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외동포 출마자들의 선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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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외동포 출마자들의 선전을 바란다
  • 김제완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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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여성전용 선거구를 두겠다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6석의 여성 의석이 추가로 생긴다. 여성 유권자들을 위해 여성전용선거구제가 논의되는 마당에 7백만 재외동포를 대변하는 의석을 배려하라고 요구가 동포사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을 만하다.  

4천5백만 인구중 절반을 위해서 26석을 할애했다면 해외동포 7백만을 대표하는 의석은 10석은 돼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요구한다면 여러가지 이론을 제기할 사람이 많을 것아 주저가된다. 그러나 외국에 살면서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3백만 재외국민을 배려하라는 요구에는 거리낌이 있을 수 없다. 이같은 요구가 현금의 정치상황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면 최소한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내던진 동포출신 후보들에 대한 배려라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해 선관위에서 내놓은 정치개혁법안에는 해외 단기체류자 80만명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안이 포함됐다. 신중한 입장의 정부기관조차 이같은 안을 내놓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재외동포 담당 주무부서인 외교부도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단기체류자들에게 부여하는 안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관같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외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까지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선관위와 외교부의 분위기가 이렇다면 다음 총선 이전에 어떤 수준에서든 관련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각당은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득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당내에 동포출신 의원이 한명도 없다면 누가 나서서 표를 달라고 하겠는가.  

이번 총선에 재외동포 출신이 4명이나 출사표를 던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가야 하므로 이들중에 과연 몇명이나 의정단상에까지 이르게 될지 염려를 뿌리칠수 없다. 재외동포사회에서는 이들을 위한 후원회라도 만들어 지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포관련 현안문제들이 대부분 법안 제정 개정문제와 관련이 있는 현실을 감한해보면 이들의 국회진출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 출마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하고 싶다. 각기 인생을 걸고 출사표를 던진 데에는 나름대로 비장한 뜻과 의지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지향도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재외동포 출신으로 재외동포를 대표한다는 의식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혹시 재외동포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지역구에서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한인구 4천5백만중 7백만이 밖에서 살고 있어 두집 당 한명꼴로 일가친척이 해외에 나가 살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해외동포가 우리에게 아주 친근한 존재이다. 동포 출신이라는 사실이 득표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타산에 앞서 출마자 자신의 정체성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수십년동안 해외동포로 살아온 사람이 국내의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하려면 자신의 해외 체류 경험이 한국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재건 김경재 의원등 기왕의 해외동포출신들은 보스정치 구도에서 정치적인 라인을 찾아서 들어왔다. 그렇기에 동포라는 정체성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화 시대이고 다양성의 시대이다. 대한민국 국회안에 해외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진출한다면 한 차원 수준 높은 의정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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