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고려인 지도자들 2 : 엄 넬리/조 바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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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고려인 지도자들 2 : 엄 넬리/조 바실리
  • dongpo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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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러시아 유일의 한민족 학교 창설자 – 엄 넬리(64세) 모스크바시

모스크바시 남쪽 베드타운에 한민족학교가 있다. “1086한민족학교” 이것이 정식이름이다. 러시아내 유일한 한민족교육을 위한 정규 러시아 학교다. 러시아 내 소수민족학교는 이외에 단 두 군데, 아르메니아(260명정원)와 유대인(232명정원) 학교 뿐이다. 20년간 교육행정가로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러시아 교육부로부터 신축건물을 따내고 92부터 800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이가 교장 엄 넬리여사다.
만성적인 교육재정난에 허덕이는 러시아에서 왜 카레이츠들을 위한 학교를 따로 오픈하느냐 하며 개교 직후는 주위의 시기와 반발도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러시아인들이 이 학교에 자식들을 입학시키려고 줄을 섯단다. 초, 중, 고등학교 총 11년 과정의 학교인데 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보통 8-10대 1이란다.
정원은 800명. 학생들은 대부분이 차로 1시간이상 걸리는 먼곳에서 통학을 하고 있고 80km나 떨어진 곳에서 매일 2시간 반씩 차로 통학을 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교육프로그램도 선생님들의 열정도 남달라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상당히 높고 대학 입학률이 높기로 소문이 나서 모스크바 명문교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러시아 학교인 이상 일정 비율의 러시아인 입학은 어쩔수 없다고 하는데 (정원의 40%), 엄 교장은 한사람이라도 고려인 학생을 많이 받아들이고 싶어 허위입학, 허위보고등의 편법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단다.
한국어 수업은 주 2-3시간 있고 방과 후 과외활동으로 주 3시간 한국의 문화, 풍습, 예술등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른들께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이라도 배워나가면 만족한다. 민족이라는 공기를 맡게하고 싶다. 일상속에서 고국의 문화를 느끼게 하고 싶다. 그래서 수업 종은 아리랑등 한국민요로 내보내고 반 이름도 무궁화니 하는 한국어를 붙였다. “
엄 교장은 특히 예절교육을 중시한다. 손자들이 깍듯하게 한국식으로 인사를 하게 되자 조부모들이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단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시고 설잔치를 연단다. 어른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는 미풍양속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여걸로 통한다. 일도 잘하고 배짱도 크고…
“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하시면서 간단히 가족사를 들려주었다.
엄 교장은 1940년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서 태어나 4살 때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44년 북한을 돕기 위해 파견되어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스탈린 사후 북소 관계가 악화되어 파견자들의 숙청 바람이 거세게 불었단다. 이들은 구사일생으로 어머니의 꽤 덕분으로 살아서 모스크바로 돌아올수 있었다. 1956년도의 일이다.
어머니는 협동농장관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을 정도로 능력있고 활동적인 여성이었다고 한다.
엄 교장은 지금 자그마한 꿈이 있다. 기숙사를 짓는 일이다. 멀리서 통학을 하는 아이들이 안스러워서라고 한다. 딸도 이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어머니, 할머니의 그 자상한 모습 그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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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상네트워크 구축의 우선과제는 신뢰감 회복- 조 바실리(54세) 러시아 고려인 협회장. 모스크바시

사업가이면서 러시아 고려인 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 바실리씨의 한상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한상 대회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한상네트워크 구축안에 대해서도 이미 들은바가 있다. 그러나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고려인들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다. 고려인들은 한국인들과 별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세계에 민족이 있는가? 이익이 우선시 되는 세계 아닌가?
: 고려인들이 한국인과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인들에게 많이 당했다. 더 이상 한국상인들이 하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투자를 하겠다, 뭘 하겠다하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고려인을 그저 직원으로 데리고 있으면서 이용 만하려고 한다. 파트너로 생각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내게도 10여년전에 한국대기업으로부터 요청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 와서 일 좀 하지 않겠는가? 한달에 월급은 천달러를 주겠다.’하고. 당시 천달러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금액이었다. 한동안 고민한 후 거절했다. 그들은 나에게 심부름을 하기를 원한다. 월급이나 받으면서 시키는 일 만 하는 그런사람. 소련시대 국회의원도 한 내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
: 파트너란 같이 투자도 하고 해야 하는거 아닌가?
: 우리가 말하는 파트너와 한국의 파트너는 다르다. 러시아에서의 비즈니스는 로비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의 로비 능력을 정당히 평가하고 이익을 함께 나누어야한다.
한국인도 한국정부도 고려인을 통하려 하지 않는다. 직접 돈을 주고 받으려 한다. 우리가 러시아를 더 잘 안다. 성공하려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독일은 러시아식으로 한다.
: 고려인이 한국인에게 당했다고 하는데, 한국인이 고려인을 믿었다가 사기당해 망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 물론 장사꾼들은 서로 속이고 속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결국 마인드의 차에서 발생한다. 한국인과 고려인들의 마인드는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유럽에 가깝다. 공장이나 회사 운영방식은 러시아가 더 민주적이다. 어느쪽에 좋은가에 대해서 말 못하겠다. 그러나 다른 것 만은 분명하고 그래서 오해와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식의 명령복종체계는 이해하기 힘들다.
고려인들은 한국기업 보다 미국, 독일, 일본기업과 손 잡기를 더 원한다. 한국과의 상거래도 복잡하다. 외환관리법이 있어 결재나 송금이 자유롭지 못한것도 장애요인이며, 한국인은 성질이 급하고 과감한 투자를 꺼린다. 미국, 독일, 중국은 장래 시장성을 보고 리스크를 각오하고 거액의 투자를 한다. 투자환경이 좀 더 나아지면 일본 자본이 순식간에 엄청나게 들어올 것이다. 그들은 준비를 끝내고 때 만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미국 얘기 만 듣다가 기회를 다 놓칠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는 위험하다. 위험하다’하고 밖으로 떠들면서 싼 값에 이것저것 전부 사들이고 있다. 한국은 정보 수집에도 어둡다.
: 그럼 한상네트워크 구축은 불가능한가?
: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과 고려인 기업인들이 서로 신뢰감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려인 기업가가 러시아에 한 10명 정도다. 고려인 국회의원은 단 한명. 로비스트가 없어 고려인 기업가는 크기가 어렵다. 지금 우리의 힘은 너무 미약하다. 고려인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조직을 키워 고려인 로비스트들을 배출해 내야 한다.
지금이 정보가 없어 비즈니스를 못하는 시대냐? 그런 시대는 지났다. 한상 네트워크 구축이 한국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될것이다.

즉 조 바실리 회장은 같은 민족이지만 가치관이나 기업문화에 있어 한국인과 고려인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것이 비즈니스 분야의 충돌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코트라의 한 직원은 모스크바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인들은 고려인들의 고용을 꺼린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의 기대치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민족 보다는 이익이 우선시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기업인의 가장 어려움은 직원채용 문제란다. 한국식으로 일을 해주길 원하다는데 따라와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키는 일 이외에 알아서 움직여 주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참고 지켜보다가 책상을 치우고 일거리를 안 줘도 그만둘 생각을 않아 하는수 없어 목을 자르면 소송을 걸어 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을 준단다.
한국인과 비즈니스를 한 경험이 있는 사할린 출신 교포에게 이런 얘기를 전하자,
첫 마디가
“그건 한국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러시아에 왔으면 러시아 방식에 따라야지. 여기서는 직장을 그만두게 하려면 3차에 걸쳐 문서로 경고를 해야한다. 그에 대한 변명을 또한 문서로 받아 놓고 최후 수단으로 문서로써 해고 의사를 전해야 한다. 내가 사장이라고 말 한마디로 목을 자르는 것은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직원에게 사적인 심부름까지 시키고 근무외 시간에도 일을 해라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러시아인들도 다 보고 듣고 한다. 오전에는 느긋하게 차나 마시면서 잡담을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남아서 일을 더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종일 열심히 뛰었는데도 일을 끝내지 못했다면 러시아인들도 진심으로 도와주고자 한다. 이제 소련식으로 일해서는 안된다는 걸 모두 안다. 외국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 상식이 없겠는가? 구지 한국 사람처럼 일하기를 원한다면 한국 사람 만큼 월급을 주든지. 회사를 그만 두고 나오면서 사장과 원수처럼 지내는 교포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한국 사람들은,,, 이런 말은 여기서 할 필요가 없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러시아다. “
어느 쪽도 할 말은 있고 들어보면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조 바실리 회장이 지적한 것이 이러한 문제인가? 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문제부터 풀고 가야만 할 것 같다.  


0055 김 알렉세이.
0033 텐 세르게이
0002 엄 넬리
0021 조 바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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