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토요한국학교, 개교 10주년 맞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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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토요한국학교, 개교 10주년 맞이해
  • 최승현 기자(모스크바 뉴스프레스)
  • 승인 2012.10.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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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홍보 및 교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시급…"

쉬는 시간이다. 삼삼오오 학년별로 공부에 집중하던 어린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쌀쌀해진 모스크바의 가을 날씨도 동심을 막지 못했다. 유치부 어린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공을 차던 고학년 학생들이 부축한다.

바지에 묻은 흙먼지가 탈탈 털린다. "너도 함께 놀자" 한 아이가 제안했다. 챙피한 듯 울그락 불그락 홍조빛 띤 유치부 어린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수수깡처럼 높낮이가 다른 아이들이 꿈을 짓고, 놀이터를 짓고, 학교를 짓는다.

지난달 12일 모스크바 토요한국학교(교장 오성휘)가 개교 10주년을 맞이했다. 10년, 적은 나이는 아니다. 모스크바 한국학교처럼 정부로부터의 지원도 없다. 학부모들과 토요한국학교 관계자들의 노고와 땀방울로 견뎌온 시간이다.

지난해에는 대사관 지원금도 끊겼다. 모스크바 한국학교 도움으로 교과서를 지원받는다. 교과서가 부족하면 토요한국학교 관계자들이 한국과 모스크바를 오갈 때 챙겨온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시간, 5학년 학생들이 걸상에 앉았다.

선생님이 새 교과서를 나눠준다. 6명. 학생들이 줄지어 교과서 받기를 기다린다. 추석이 언제였던가, 추석빔을 기다리듯 교과서를 물끄러니 바라본다.

이날 학생들이 받은 새교과서는 '과학책'이다. 책이 구겨질까 노심초사. 첫장을 펴든다. 5학년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의 이름을 각각 호명한다. 선생님이 문제를 주자 아이들은 곧장 선생님에게 답을 건넨다. 일주일 간 국제학교에서 영어와 러시아어로 수업할 때와 달리 거침없이 입에서 정답이 술술 나온다.

"선생님이 너무 잘 가르쳐주세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공놀이 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국제학교에서는 한국 친구들이 별로 없는데 이곳에는 많아요", "엄마가 가래요", "학교가 이뻐요"…학교를 다니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열이면 열 이렇게 대답한다. "학교에 오면요 또래의 친구들도 있고요. 같이 공차기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정규 교사들은 아니지만 국제학교에서 받지 못하는 정교 교육 수업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에 수업전날이면 수업준비로 밤을 설친다. "일반 학교 선생님도 책임감이 크죠. 국제학교에서 받지 못하는 교육을 하루만에 해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아이들 얼굴을 보면 힘이 생겨요" 

모스크바토요한국학교 학생들은 30명에서 40명 내외다. 초기만해도 100명이 넘었지만 토요한국학교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학생 수가 부쩍 줄었다.

오성휘 토요한국학교 교장은 "예전에 비해 학생수가 줄어 학사 운영에 애로사항은 많지만 교직원들과 함께 일심으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교 홍보 및 교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시급할 때"라고 설명했다.

국제한국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초등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설립된 곳이 토요한국학교다. 김원일 모스크바한국학교 이사장은 "제정난 등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토요한국학교 운영을 접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모스크바 뉴스프레스=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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