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문제에 단장님이 나서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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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문제에 단장님이 나서주십시요
  • 김제완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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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동포 관련 행사장에서 김재숙 단장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과묵하고 중후한 단장님의 분위기 때문에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가졌습니다만 가까이에서 보니 동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 신문을 동경에서 잘 받아보고 있다고 하신 말씀도 기억납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겸 단장님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재일동포들은 이제 4세대에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사회에서 많은 불편과 차별에도 불구하고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 저는 경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 김덕룡의원이 재일동포 '60만'이 얼빠진 숫자라고 질타했다는 말을 전해 들으셨겠지요. 일본국적을 취득하면 아예 동포의 숫자에서 제외해버리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 정도로 한국국적을 갖는 일을 정체성의 문제와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적 유지에 대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재일동포들이 할아버지때부터 증손자에 이르기까지 한국국민으로서 첫번째 권리인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이 바로 재외국민 참정권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얼마전에 서울에 오신 재일동포로부터 이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민단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참정권에 대해 어떤 특별한 입장이 있거나 한 것이 아니다. 반대하는 명분이나 논리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막연히 한국정부에 거스르면 안된다는 강한 무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의아함 때문에 벌린 입이 잘 닫혀지질 않더군요. 김재숙단장님, 이 말이 사실입니까.  

재일동포들은 여러해 전부터 일본정부에 지방참정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당신 나라의 투표권도 받지 못하면서 왜 남의 나라 것을 달라고 하느냐고 비아냥거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본국에 투표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연히 먼저일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선관위에서 내놓은 해외부재자 투표제 법안은 80만명에 이르는 일시체류자들에게만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법이 통과되면 재일동포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주위에 있는 주재원 유학생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은 선거 때마다 누구를 찍을까 고민하고 대사관에서 선거절차를 알아보고 할 때 3-4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여권을 지켜온 분들은 그저 남의 일인양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때 갖게 될 이중의 차별과 모욕감을 짐작해보셨습니까. 만약 그때까지도 민단에서 아무런 관심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단장님은 일본뿐 아니라 7백만 동포사회의 대표적인 지도자중 한분입니다. 단장님께서 관심을 갖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다면 이 문제가 의외로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갑자기 공개 편지를 받으시고 놀라지 않으시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김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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