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한인 철인, 헤리케인 이겨낸 감동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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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한인 철인, 헤리케인 이겨낸 감동의 투혼!
  • 뉴스로(Newsroh.com)
  • 승인 2012.11.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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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주 전 뉴욕 한인마라톤클럽회장, 통산 129번째 마라톤 완주

뉴욕의 60대 ‘한인 철인’이 허리케인 피해와 지독한 감기몸살을 이겨내고, 통산 129번째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15일 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권이주(66) 전 뉴욕한인마라톤클럽 회장. 권 회장은 지난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완주에 성공했다. 공식 마라톤에서만 통산 129번째의 대기록이다.

▲ 권이주 전 뉴욕 한인마라톤클럽 회장은 허리케인 여파에 따른 감기몸살을 이겨내고 지난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완주에 성공했다.[사진제공=Newsroh.com]

60대 마라토너의 이 같은 기록은 한인사회는 물론,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위업으로 평가된다. 사실 권 회장은 뉴욕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60대 철각(鐵脚)이다.

대표적인 철인 마라톤인 100마일 울트라마라톤을 5회나 완주했고, 2009년 4월에는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달리는 150마일 구간을 3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서재필 선양마라톤’에 성공했다. 또 2010년에는 한인 최초로 5,600㎞ 거리의 미 대륙 횡단 마라톤을 완주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최근 뉴욕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여파로 무려 열흘이나 정전이 되는 피해를 입은 것. 가장 큰 문제는 난방이었다. 대회 일주일 전엔 기온마저 뚝 떨어져 추위에 시달리다 심한 감기몸살이 걸린 것.

“이번 허리케인으로 전기가 끊기니까 집이 냉장고처럼 되더라구요. 추위가 뼈 속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는데 그만 감기 몸살이 걸린 거에요”

대회에 임박해 가장 중요한 컨디션 조절을 할 시기에 고열에 몸살을 앓게 됐으니 대회 출전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권 회장의 투혼은 누구도 못말렸다. 

그는 “전에도 몸살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달렸다가 크게 고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대회 출전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어차피 등록을 마쳤고, 천천히 몸을 달래며 완주를 목표로 한번 뛰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회 당일엔 다행이 열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출발 지점인 해리스버그의 시티아일랜드에 도착한 권 회장은 심호흡을 하고 출발 신호와 함께 힘차게 내달렸다. 하지만 불과 0.5마일만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어려워졌다.

잠시 멈추고, 계속 달릴 것인지 망설였다, 완주를 못하면 차라리 지금 중단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8번의 정규 마라톤을 달리도록 중도 포기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권 회장이었다. 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 호흡하면서 속도를 더 늦추기로 마음 먹고 다시 발을 떼었다.

그는 “어쩌다 입을 벌려 찬 공기가 목을 통과하면 기침이 나왔고, 기침을 하면 기운이 뚝 떨어져 주춤거리게 됐다”며 “기침을 하지 않으려고 입을 꼭 다물었더니 산소 부족으로 가슴이 아파왔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어 페이스만 조절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18마일(29㎞) 부터 20마일(32㎞) 지점이었다. 와일드우드 레이크 파크의 트레일 구간(Trail Road)은 요철이 심해 기력이 고갈된 그를 극도로 지치게 했다. 끈질긴 사투를 벌이며 난코스를 탈출한 후에는 대로가 나왔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조금 속도를 내려고 했다가 입으로 공기를 들이켜 터져 나오는 기침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렸다.

권 회장은 “25마일(40.2㎞) 지점에 왔을 때 저 멀리 보이는 섬(City Island)에서 함성 소리가 들렸다. 체력이 완전히 다해 정신이 흐릿해졌지만 완주는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승점을 밟자마자 시계를 보았다. 4시간 19분 32초. 그로선 근래 없었던 최악의 기록이었지만 완주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는 “돌이켜보면 미 대륙 횡단을 하는 95일 동안 몸에 아무런 이상 없이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이 천운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달려본 마라톤 중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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