈페이지(www.muf.se)를 찾았다. 한글에 익숙지 못한 그는 영어로 질문해주길 원했고 영어로 답했다.

편지를 보낸 지 20여일 후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고 미안해 하며 질문에 답한 e메일이 도착했다. “양부모는 공항에서 나를 데려왔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내가 어디서 왔는가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당당하게 살고 있는 프로페셔널 여성의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스웨덴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요.
처음 입양돼 자란 곳은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인구 400여명의 아브라였어요. 정말 조그만 도시지요? 저는 지금 스톡홀름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이혼했지만 아이는 없었어요. 우리 부부는 비교적 잘 어울렸는데도 개인적인 문제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현재 스웨덴 남부의 티다홀름에서 사세요. 어머니 울라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아버지 엔스 홀름은 기술자이며 시간제 강사로 일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노르탈에 사는 언니 카밀라는 노인의료사업을 하고 있지요.

-정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어릴 때부터 변화와 리더십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면 큰 책임이 따라야겠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엉덩이만 뭉개고 있지 마라(You can’t sit on your ass doing nothing)’가 생활신조입니다. 주변 환경 탓을 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미래의 꿈을 일궈 나가는 것이지요.

-친부모를 만난 적은 있는가요.
1991년 전세계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가 설악산에 모여 개최한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러 한국에 처음 갔었습니다. 이때 서울에서 친어머니를 수소문했지만 안타깝게도 만날 수는 없었지요. 외할머니에게도 연락이 닿을 뻔 했는데 역시 만나는 것은 여의치 않았어요. 어머니에게 지금까지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고 당시 입양을 결정했던 것에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그의 어머니는 미혼모로 리펜달을 낳았으며 그는 어머니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줄곧 사회사업가로 일해왔습니다. 가끔 강의를 나가고 있으며 언론에 정치칼럼을 쓰고 있어요. 당에서는 도시행정, 노숙자, 노인 문제를 담당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내놓은 기부금에 밑바탕을 두고 여러가지 연구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지방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같은 일을 하지요. 당에서는 월급을 받고 있지 않아요.

-벌써 정치 스타로 성장한 셈인데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습니까?
저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commucation)하는 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요? 정치는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새 아이디어와 가치를 판단하며 가슴을 터놓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 듯합니다.
남들에게 조언할 만큼 ‘높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생물학적 나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마라”.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유연하게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해요. 변화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얻게 해주고 자신이 얼마나 흥미로운 사람인지 알게 해주지요. 다른 사람들을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하길 바래요(Treat people in a way you want to be treated).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수많은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싶고 훌륭하고 재미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결혼해 가족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요. 여행과 글쓰기에 더 노력해보고 싶기도 하고…. 나중엔 아프리카로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요.

김씨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사진, 그림, 도예를 취미로 삼고 있으며 영화와 음악을 좋아한다. 그의 남자친구는 경제전문가로 기업체의 싱크 탱크(think-tank)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 젊은이들의 생각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며 “나 역시 당당히 내 길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문성현 기자< muns1@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3/01/07]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